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성전환 후 강제전역’ 고 변희수 하사 순직 인정 안 해

박은경 기자

지난 4월 군사망진상규명위, ‘순직’으로 재심사하라고 요구

군인권센터 “인권 침해적 성격이 다분한 차별적 심사 결과”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강제 전역 판정을 받은 고 변희수 하사. 연합뉴스

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강제 전역 판정을 받은 고 변희수 하사. 연합뉴스

성별재지정(성전환) 수술 후 군에서 강제전역 처분을 받고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변희수 전 육군 하사의 순직이 인정되지 않았다.

육군은 1일 보통전공사상심사위원회를 열고 심사한 결과 변 전 하사의 사망을 ‘일반사망’(비순직)으로 분류했다. 육군 측은 “민간전문위원 5명, 현역군인 4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고 변희수 전 하사의 사망이 관련 법령에 명시된 순직 기준인 공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변 전 하사의 유가족이 재심사를 청구하면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에서 순직 인정 여부에 대해 재심사를 할 수 있다.

군인의 사망은 전사, 순직, 일반사망으로 나뉜다. 군인사법에 따르면 군인이 의무복무기간 중 사망하면 통상 순직자로 분류되지만, 고의·중과실 또는 위법행위를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 등에는 일반사망자로 분류할 수 있다. 이전까지 변 전 하사는 군에서 ‘전역 직후 숨진 민간인 사망자’ 신분이었다.

이번 심사는 변 전 하사가 지난 2월쯤 사망한 후 1년10개월 만이다. 지난해 10월 변 전 하사의 강제전역 처분이 위법하다고 법원 판결이 확정됐다. 지난 4월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변 전 하사 사망을 ‘순직’으로 재심사하라고 국방부 장관에게 요구했다.

앞서 군은 변 전 하사의 사망 시점을 주된 근거로 삼아 순직 심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육군은 변 전 하사가 2019년 받은 성별재지정 수술 이후 생긴 신체 변화를 ‘심신장애’로 규정하고 이를 근거로 2020년 1월23일 강제전역 처분했다. 변 전 하사는 강제전역으로 괴로워하다 2021년 3월3일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부사관 의무복무 만료일은 2021년 2월28일이었다. 국방부는 변 전 하사 사망일은 그가 사망한 상태로 발견된 3월3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만기 전역일 이후에 사망했으니 순직 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를 폈다.

진상규명위는 강제전역 처분을 받은 이후 변 전 하사의 심리상태가 급격히 악화한 점 등을 순직 심사 요청 근거로 꼽았다. 진상규명위 조사에서 변 전 하사의 지인들은 그가 군복을 벗은 이후로 우울 증세가 심해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법의학자 의견, 변 전 하사가 가족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읽은 시점 등을 근거로 사망 시점을 만기 전역 이전인 2월27일이라고 판단했다. 사망 사건을 수사한 경찰의 판단도 이와 같았다.

보통전공사상심사위는 군인 신분으로 군 복무 중 숨졌는지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인 사망 시점을 2월27일로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날 통화에서 “인권 침해적 성격이 다분한 차별적 심사 결과”라고 말했다. 임 소장은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권고한 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비율은 4%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순직 결정을 하지 않은 것은 육군이 가해자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의도이자 명백한 차별”이라고 했다.

앞서 법원은 군이 변 전 하사를 강제전역시킨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대전지법은 지난해 10월 변 전 하사 유족이 제기한 전역처분 취소청구 사건에서 “트랜스젠더 군인의 성적 정체성을 고려하지 않은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법무부가 육군에 항소 포기를 지휘하면서 이 판결은 최종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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