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31일 “당이 비상대책위원회로 가선 안 된다”며 당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 의장직을 사퇴했다.
서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 소신과 생각을 지키면서도 당에 불편을 주거나 지도부가 가는 방향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고심한 끝에 제 직을 내려놓는 게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저는 그동안 일관되게 지도부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 비대위 방향으로 가선 안 된다, 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가는 것이 옳다고 했는데 어제 의원총회에서 비대위로 결론이 났다”고 사퇴 배경을 밝혔다.
서 의원은 이달 초 첫 비대위 전환 과정에서는 개인적으로 반대 의견임에도 당의 요청을 받고 당헌·당규 개정과 주호영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 인선을 의결하는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 회의를 주재했다. 하지만 당이 이준석 전 대표가 제기한 가처분이 법원에서 인용된 후에도 새롭게 비대위를 추진하기로 하자 “두 번 잘못해선 안된다”며 반대 의사를 표시해왔다. 서 의원은 전날 의총에서도 새 비대위를 꾸리지 말고, 새 원내대표가 대표 직무대행을 맡는 체제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의 전국위 의장 사퇴는 권성동 원내대표와 당 지도부가 추진하는 새 비대위 구성의 길을 열어준 셈이 됐다. 서 의원은 “당헌당규를 살펴보니 제가 사퇴하지 않고는 당헌당규에 위배되지 않고 이 문제를 지도부가 이끄는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찾기가 힘들었다”며 “사퇴는 제 철학도 굽히지 않으면서 당 지도부의 걸림돌이 되지 않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전국위 의장 궐위 시 부의장이 직무를 대행하는 당헌당규를 근거로 상임전국위를 소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 의원도 “전국위 의장 궐위시 부의장이 소집, 사회를 볼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전국위 부의장은 정동만 의원과 윤두현 의원 둘이다.
이준석 전 대표는 서 의원이 사퇴한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부당함에 대해 할 말을 하고 명확한 의사 표현을 해주신 서병수 의장님께 너무 큰 부담이 지워진 것 같아 항상 죄송하고 또 마음이 아팠다”며 “저들의 욕심이 당을 계속 구렁텅이로 몰고 있다. 왜 책임져야 할 자들은 갈수록 광분해서 소리 높이며 소신있는 사람들은 자리를 떠나야 하나”라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새 비대위 구성을 주도하는 친윤석열계 의원들을 겨냥해 “그대들이 끼려고 하는 절대반지, 친박도 껴보고 그대들의 전신인 친이도 다 껴봤다”며 “그들의 몰락을 보고도 그렇게 그 반지가 탐이 나나”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