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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정부도 만든 ‘남북 고위급 남측 회담’ 예산 없앤 윤석열 정부

박광연 기자
2018년 2월10일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를 방문한 당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오른쪽),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가운데) 등 북한 고위급대표단이 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 안내를 받으며 접견장으로 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8년 2월10일 문재인 대통령 초청으로 청와대를 방문한 당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오른쪽),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가운데) 등 북한 고위급대표단이 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 안내를 받으며 접견장으로 향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서울 등 남측에서의 남북 고위급 회담 개최를 대비한 예산이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담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보수 성향의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매년 편성한 예산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대화 의지가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통일부 예산안에는 남북회담 추진 분야의 ‘고위급 남측 회담’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만든 올해 예산에 4억5700만원(1회 개최)이 담겼다가 1년 만에 전액 삭감된 셈이다.

고위급 남측 회담 예산은 남북 관계가 좋지 않던 시기에도 매년 1~2회 회담 개최를 전제로 수억원이 편성돼왔다. 보수 성향의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해당 예산이 빠진 적은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3억4000만원, 2019~2022년 매해 4억5700만원을 편성했다.

지난 10년 간 남측에서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린 사례는 손에 꼽힌다.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당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그달 9~11일, 25~27일 연이어 내려와 서울·평창에서 통일부 장·차관과 회담했다. 2014년 10월4일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을 맞아 내려온 북측 고위급 대표단은 인천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통일부 장관 등과 만났다.

고위급 남측 회담 예산은 실제 집행 사례가 많진 않지만, 남북 관계를 개선해 나가겠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되는 예산으로 평가된다. 윤석열 정부는 “어떤 의제, 어떤 자리라도 대화의 문만 열린다면 직접 뛰어나갈 각오”(권영세 통일부 장관)라며 대화 의지를 강조했지만 정작 관련 예산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도 남북회담 추진 관련 총예산(3억5400만원)은 고위급 남측 회담 예산 삭감 영향으로 전년 대비 53.3% 감소했다.

조정식 의원은 “고위급 남측 회담 예산은 통일에 대한 정부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예산”이라며 “이를 삭감한 것은 북한과의 대화 의지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꼴”이라고 말했다.

통일부 측은 그간 남측에서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리지 않아 예산이 집행되지 못한 현실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그 대신 판문점에서의 남북 고위급 회담 예산과 실무급 회담 예산을 늘려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담았다고 밝혔다.

내년도 판문점 남북 고위급 회담 예산(1억4700만원·7회 개최)은 올해(4900만원·2회)보다 3배로 늘었다. 실무급 회담 예산(9400만원·7회)은 올해(4400만원·3회)의 2배 수준이다. 고위급 남측 회담이 열릴 경우 관련 예산을 예비비로 편성한다는 방침이다.

‘여소야대’ 국회 상황을 감안하면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고위급 남측 회담 예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조 의원실에 따르면 통일부는 예산 협의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에 해당 예산 편성을 요구했지만, 지출 구조조정을 강조한 기재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통일부는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자료에 “남북회담 추진 예산은 남북 관계의 특수성과 가변성, 남북대화 예산 규모의 대내·대북·대외 메시지 등의 측면을 감안해 일정 규모 이상으로 편성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조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 소위원회에서 남북회담 추진 예산을 반드시 증액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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