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진핑 28일 통화 예상”…펠로시 대만 방문 추진이 부른 파문 수습 주목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28일(현지시간) 전화 통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미국 언론이 26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미·중 정상 간 통화는 지난 5월부터 예고됐던 것이지만 최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추진 소식이 알려지고 중국이 이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긴장이 높아진 상황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오는 28일 통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폴리티코도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주 코로나19에 감염됐음에도 양 정상의 대화가 추진 중이라면서 향후 24시간에서 48시간 내에 통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언론 보도가 나오기 전 진행한 브리핑에서 두 정상이 다양한 현안에 대해 폭넓은 대화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이번 통화는 오랫동안 계획된 것”이라면서 “대만을 둘러싼 긴장, 우크라이나 전쟁, 경제 영역을 포함한 양국 간 경쟁 관리하는 방안 등 모든 것이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커비 조정관은 두 정상이 경제 문제에 관해 논의하겠지만 중국이 희망하고 있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인하는 의제에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후 4차례 전화나 화상으로 시 주석과 대화했으며, 마지막 전화 통화는 지난 3월이었다. 두 정상의 대화는 양국 간 경쟁이 예상치 못한 충돌로 번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경쟁 속에서도 협력할 것은 협력하기 위한 취지라고 미국 정부는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회담하고, 이번 달 제이크 설리번 국무장관이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장시간 회담하는 등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

두 정상이 앞서 있었던 대화에서 공동성명이나 발표문을 따로 내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대화 역시 구체적인 결과물이 공표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고, 시 주석도 3연임을 결정하는 올가을 20차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있어서 현시점에서 어떤 타협이나 양보가 이뤄지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두 정상의 대화가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추진이 불러온 파문 때문이다. 미국 내 권력 서열 3위인 펠로시 의장이 조만간 아시아 순방을 나서면서 대만을 방문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중국은 연일 외교부와 국방부가 나서서 격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미국 정부 내에선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진입을 봉쇄하기 위해 대만 전역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하거나, 군용기들을 대만이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에 진입시킴으로써 군사적 긴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은 1972년 중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대만과 국교를 단절했지만, 미국 국내 법에 따라 대만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군사장비를 판매하는 등 지원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바이든 정부는 펠로시 의장에게 대만 방문의 위험성에 대해 물밑에서 적극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NN방송은 미 국방부 및 백악관 당국자들이 지난주 펠로시 의장과 참모들에게 대만 방문 위험성에 대해 직접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펠로시 의장이 현직 미 하원의장으로서는 1997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대만을 방문할 경우 중국이 군사적으로 대응하고, 미국이 이에 맞대응하면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정부가 중국과 경쟁하면서도 피하고자 했던 충돌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주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관해 “군에서 지금 당장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는 모른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여부는 전적으로 펠로시 의장의 판단에 달려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추진 사실이 알려진 순간 양국 국내 여론이 가세하면서 ‘치킨게임’ 양상으로 흐르는 조짐이다. 치킨게임은 서로 마주 보고 달리는 차를 탄 운전자들이 상대방이 먼저 핸들을 돌릴 것을 요구하며 속도를 줄이지 않고 돌진하는 상황을 말한다.

미 의회에서는 공화당을 중심으로 펠로시 의장이 대만 방문을 취소할 경우 중국의 ‘협박’에 굴복하는 것이라면서 강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 대만을 방문한 적이 있는 민주당 소속인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 역시 “만약 중국이 누가 대만을 방문할 수 있고 누구는 방문해선 안 되는지 명령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우리는 이미 대만을 중국에 양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도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난 2년 동안 가장 낮은 1%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경제가 좋지 않고, 시 주석의 3연임 결정을 앞둔 상황이기 때문에 국내 여론상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용인할 여지가 넓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추진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미·중 관계는 극도로 민감한 시기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대만 문제는 갈등이 충돌로 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메커니즘이 미·중 간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특히 위험하다면서 “우리는 매우 위험한 순간에 놓여 있으며 두 정상은 신중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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