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훌륭한 친구” 예이츠 시 만찬사, 바이든 “함께 갑시다” 건배사 화답

바이든 애호 시구로 ‘케미’
소인수회담 시간은 2배로

김건희 여사 만난 바이든
“윤과 난 결혼 잘한 남자들”

109분 정상회담부터 국립중앙박물관 만찬까지,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 오후 내내 밀착하며 소통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11일 만에 이뤄진 첫 만남이지만, 두 사람의 ‘케미’(화합)는 훌륭했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평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2일 “두 정상이 함께 일하는 데서 서로 굉장히 멋진 파트너를 만났다는 데 공감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오후 1시23분 전용차량 ‘더 비스트’를 타고 대통령실 청사에 들어섰다. 윤 대통령이 정문에서 맞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명록에 ‘환대와 동맹에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양국 정상은 오후 1시32분부터 회담을 진행했다. 소인수회담이 2시44분까지, 단독 환담이 3시9분까지, 확대정상회담이 3시21분까지 이어졌다. 당초 30분가량으로 전망됐던 소인수회담이 1시간을 훌쩍 넘기면서, 확대정상회담은 10여분 만에 종료됐다.

72분간 진행된 소인수회담을 두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공감을 나누는 시간이었다”면서 “자유민주주의는 그냥 놓아도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노력과 투쟁이 있어야 지킬 수 있다는 데 두 정상이 굉장히 깊은 공감대를 이뤘다”고 전했다. 두 정상 대화는 가족과 반려동물 이야기까지 화제에 올랐다.

회담에 윤 대통령은 10년 전 결혼식 당시 신었던 ‘웨딩 슈즈’를 신고 나왔다. 지난 20일 평택 삼성 반도체공장 방문 때도 윤 대통령은 평소 신던 굽 없는 구두를 신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건희 여사가 특별한 행사가 있으니 오늘은 제대로 된 구두를 신고 가라고 해서, 윤 대통령이 결혼식 때 신었던 구두를 특별히 신었다고 한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에게 ‘구두가 너무 깨끗하다. 나도 더 닦을 걸 그랬다’는 농담도 건넸다”고 전했다.

회담에 이어 공동기자회견까지 진행한 두 정상은 오후 7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공식 만찬을 했다.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와 함께 박물관 입구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맞았다. 김 여사는 바이든 대통령과 인사하고 박물관을 관람했지만 만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김 여사에게 “미국에는 이런 말이 있는데, 윤 대통령과 저는 ‘married up’한 남자들”이라고 인사하며 웃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남자보다 훨씬 훌륭한 여성을 만나 결혼했다는, 유머러스한 의미”라고 했다. 김 여사가 “조만간 다시 뵙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 오시면 뵙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만찬사에서 아일랜드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1865~1939)의 시구를 인용하며 건배를 제의했다. 윤 대통령은 “예이츠는 ‘인간의 영광이 어디에서 끝나고 시작되는지를 생각해보라. 나의 영광은 훌륭한 친구들을 갖는 데 있었다’고 했다”면서 “한·미 양국은 훌륭한 친구다. 굳게 손 잡고 함께 걸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평소 좋아하던 예이츠의 시구를 윤 대통령이 인용한 것을 두고 “너무 얘기를 많이 해서, 너무 많은 정보를 서로한테 준 게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한다”며 웃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 동맹과 번영을 기원하면서 “위 고 투게더(We go together·함께 갑시다)”라며 건배를 제안했다.

윤석열 바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