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 인권결의안 기권했던 정부, 본회의 표결에서 찬성으로 돌아서···‘가치외교’ 논란에 이례적으로 입장 바꿔

유신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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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유엔총회 산하 위원회에서 우크라이나 크림 지역 인권결의안에 기권했던 정부가 최종 표결인 본회의에서 찬성으로 돌아섰다. 정부는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 본회의 ‘크림 자치공화국 및 세바스토폴 인권 결의안’ 표결에서 찬성 쪽에 섰다. 지난달 이 결의안이 유엔 산하 제3위원회를 통과할 때 기권표를 던져 비판받았던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결의안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강제 합병한 크림반도 내 인권침해를 지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제3위원회 표결에서 기권한 뒤 그 이유에 대해 ‘정치·군사적 내용이 포함된 결의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제3위원회 표결에서 찬성 78개국·반대 14개국·기권 79개국으로 통과됐던 크림 인권결의안은 이날 본회의 표결에서는 찬성 82개국·반대 14개국·기권 80개국으로 채택됐다. 외교부 당국자는 결의안에 찬성한 배경에 대해 “보편적 가치와 인권을 존중하는 윤석열 정부의 입장을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유엔의 북한 인권 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는 등 북한 인권문제에 분명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월 제3위원회에서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 인권 탄압을 규탄하는 성명이 채택했을 때 동참하지 않은 데 이어 크림 인권 결의안에도 기권하자 강대국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이중적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국제무대에서 일관된 행동으로 뒷받침하기 어려운 ‘가치 외교’를 대외정책의 기조로 전면에 내세운 것에 대한 부작용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부가 이번 크림 인권결의안 본회의 표결에서 기존 입장을 바꿔 찬성으로 돌아선 것은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정부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존중이라는 기본적인 정책 기조에 대해 많은 오해와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면 우리가 지키려던 것보다 오히려 잃는 게 더 많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가 유엔에서 같은 결의안에 대해 다른 표를 던진 것은 흔지 않은 일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과거에도 입장을 바꾼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달라진 내용이 없는 결의안에 대해 한달 만에 입장을 바꿈으로써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미국·유럽 등 ‘유사 입장국’으로부터 압력이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외교부 당국자는 “그런 것은 없었다”면서 “유사 입장국과 동떨어져 있는 상황을 수정해야 한다는 게 재검토 요인이 됐다고 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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