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재벌개혁 구상, 모든 수단 동원 재벌 지배 완화

이호준 기자

편법 상속·증여 과세 강화 등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가 14일 내놓은 7가지 재벌개혁 과제는 재벌의 시장 지배력 완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쓰겠다는 강한 의지에서 나왔다. 신규 순환출자 금지나, 금산분리(금융 및 산업자본의 분리) 강화 등 앞서 다른 후보들이 내놨던 공약에 더해 ‘계열분리명령제 도입’이라는 강력한 재벌규제 방안 도입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계열분리명령이란 특정 대기업 집단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져 시장 지배력 남용과 독점 폐해가 발생할 경우, 정부가 직접 대기업에 계열사 매각을 통해 이를 해소할 것을 명령하는 일종의 ‘극약처방’이다.

대기업들이 무분별한 사업 확장으로 서민들의 골목 상권까지 위협하고 이렇게 벌어들인 부가 재벌에게만 집중되는 데다, 확장된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다른 시장 참여자들에게 부당한 압력까지 행사하는 현재의 상황을 몇 개의 개별 규제만으로 근본적으로 해소하기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정책이다. 비슷한 제도로 미국에 행정규제만으로 독과점 시정이 어려운 대형 독과점 기업에 대해 법원의 명령으로 기업을 분할하도록 하는 ‘기업분할명령제도’가 있지만, 정책의 핵심 표적이 ‘기업의 독과점 폐해 시정’이 아니라 ‘재벌의 시장 지배력 완화’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다만 안 후보는 계열분리명령제를 바로 일반 대기업 집단에 적용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경제시스템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계열분리명령제를 곧바로 도입하되, 일반 대기업 집단의 경우 재벌개혁 성과를 봐가며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설명이다. 안 후보는 “재벌 총수의 편법 상속과 증여 방지, 재벌 총수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 등 1단계 재벌개혁 조치를 추진하고도 결과가 미흡할 경우 제 2단계로 계열분리명령제 등 보다 강력한 구조개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 일가가 부당하게 부를 되물림하는 행위에 대한 제제를 강화한다는 대목도 눈에 띈다. 지난해 대기업 집단 소속의 광고, 시스템통합(SI), 물류 계열사 20곳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이들 계열사의 매출액 가운데 그룹 본사 등 계열회사와 거래한 비중이 평균 71%(2010년 기준)에 달할 정도로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는 만연한 상황이다. 이처럼 총수 일가 지분이 많은 비상장 계열사에 그룹의 일감을 몰아준 뒤, 상장 뒤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반칙’이 비일비재한 만큼, 편법 상속·증여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또 계열사 간 부당지원이나 일감 몰아주기의 경우 수혜 기업의 이득도 회수하는 한편, 일감 몰아주기로 이익을 얻은 지배주주에 대한 과세도 강화키로 했다.

‘회사기회 유용에 따른 부당이익에 대한 과세’ 방안도 주목할 부분이다. 시장 논리에 반해 불리한 조건으로 계열사와 계약해 회사에 피해를 주는 경우 여기서 나온 이익에 원천적으로 과세하겠다는 것이어서 일감 몰아주기 행태를 근절하는 해법이 될지 관심이 모인다.

재벌 총수의 불법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제재를 강화하는 방안도 내놨다. 이를 위해 일정 금액 이상의 횡령 및 배임에 대해서 집행유예를 방지하며, 공정거래법상 불법행위를 한 총수 등에게 과징금을 부과하고 집단소송 및 국가소송도 도입하기로 했다. 신규 순환출자는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분에 대해서도 단계적으로 해소토록 할 계획이다.

금융자본인 은행과 산업자본인 기업 간의 결합을 제한하는 금산분리도 재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기관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현 정부 들어 한 차례 완화된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한도를 다시 줄이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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