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사구팽’ 김종인, 경제정책 회견장에 안 나와

이지선·임지선 기자

“정치가 원래 그런 것… 모르고 온 것 아니다”

16일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4층 기자실에 박근혜 대선 후보가 경제민주화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나타났다. 진영 국민행복추진위원회 부위원장, 후보 비서실 소속 안종범·강석훈 의원과 함께였다. 행추위 사령탑이자 경제민주화추진단장을 맡은 김종인 위원장(사진)은 없었다. 새누리당 정강·정책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넣었던 김 위원장이 경제민주화 공약 발표장에 나타나지 않은 장면은 이른바 ‘김종인 토사구팽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박 후보는 기자회견후 ‘김 위원장은 왜 오지 않았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한참 답변하지 않다가 “내용은 다 알고 계신다”며 웃었다. 진영 부위원장도 같은 질문에 “참석하실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침에 통화가 안됐다”고 했다.

‘토사구팽’ 김종인, 경제정책 회견장에 안 나와

김 위원장은 경제민주화 최종안이 확정되기 전 박 후보에게 공약위를 열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를 최종 설득해보려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11일 박 후보가 측근들과 함께 나타나 ‘10 대 1’로 김 위원장과 논의했고, 김 위원장 주장은 관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공약위 2시간 전 불참을 통보했다.

당 안팎에서는 “토사구팽론이 현실이 됐다”(한 영남권 의원)는 말이 나왔다. 선대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은 박 후보의 양극화 해소 의지가 돋보이게 되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며 “그런데 이렇게 모양이 꼬여서 김 위원장만 우습게 됐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당이 어려울 때 경제민주화 브랜드로 살아났고 김 위원장은 경제민주화 공약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김 위원장은)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의원들과 함께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실망과 배신감을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당장 김 위원장이 박 후보와 결별할 것 같지는 않다. 김 위원장은 지방을 돌며 미리 약속된 강연 등은 소화하되 방송 일정은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의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벌의)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을 개선하지 않으면 같은 잘못이 반복될 수 있다”면서 “(경제민주화 공약이) 주로 규제로 돼 있는데 그것으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재벌) 소유구조에는 손을 대면 안되지만 지배구조에는 손을 댈 수 있다. 나는 행추위에서 만든 안을 검토한 것이지 직접 만들었으면 더 (강도가) 셌을 것”이라고도 했다. ‘결별설’ ‘토사구팽’ 이야기에 대해선 “내가 있고 없고가 무엇이 중요하냐” “정치라는 게 원래 그런 것이지 그런 것도 모르고 들어온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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