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등장’ 김정은 딸, 손 잡고 ICBM 참관···김정은 “핵에는 핵으로”

18일 ICBM 발사, 김정은 현지지도

“최강의 능력 확보 확인” 성공한 듯

“적들의 광기에 초강경 보복의지”

김정은 딸 첫 공개···리설주도 참관

북한이 지난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시험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이 19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딸의 손을 잡고 ICBM 앞을 걷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현지 지도하며 “단호히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 대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ICBM 발사 현장에 동행한 김 위원장 딸의 모습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노동신문은 19일 “초강력적이고 절대적인 핵억제력을 끊임없이 제고함에 관한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최우선 국방건설 전략이 엄격히 실행되고있는 가운데 11월18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전략 무력의 신형대륙간탄도미싸일시험발사가 진행되였다”고 보도했다.

한국군은 전날 오전 10시15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장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한 바 있다.

신문은 “이번 시험발사는 조선반도의 군사정치 정세를 위험계선에로 집요하게 몰아가는 미국과 적대세력들의 무분별한 군사적대결 망동이 한계를 초월하고 주권국가의 자위권까지 사사건건 도발로 매도하는 위선적이며 강도적인 궤변들이 유엔무대에서까지 합리화되고 있는 간과할수 없는 형세하에서 결행되였다”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시험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이 1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이 현지에서 ICBM 발사를 지도했으며, 조용원 정치국 상무위원, 리일환·전현철 정치국 위원, 리충길 과학교육부장, 김정식 군수공업부 부부장 등 노동당 주요 간부들이 김 위원장을 수행해 참관했다.

신문은 “평양국제비행장에서 발사된 신형대륙간탄도미싸일 ‘화성포-17’형은 최대정점고도 6040.9㎞까지 상승하며 거리 999.2㎞를 4135초(68분55초)간 비행하여 조선동해 공해상의 예정수역에 정확히 탄착되였다”고 밝혔다.

전날 한국군은 최고고도 약 6100㎞, 비행거리 약 1000㎞로 탐지했다. 일본 정부는 ICBM이 69분을 비행해 일본 서쪽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시험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이 19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딸의 손을 잡고 ICBM 발사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신문은 “시험발사결과를 통하여 우리 국가전략무력을 대표하게 될 신형중요전략무기체계에 대한 신뢰성과 세계 최강의 전략무기로서의 위력한 전투적 성능이 뚜렷이 검증되였다”고 발사가 성공했다는 취지로 밝혔다. 한·미 당국이 실패로 평가한 지난 3일 ICBM 발사와 관련해 북한은 구체적인 보도를 하지 않은 바 있다.

김 위원장은 ICBM 발사에 대해 “우리의 핵무력이 그 어떤 핵위협도 억제할수 있는 신뢰할만한 또 다른 최강의 능력을 확보한데 대하여 재삼 확인하게 되였다”며 “최근 우리 국가주변에서의 미국과 적대세력들의 군사적 위협이 노골화되고 있는 위험천만한 정세는 우리로 하여금 압도적인 핵억제력 제고의 실질적인 가속화를 더 긴절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현 정세 하에서 미국과 남조선 것들을 비롯한 추종세력들에게 우리를 상대로 하는 군사적 대응 놀음은 곧 자멸이라는 것과 저들의 안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명한 선택을 재고하지 않으면 안되도록 더욱 명백한 행동을 보여줄 필요성”을 피력했다.

김 위원장은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해들려는 적들의 침략전쟁연습 광기에 우리 당과 정부의 초강경 보복 의지를 똑똑히 보여주어야 한다”며 “미 제국주의자들이 동맹국들에 대한 ‘확장억제력 제공 강화’와 전쟁연습에 집념하면서 조선반도와 주변지역에서 군사적 허세를 부리면 부릴수록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공세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지난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시험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이 19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딸의 손을 잡고 ICBM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최선희 외무상이 지난 17일 발표한 담화와 마찬가지로 지난 13일 ‘프놈펜 성명’에서 확인된 한국·미국·일본의 확장억제력 강화 움직임을 비난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강력한 경고를 내비친 셈이다.

김 위원장은 “적들이 핵타격수단들을 뻔질나게 끌어들이며 계속 위협을 가해온다면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는 단호히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 대답할 것”이라며 전략 핵무기 확대·강화를 위한 국방 전략을 재차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국방과학 연구 부문에서는 우리식의 주체전략 무기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며 대륙간탄도미싸일부대들과 모든 전술핵운용부대들에서는 고도의 경각성을 가지고 훈련을 강화하여 임의의 정황과 시각에도 자기의 중대한 전략적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ICBM 발사 현장에는 김 위원장 배우자 리설주 여사와 딸이 참석했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사랑하는 자제분과 여사와 함께 몸소 나오시여 시험발사 전 과정을 직접 지도해주시며 국방과학자, 전투원들을 열렬히 고무해주시고 국가핵전략무력강화를 위한 힘찬 진군길에 더 큰 힘과 백배의 용기를 안겨주셨다”고 전했다.

북한이 지난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시험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이 19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 딸과 리설주 여사가 김 위원장 발언을 듣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신문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 딸로 보이는 여자 아이는 김 위원장 옆에서 ICBM 발사 모습을 지켜보고, 김 위원장 손을 잡은채 발사대에 거치된 ICBM을 둘러봤다. 머리를 묶고 흰색 점퍼와 검은색 바지, 붉은색 신발을 착용했다. 김 위원장 딸이 공식석상에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설주 여사는 ICBM 발사 성공을 축하하는 듯 웃으며 박수를 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리 여사의 군사 훈련 참관 모습이 공개된 건 이번이 네번째다. 김 위원장 지도 아래 지난 9월25일부터 지난달 9일까지 진행된 전술핵 운용부대 등의 훈련을 참관한 바 있다. 김 위원장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ICBM 발사 성공에 기뻐하며 울부짖는 듯한 모습도 사진에 공개됐다.

북한이 지난 1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을 시험발사했다고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이 19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 배우자 리설주 여사가 ICBM 발사 현장에서 웃으며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 딸과 리 여사의 참관 모습을 공개한 것은 ICBM 발사 성공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ICBM이 실전화돼 안정적 체계 아래서 작동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발사)실패가 예견됐다면 (리 여사와 딸을) 데리고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신형 화성-17형 무기체계에 대한 상당한 신뢰감을 이미 갖고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발사된 화성-17형은 ‘괴물 ICBM’으로 불린다. ICBM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긴 22~24ｍ로 추정되며 기존 모델인 화성-15형(21ｍ)보다 길다. 최대사거리(1만5000㎞) 또한 화성-15형(1만3000㎞)보다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화성-17형은 다탄두 탑재형으로 개발돼 소형화된 핵탄두 2~3개를 실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전역을 사정권에 둔 화성-17형의 탄두가 상공에서 분리되면 미국 주요 도시들을 동시 타격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다만 이번 ICBM 발사가 성공했다고 해서 곧바로 무기화로 이어진다고 하긴 어렵다. 북한의 ICBM 발사 능력이 안정적 수준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화성-17형을 추가 발사해 성능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오는 29일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 5주년을 앞두고 ICBM을 추가로 쏘며 핵무력 고도화를 과시하려 들 수 있다는 전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김 위원장이 ICBM 발사 성공을 과시하며 “압도적인 핵억제력 제고의 실질적인 가속화” 등을 천명함에 따라 향후 7차 핵실험 실시 가능성도 재차 거론된다. 임을출 교수는 “적어도 전략·전술 무기체계의 지속적인 개발과 이를 최종적으로 검증하는 핵실험의 필요성을 더욱 증대시킬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