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박성민 당대표 비서실장 사임…윤 대통령이 이준석 ‘손절’했나

조미덥·유설희·문광호 기자

윤리위 일주일 앞두고 이 대표 ‘사면초가’

이준석은 “개혁에 박차” 정면돌파 의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 박성민 의원 /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 박성민 의원 / 경향신문 자료사진

박성민 국민의힘 당대표 비서실장이 30일 전격 사임했다. 박 비서실장은 대표적인 친윤석열계로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소통 고리 역할을 했다. 이 대표의 성비위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 심사를 일주일 앞두고 이 대표를 ‘손절’하려는 윤 대통령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심(尹心)’이 기우는 모양새가 되면서 이 대표의 당내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윤리위 심사 전 사퇴설을 일축하며 개혁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박 실장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오늘 저는 일신상의 이유로 당대표 비서실장직을 사임했다”며 “그동안 도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대선 승리 직후 이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고 3개월여 만이다.

박 실장은 사임 사유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지만 당내에선 윤 대통령과 소통한 결과일 것이란 분석이 많다. 박 실장은 윤 대통령이 2014년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로 대구고검에 좌천됐을 때 울산 중구청장으로 자주 만나며 교분을 쌓았다. 지금도 윤 대통령과 직접 통화하는 사이로 알려졌다. 대선 후 이 대표의 요청과 윤 대통령의 부탁으로 당대표 비서실장을 맡아 이 대표와 대통령실 사이를 조율하는 역할을 했다. 스스로 자신을 ‘평화유지군’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박 실장이 대통령 의사에 반해 그만두진 않았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외국 출장 중에 그만둬서 ‘도어스테핑’에서 바로 응답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줬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윤 대통령이 이 대표가 여권 내 갈등을 키우는 것을 두고 박 실장을 나무랐다는 얘기도 들린다. 장제원·안철수 의원과의 설전, 대통령과의 비공개 회동을 둘러싼 진실공방 등이 그 예다. 지난 27일 윤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출장을 배웅할 때, 권성동 원내대표만 있고 이 대표가 오지 않아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 거리두기를 시작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이런 과정에서 박 실장이 양측의 거리를 좁히려다 한계를 느꼈을 것이란 추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원내 당직을 맡은 한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박 실장이 이 대표에게 싸우지 말라고 설득했는데 말이 안통하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심’이 이 대표와 멀어지고 있다는 징표들과 함께 당내에 이 대표를 편드는 발언은 사라지고 있다. 내달 7일 열리는 당 윤리위 심사에서 이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이상의 중징계가 내려질 것이란 전망도 많아지고 있다. 이 대표가 사면초가에 몰린 형국이다. 이 대표가 순순히 물러날 리 없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 당시 대통령과 여당의 김무성·유승민 지도부 간 갈등을 떠올리며 내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표는 개혁으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이날 새벽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뭐 복잡하게 생각하나. 모두 달리면 되지.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방향으로’라는 글을 올렸다.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글의 의미에 대해 “아무리 정치적 사안이 발생해도 개혁의 동력은 이어나가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최근 당과 정부의 지지율 하락을 언급하며 “이걸 돌파할 방법은 작년 이맘때쯤처럼 개혁에 박차 가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근 출범한 당 혁신위원회 등으로 개혁 명분을 내세워 자신에 대한 ‘정치적’ 공세를 뚫고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는 윤리위 심사 전 사퇴설에 대해 “그런 경우는 없다”고 일축했다.

이 대표는 박 실장 사임에 대해선 “어제 박 실장에게 어떤 상황인지 설명을 듣고 제가 박 실장의 뜻을 받아들이겠다고 해서 사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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