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지휘자·무자비한 군주···‘두 얼굴’의 무함마드 빈살만

박은하 기자

‘탈석유’ 개혁 VS “언론인 암살”

고유가에 힘 입어 외교무대 복귀

네옴 프로젝트에서도 인권 문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로이터연합뉴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로이터연합뉴스

17일 한국을 방문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37)는 왕위 승계 서열 1위이며 현재 사우디의 실세다. ‘미스터 에브리띵(Mr. Everything)’, ‘MBS(이름의 영문 이니셜)’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사우디 현대화 정책과 ‘탈석유’ 개혁의 지휘자다. 개혁 군주의 면모를 부각시키고 있지만 강경한 대외 정책과 비판 세력 살해 지시 등으로 인해 냉혹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2015년 1월 아버지 살만 빈압둘 아지즈가 국왕이 되면서 세계 최연소 국방부 장관이 됐다. 살만 국왕은 2017년 무함마드를 왕세자로 전격 책봉했다. 형제 계승으로 이어져 온 사우디의 왕위 계승 원칙에서 벗어난 파격이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지난 9월 정부 공식 수반인 총리에 임명돼 86세인 아버지 살만 국왕을 대신해 사실상 국정을 총괄하고 있다. 경제개발위원회 의장을 맡았으며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회장이기도 하다. 그의 재산은 적게는 1400조원에서, 많게는 2500조원으로 알려졌다. 그가 이끄는 국부펀드(PIF) 운용 규모는 700조원이다. 사우디 왕가에서는 드물게 국내파로 킹사우드대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그는 젊은 층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했다. 2011년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설립해 사우디 청년들이 경영·문학·과학기술 등 다방면의 학문을 배우도록 하고 관련 소질을 계발할 수 있도록 도왔다. 2017년 여성의 자동차 운전을 허락하고 히잡의 일종인 아바야를 벗게 했으며 2018년에는 영화관 출입도 합법화했다. 종교 경찰의 체포 권한을 없애고 여성에 대한 남성의 후견인 역할도 상당 부분 삭제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사우디의 탈석유화 개혁도 주도하고 있다. 2016년엔 사우디 경제가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는 ‘비전 2030’을 발표하고, 이듬해 ‘네옴(NEOM)’이라 불리는 5000억달러(약 668조원) 규모의 거대도시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3일에는 대만 폭스콘과 합작해 사우디 전기차 생산 계획도 발표하는 등 경제 체질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의 대외정책은 과격하고 예측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멘 공습 등 충동적인 군사행동은 역내 안정을 해치는 요인으로 비판받는다. 지난 2016년 이란과의 국교 단절을 선포하는 등 대 시아파 강경노선을 택하고 있다.

그는 자신에게 비판적인 세력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 냉혹한 군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 머물며 워싱턴포스트에 꾸준히 사우디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써오던 튀르키예 국적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도 2018년 그의 제거 대상 리스트에 올라 살해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는 2016년 초 사우디의 시아파 성직자 47명 집단처형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왕위 계승 과정에서 친위 부대를 이용해 자신보다 왕위 계승 서열이 높았던 사촌형 무함마드 빈나예프를 감금하고 왕세자 자리를 빼앗았다. 왕세자가 되고 나서 권력 안정을 위해 자신에게 도전할 만한 힘을 가진 유력 인물들 수백명을 호텔에 가두고 재산을 몰수하며 공격했다. 한국 정부와 재계가 특수를 기대하는 네옴 프로젝트 역시 강제철거 등 인권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카슈끄지 살해 지시 의혹에 대해 해명하라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쏟아지며 무함마드 왕세자는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듯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가 불거지면서 각국 정상들과 회담을 재개하는 등 외교무대에서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사우디의 인권 탄압을 비난하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까지 무함마드 왕세자와 회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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