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혹, 대장동, 문재인 정부 차별화’ 이재명 넘어야할 세가지 장벽

정용인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021년 12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회대전환위원회 출범식을 마친 뒤 이 후보의 아들 도박 의혹 관련 사과 발언을 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021년 12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회대전환위원회 출범식을 마친 뒤 이 후보의 아들 도박 의혹 관련 사과 발언을 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12월 중순만 하더라도 비관적인 예측이 많았다. 경선 후유증과 ‘대장동 수렁’에 발목 잡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혀 있고, 그 추세가 3월 9일 대통령선거까지 쭉 갈 수 있다는 전망이었다. 그런데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비록 오차범위 내지만 12월 말에 들어서서 이재명 후보 지지율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 사이에서 ‘크로스오버’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낙관적 전망을 내놓는 것은 성급하다는 의견도 많다. 전문가들이 이재명 후보가 승리하려면 넘어서야 할 허들로 제시하는 것은 후보 본인과 아들 가족 리스크, 여전한 대장동 늪, 그리고 문재인 정부 차별화와 관련한 딜레마다.

■다시 촉발된 후보 가족 리스

이 후보 아들 동호씨의 해외 도박사이트 가입 및 사생활 의혹은 지난 12월 16일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해당 사이트인 포커고수 측은 이날 반박 공지글에서 “포커고수는 불법도박 게임 사이트가 아니며 단순히 포커라는 공통취미를 갖고 있는 게시판 중심의 인터넷 커뮤니티”라며 도박사이트 의혹을 부인했다. 같은 공지에서 이들은 “여러 매체에서 모 회원의 가입 e메일이 모 후보 자녀의 e메일과 일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하고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동일인물인지는 접근 권한이 있는 운영자도 확인이 불가능하며, 가입 e메일을 외부에서 볼 수 있는 방법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보도 이후 이 후보 측에서 “해당 사이트에 가입한 것은 아들이 맞다”라고 인정하면서 아들의 부적절한 처신과 관련한 리스크가 더해지게 됐다.

의문은 보도가 나온 경위를 두고 제기되고 있다. 유튜브 매체 등을 통해 주장된 ‘검찰 출신 측근 인사가 개입된 정치공작설’을 젖혀두더라도 아들 동호씨가 이 커뮤니티에 가입해 활동한 시점은 2019년 1월부터 2021년 7월로 확인된다. 7월 시점에 동호씨는 운영자에 요청해 자신이 남긴 글을 삭제했다. 실제 이 사이트에서 이씨가 썼다는 닉네임으로 검색을 해봐도 남아 있는 활동 흔적은 없다. 그렇다면 12월 16일 보도된 내용은 7월 시점 이전에 후보자 네거티브용으로 캡처된 것으로 추정될 수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과거 학력조작 논란이 거세지자, 일종의 물타기용으로 꺼내든 카드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언론이 보도한 이 후보자 가족 관련 네거티브가 야권이 쥐고 있는 카드의 일부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당장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흘러나온 동호씨가 남긴 다른 행적 중엔 아직 본격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폭발력이 있는 사안이 상당해 보인다. 여기에 동생 윤호씨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과거 불거졌던 ‘혜경궁 김씨’ 의혹도 다시 가족리스크로 재소환되는 양상이다. 권혁기 민주당 선대위 공보부단장은 관련 의혹에 대해 “있는 사실 그대로 책임지는 자세로 임할 것이지만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서는 시시비비를 명확히 밝히고 유포한 사람들에게는 상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우리 허물을 감싸고 숨기려 들지 않고 국민의 판단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대장동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소강상태로 머무르던 대장동게이트는 핵심 관련 인사인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결국 대선이 치러질 3월까지 계속될 악재가 아니냐는 우려가 여권 주변부에서는 나오고 있다. 실무총괄자로 대장동 의혹 ‘참고인’ 조사를 받아온 김 처장은 대장동 의혹의 핵심 쟁점인 대장동 사업협약서에서 초과이익환수 조항이 빠진 경위를 두고, 자신을 포함한 실무진은 초과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고 언론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전체 맥락에서 김 처장 진술을 보면 그런 의견을 냈으나 ‘상부 선’에 의해 묵살되었다는 뜻이 된다. 다시 말해 대장동 특혜사업설계에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후보가 관여돼 있다고 주장하는 야권의 시각에서는 김 처장은 이 후보에게 불리한 참고인이었다. 유족 측은 12월 22일 김 처장의 극단적 선택에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중징계와 고발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여야 모두 상대방 측 책임이라고 미루고 있는 특검이 대선 전 이뤄질지 여부다. 만약 전격적으로 특검이 만들어진다면 별도의 특검법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특검 활동 종료 시점은 대선 투표일을 넘어서게 된다. 다시 말해 20대 대선의 성격이 ‘대장동 의혹 규명 대선’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대장동 이슈가 이번 대선의 ‘3대 쟁점’의 하나가 될 수는 있지만 당락을 좌우할 이슈에서는 벗어났다는 평가도 있다. 신철우 시사평론가는 “여러 설이 많았지만 어느 누구도 사실관계를 확정할 증거는 제시되지 않았다”며 “이 상황까지 왔으면 본격 대선국면이 된다고 하더라도 확실한 증거가 나올 리는 만무하다”고 말했다. 과거 사건에 관련한 실무자의 극단적 선택으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긴 했지만, 윤석열 후보 측에 제기된 ‘고발사주 의혹’처럼 다른 큰 이슈로 논쟁의 초점이 자연스럽게 이동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가 2021년 12월 23일 중구 달개비 식당에서 열린 오찬회동 후 인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이낙연 전 대표가 2021년 12월 23일 중구 달개비 식당에서 열린 오찬회동 후 인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 딜레마

