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해결, 한·일 비핵선언이 출발점”

홍진수기자

한·일 진보 국회의원 ‘비핵화’ 대담

대담 :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 
히라오카 히데오 일본 민주당 의원
사회 :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과 일본 민주당의 히라오카 히데오 의원이 경향신문 이대근 논설위원(오른쪽부터)의 사회로 지난 23일 경향신문 인터뷰실에서 북한 핵 문제 등과 관련해 대담을 하고 있다. |  강윤중기자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과 일본 민주당의 히라오카 히데오 의원이 경향신문 이대근 논설위원(오른쪽부터)의 사회로 지난 23일 경향신문 인터뷰실에서 북한 핵 문제 등과 관련해 대담을 하고 있다. | 강윤중기자

다음달 8일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한을 방문한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 핵문제의 해법이 나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해법은 모든 지구상에서 핵무기가 사라지는 것이다. 진보신당의 조승수 의원과 일본 민주당 히라오카 히데오 의원이 지난 23일 경향신문사에서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의 사회로 북한 핵 문제를 포함해 ‘비핵화’를 주제로 대담을 했다. 두 의원은 대담에서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압력이나 제재로는 북한의 핵 문제를 풀 수 없다”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대화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히라오카 의원은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의 민주당 정권은 과거 자민당과 달리 북한에 대해 유연하게 대응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재선의 조 의원은 그동안 비핵화야말로 진보의 핵심적 가치임을 역설해왔다. 민주당 핵군축의원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히라오카 의원은 일본 정계에서 핵무장론을 불식시키고 ‘동북아 비핵지대화’가 확고부동한 민주당의 당론으로 자리잡게 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대근 논설위원(이하 이) = 내년에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검토 회의가 예정돼 있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비핵화에 대해 강조할 것이다. 북핵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북핵 문제는 여전히 정체되고 있다. 제재와 압박으로 갈수록 위기가 오고, 북·미 대화가 막힐 수도 있다. 북한이 핵을 가질 필요가 없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북·미 대화를 통해 비핵화 환경을 조성하면 기회가 올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한다.

조승수 의원(이하 조) = 한국 중심으로 보면 3차 북한 핵실험 이후 여전히 6자회담이 교착 국면이다. 그러나 보즈워스의 방북 등으로 해서 새로운 돌파구가 열려가는 시점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기회다. 그러나 달라진 여건에 잘 적응하지 못하면 모처럼 온 해빙무드를 깨버릴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천착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

히라오카 히데오 의원(이하 히라오카) = 북핵은 압력이나 제재 일변도로는 해결이 안 된다. 핵 포기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어떤 때는 북한의 주장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하토야마 총리도 자민당 정권 때는 북한에 대해 ‘대화와 압력’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지난 8월 중의원 선거 때 텔레비전 방송에서 북한의 정책에 대해 ‘대화와 협조’로 문제를 풀겠다고 이야기했다. 민주당 정권은 자민당과 달리 북한에 대해 유연하게 대응할 용의가 있다.

조 = 미국과 일본 정권이 그 어느때보다 평화적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국 정부만 이런 상황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권을 상실하면서, 퇴행적으로 가고 있는 부분이다. 큰 흐름에서 보면 굉장히 부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히라오카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프라하 연설에서 핵 없는 세계를 표명했다. 하토야마 총리도 안보리 이사회 정상회담에서 핵폐기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뿐만 아니라 민주당 선거공약에서 동북아시아 비핵화 계획도 밝혔다. 틀이 갖춰져 가고 있다. 이는 북한에 구체적인 제안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이 = 한국 국민 대다수는 북한이 핵을 가져서 평화체제가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반대로 평화체제가 안돼서 북한이 핵을 보유했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결국 선후의 문제가 아니라 동시에 진행돼야 하는 문제다. 한·미·일 3국이 그동안 비핵화만 요구했지 환경을 바꾸려는 노력은 별로 하지 않았다.

조 = 주요한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한국과 일본의 비핵지대 선언이 출발이 될 수 있겠다. 구체적인 프로세스와 정치권, 시민단체(NGO)의 노력이 과제다. 군축이라든지 한·미동맹, 주한미군 등 여러 문제가 같이 제기돼 있지만 NPT 체제 복귀, 북핵 검증, 국제사회 지원 등등이 풀려가는 국면이다. 내년에는 더 역동적으로 굴러갈 것으로 본다. 그때 남북한과 미국, 또는 중국 등의 평화선언이, 당장 평화협정으로 가지 않더라도 중요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히라오카 = 민주당도 비핵지대 방안을 어느 타이밍에 내놓느냐가 문제다. 북한에 핵을 포기하면 어떤 세상이 펼쳐지는지, 어떤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면 좀 더 전향적인 자세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일 양국 정부가 먼저 정치선언 등을 내놓고 평화체제로 간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조 = 북핵 해결을 전제로 하는 여러가지 계획과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모처럼 동북아 주변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는 여건이 성숙하고 있다. 정상선언이나 평화선언이 고리가 되어 핵 없는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미국과 일본의 정권 변화가 호기의 핵심이다. 이때 이른바 역진이 불가능하도록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 정권적 차원의 변화가 있다하더라도 과거로 회귀하지 않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히라오카 = 역진이 불가능하게 구조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보다 먼저 한국 국민에게 널리 알려줘야 한다. 세계에는 비핵화 바람이 불고, 핵 없는 세계에 대한 의지가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또 일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왜 일어나는지, 또 그런 것들이 한반도에서 일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줬으면 한다.

이 = 한반도에서는 오랜 냉전과 남북대결이 계속됐다. 탈냉전과 냉전의 과도기에 있다. 냉전적 분위기가 남아있어서 20년간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다. 1차적 책임은 북한에 있지만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정부와 시민의 의식도 바뀌지 않았다. 정부와 시민들 인식변화가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조 = 위기 때마다 한반도가 전쟁으로 치닫지 않았던 가장 큰 억제력은 한국의 보통시민들이 가지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전쟁은 안된다’는 의식이었다. 이런 높은 의식이 한국 사회와 일본 사회에 꾸준히 형성되는 것, 또 어떤 정권이 와도 비핵화와 세계평화에 역진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노력이 우리 앞에 있는 가장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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