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급할 것 없는 여당, 세 가지 이유

조미덥 기자    문광호 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오른쪽)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오른쪽)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정기국회가 20일도 남지 않았는데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급할 것이 없는 모습이다. 적극적으로 타협안을 제시하면서 거대 야당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야 하는데,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는 반대, 예산은 준예산(올해 안에 내년 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하는 사태)을 불사한다며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오는 21일 의원총회에선 야당끼리 국정조사를 하더라도 여당은 불참하는 것으로 당론이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여당의 태도는 야당과의 대치 전선에서 밀리지 말라는 대통령실의 주문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줄줄이 진행되고 있어 ‘시간은 우리편’이라는 생각도 있다. 2020년 총선 참패 후 다수당인 민주당 뜻대로 하게 뒀다가 대선에서 승리한 학습효과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①‘민주당에 밀리지 말라’ 대통령실 주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전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및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 참석을 위해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로 향하며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 환송 인사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전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 및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 참석을 위해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로 향하며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등 환송 인사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원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선 민주당과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말라는 요구가 있을 뿐, 어떤 법안과 예산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문은 내려오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 여성가족부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도 안되면 어쩔 수 없다는 스탠스다. 예산은 준예산을 불사한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국정조사는 애써 막지도, 참여하지도 말고 야당끼리 하게 두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전날 대통령 퇴진 구호를 외치는 촛불 집회에 민주당 의원 6명이 참석한 것이 알려진 뒤로 대선 불복하는 야당과 어떻게 협치를 하느냐며 대야 강경 기류가 더욱 세졌다.

통상의 정기국회 협상은 대통령실·정부가 여당에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예산과 법안을 주문하면 여당이 야당에 양보할 것은 하고 중재안을 제시하며 진행되는데 이번엔 이런 작동 구조가 멈췄다. 지난 14일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동에서 국민의힘이 국정조사를 거부한 후로 여야 협상은 진전이 없다. 국민의힘의 한 원내 관계자는 “대통령실 입장이 강고하고 의원들도 그에 호응하니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②이재명 검찰 수사 ‘시간은 우리 편’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김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9일 “증거인멸 및 도망우려가 있다”라며 정 실장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성동훈 기자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김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9일 “증거인멸 및 도망우려가 있다”라며 정 실장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성동훈 기자

국민의힘은 검찰이 대장동 비리, 쌍방울 변호사비 대납, 성남FC 후원금 등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수사를 동시다발로 진행 중인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전날 새벽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당대표비서실 정무조정실장이 대장동 비리로 구속되면서 앞으로 민주당 내분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버티면서 기다리면 민주당의 국회 동력이 약해진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최근 국정조사, 예산 삭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 등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안마다 ‘이재명 지키기’ ‘이재명 방탄’ 딱지를 붙이는 것도 국회 협상에서 검찰 수사의 반사 이익을 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또 경찰 수사에서 이태원 참사 책임자가 가려지고 책임자 경질 등 후속 조치를 하면 야당끼리 하는 국정조사의 실효성도 떨어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③민주당 강행 부각으로 대선 승리한 학습 효과


2020년 7월29일 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의 임대차3법 법사위 통과를 앞두고 항의하고 있다. 이날 임대차 3법은 국민의힘이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법사위를 통과했다. 이준헌 기자

2020년 7월29일 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의 임대차3법 법사위 통과를 앞두고 항의하고 있다. 이날 임대차 3법은 국민의힘이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법사위를 통과했다. 이준헌 기자

지난 몇년의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은 2019년 자유한국당 시절 문재인 정부에 맞서 장외 투쟁을 벌이며 싸웠지만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에 과반 의석을 내주는 대패를 당했다. 반면 ‘김종인 비대위’가 들어서고 국민의힘을 창당한 후 과반 의석의 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부동산 3법 등 법안을 통과시킬 때 극렬하게 막지 않았고, 올해 대선과 지방선거에 승리했다. 물리적 충돌을 불사하고 싸울 때보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 뜻대로 하게 뒀을 때 정치적으로 이득을 본 경험이 학습효과와 관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당시 국민의힘 초대 원내대표가 지금 다시 원내대표를 맡은 주호영 의원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다수당인 민주당의 횡포와 민주당의 여당 발목잡기 프레임을 조성하고 있다.

여당이 버티기 전략을 쓰는 데 대한 내부의 우려도 나온다. 원내 당직을 맡은 한 의원은 “우리가 여당이니 민주당 탓을 하는 데도 한계는 있다”며 “정권 초반에 눈에 띄는 성과가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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