“분명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문제는 어떤 타깃층을 상대로 해서 차별화하는지 잘 모르겠다.”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의 말이다. 선거에서 기본공식은 집토끼를 잡은 뒤 산토끼를 잡는 것인데, 현재 이재명 후보의 경우 집토끼조차 단속을 못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호남 지지율도 60~70%대를 기록하고 있는데 민주당 후보에게 80~90%를 몰아주던 과거 선거 분위기와는 확실히 많이 바뀌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호남조차 이재명을 믿지 못한다.” 선거 승리를 위해 중도층 확장은 중요하지만 그 전에 앞서서 자기 지지층을 단속해놓는 것이 필요한데 이 후보의 현재 전략은 예컨대 경선에서 자신에 반대해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했던 강성친문은 버리고 중도로 가는 전략을 선택했기 때문에 ‘밑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차별화 전략이라는 평가다.

그럼에도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여러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오차 범위 내에서 초접전을 기록하고 있다. 이 후보 측에서는 “승기를 잡았다”는 낙관론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한마디로 말해 이재명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이 지지 않을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문제는 상대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상대가 계속 자살골, 그것도 퇴장을 자처하는 수준의 자살골이 너무 많아 벌어지는 일이다. 이기는 것과 지지 않는다는 건 분명 다르다. 정권교체 심리는 비교적 강하지만, 윤 후보는 온전히 흡수할 능력도 여지도 없어보인다. 이재명의 입장에서는 결코 자력으로 자기가 골을 넣어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자살골을 여러 골을 넣어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런데 선거결과는 지지 않으면 그게 이기는 것이다. 저쪽이 워낙 헤매 지지율이 40% 초반대에 머무르면 이재명이 이길 수 있다.” 이 소장은 ▲정책이나 역사 인식에서 대중 추수주의로 비칠 수 있는 점 ▲이득보다 손해가 많은 정제되지 않은 말 ▲잘못된 비판이나 공격에는 분연히 맞서야 하는 게 맞지만 남이나 외부, 특히 언론 탓을 하는 것 등도 이 후보가 극복해야 할 숙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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