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와는 다르다”…여당 내 친윤석열계 세력화 어렵다는 이유 3가지

조미덥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 중 한 명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월 강원 강릉시 월화거리광장에서 열린 대선 유세에서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 중 한 명인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월 강원 강릉시 월화거리광장에서 열린 대선 유세에서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내에서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와 달리 대통령 친위세력인 ‘친윤석열계’의 세력화가 늦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수의 구성원이 대통령을 옹위하는 세력을 당내에 구축하다 생긴 갈등의 해악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준석 대표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권성동 원내대표로 이뤄진 당 지도부가 친윤계 세력화를 견제하는 입장이고,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 직전 영입돼 당내에 정치적 동지라고 할 인사가 없다는 점도 이러한 예측에 힘을 싣는다.

최근 국민의힘에서는 지난 대선 캠프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신 의원들이 주축이 된 모임 ‘민들레’(민심 들어볼래) 출범 소식에 친윤계 세력화 시도라는 우려가 크게 일었다. 결국 민들레는 지난 15일로 계획했던 출범을 연기했다. 당내에선 당분간 친윤계 세력화가 이뤄지기 힘든 조건이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19일 당내 의견을 종합하면 크게 세 가지 원인이 언급된다. 첫번째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의 경험이 꼽힌다. 이명박 정부 당시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 이재오 의원 등 개국공신들이 극심한 권력투쟁을 벌이면서 촛불시위 등 큰 이슈에 대응하지 못하고 정부의 조기 쇠락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많다. 박근혜 정부 때는 여당 내에서 ‘친박근혜’를 넘어 ‘진박(진짜 친박)’, ‘찐박(찐한 친박)’ 등 충성 경쟁을 벌이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고,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을 막지 못했다. 그 후과는 2016년 총선부터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전무후무한 전국 단위 선거 4번 연속 패배로 이어졌다. 원내 지도부에 속한 한 의원은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마음에 친윤계 세력화에 대한 경계심도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현 지도부의 입장도 친윤계 세력화를 어렵게 한다. 이준석 대표는 대선 때부터 윤핵관들과 거리를 둬 왔고, 민들레에 대해 “사조직 출범은 안된다”고 제지했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유튜브채널 <펜앤드마이크>에 출연해 “윤핵관이라고 하는 분들이 어떤 이야기를 당에 퍼뜨리면 윤핵관이라는 이유만으로 대통령과 소통이 원활하거나 (대통령) 의중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러 있었다”고 말했다.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권성동 원내대표도 자신을 우회한 다른 친윤계 모임이 커지기 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민들레가 출범을 연기한 과정에서도 권 원내대표가 적극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이 대선 전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라는 점이다. 정치 경험이 적다 보니, 당내 친윤계 세력의 구심점이 될 정치적 동지를 특정하기 어렵다. 한 의원은 “윤핵관도 대선 때 몇 개월 (대통령으로부터) 신뢰받은 것이 전부”라며 “한동훈 법무장관이나 대통령실에서 일하는 검사 출신 인사들보다 높은 신뢰를 받는 의원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대통령도 지금 국민의힘 의원 전체가 ‘친윤’인데, 굳이 소수의 친윤이 그룹을 지어 분란을 만들기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당내에선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청와대가 여당의 공천이나 당대표 선거에 개입한 범죄를 다수 수사했기 때문에 섣불리 여당의 일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차기 당권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친윤계 세력화가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친윤계 대표 주자들이 당권을 향해 각자도생하면서 ‘윤심’(윤 대통령 의중)을 두고 갈등하는 경우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지지율이 하락하면 차기 총선에서 측근을 전략공천하기 위해 친윤계 세력화를 통한 당권 접수를 시도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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