국민의힘 내에서 합당한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자리를 두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준석 대표가 안철수 의원에게 국민의당 출신이 아닌 정점식 의원의 최고위원 추천을 재고하라고 연일 압박하는 데 이어 15일에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안 의원에게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두 자리 중 한 자리만 가져갈 것을 공개 요구했다. 안 의원 측은 양보 가능성을 일축했다. 여당 내 권력 재편과 맞물려 갈등이 쉽사리 풀리지 않는 모습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 의원이 김윤 전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과 정 의원 등 2명을 최고위원으로 추천한 데 대해 “정 의원까지 하게 되면 최고위원회 현원이 (현재 8명에서) 10명이 돼 (의결을 위해서는 홀수인) 11명으로 (정원을) 늘려야 한다”며 “(당헌·당규 개정을 위해) 전국위원회를 소집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안 대표가 양보해 김 전 위원장 한 사람만 받으면 (최고위가) 9명으로 충분히 돌아갈 수 있다”며 “최고위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을 향한 거친 언사로 문제가 된 김 전 위원장에 대해서는 “서로 당이 달랐기 때문에 본인이 사과하면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수용할 테니 정 의원 추천은 철회하라고 안 의원에게 촉구한 것이다.
권 원내대표와 함께 당의 투톱인 이 대표도 보조를 맞췄다. 이 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의원이 하도 국민의당 인사들도 배려가 필요하다고 해서 (최고위원 추천) 2명을 큰마음 먹고 허용한 것”이라며 “그런데 그 두 분 중 한 분이 우리 당 정점식 의원이다. 정 의원을 추천한 것에 대해 저뿐만 아니라 많은 최고위원들이 의아해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이 전날 정 의원 추천을 화합 차원이라고 설명한 데 대해 이 대표는 “화합을 뭐 이렇게 하냐”고 비판했다.
안 의원 측은 지난 4월 합당 협상에서 이미 결론이 난 문제라며 “물러날 일은 없다”고 반발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당원들과 전 국민 앞에 약속한 것을 임의로 바꿀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이미 도장을 찍은 문서를 무슨 자격으로 고치는가”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통화에서 “권 원내대표나 안 의원으로부터 최고위원 문제와 관련해 최근 연락을 받은 바 없다”며 “(자진해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추천을 둘러싼 첨예한 갈등은 여당이 된 국민의힘의 권력 구도가 새롭게 형성되는 과정으로 봐야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윤석열계(친윤계)로 분류되는 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세 기수 선배로, 같은 검찰 출신이다. 안 의원의 정 의원 추천이 친윤계 구애로 해석되는 이유다. 특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함께한 안 의원과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의 전략적 연대설까지 제기된다. 당 혁신위원에 내정된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안 의원 입장에서도 당 대표에 도전한다면 조직력이 좋은 친윤계 의원들 손을 잡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맞은 편에 친윤계 영향력을 축소해야 하는 이 대표와 친윤계 대표주자를 노리는 권 원내대표가 손을 잡은 모양새다. 권 원내대표는 정 의원을 고리로 이 대표와 연대한다는 해석에 “사안에 따라서 제 주장을 하는 것이지 누구와 연대를 염두에 두고 발언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