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두 달… 김일성식 감성정치로 ‘유일 지도체제’ 승계

전병역 기자

김정은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북한의 최고권력자가 된 지 두 달이 됐다. 지난해 12월17일부터 ‘김정일 없는 북한’이 두 달간 이어져왔지만 북한에서 이상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주도하는 ‘집단지도체제’를 전망했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아버지 못지않은 ‘유일지도체제’이다. 후계수업 3년에 공식 후계자 등극 1년여 만에 북한을 이끌게 된 김정은 체제가 예상보다 더 잘 짜여진 틀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는 의미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영결식 다음날인 12월29일 중앙추도대회에서 “김정은은 최고영도자”라고 공언했다. 권력 세습이 김 위원장의 계획표대로 이뤄졌음을 뜻한다. 이튿날 김정일의 유훈이라며 김정은은 군 최고사령관에 올랐다. 대장 계급을 갖고 있는 김정은이 최고사령관이 될 수 있다는 역설은 튼튼한 권력기반이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영구차를 호위한 장성택 부위원장, 리영호 군 총참모장,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등 실세들이 김정은 체제를 떠받들고 있다. 리영호, 김정각은 16일 김정일의 70회 생일인 광명성절 열병식 때 모두 주석단 아래로 내려가 김 부위원장에게 다시 충성을 맹세했다. 이례적이고, 김정은 1인체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리영호가 “인민군대는 설사 지구가 깨지고 하늘땅이 열백번 뒤집힌다 해도 당과 영원히 운명을 함께하겠다”고 말했듯 공동운명체다.

장성택이 실세이긴 하지만 외부에서 과대평가했다는 시각도 힘을 얻고 있다. 북한 군부에는 리영호와 김영춘 차수 등 장성택보다 더 높은 간부들이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장성택이 계급이 높은 리영호와 김정각, 김영춘 차수를 제치고 김정은 최고사령관에게 섭정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 중앙군사위에서도 장성택은 ‘위원’에 불과하지만, 리영호는 ‘부위원장’이다. 장성택이 젊은 김정은의 ‘조언자’일 수는 있지만 ‘섭정자’로 헷갈려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정 연구위원은 “김정은의 ‘유일적 영도체제’가 급속히 수립되고 있는데도 한국과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 ‘장성택 섭정 지도체제’ 가능성을 계속 제기하는 것은 북한 체제를 정확히 모르거나, ‘희망적 사고’에 기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새해 첫날부터 군부대 시찰 위주로 활발한 대내활동을 펴왔다. 최고권력자로서의 입지 강화는 군권 장악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김 부위원장의 총 21회 공개활동 중 14회가 군부대 시찰이었다고 정부 당국은 집계했다. 새해 첫날 찾아간 곳도 한국전쟁 때 서울을 점령했던 ‘근위서울류경수 105탱크사단’이었다. 1월에만 군부대 8곳을 둘러봤다. 군간부 양성소인 만경대혁명학원 방문과 인민군 군악단 연주회 관람을 포함하면 군 관련 공개활동은 더 많다. ‘선군정치’를 이어갈 것임을 암시한 것이다.

아버지와 다른 점도 있다. 김 부위원장은 초반부터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군부대에서는 내무반 마룻바닥을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장병과 단체사진을 찍을 때 옆에서 눈물 흘리는 지휘관의 손을 잡아주기도 했다. 안내하는 여군과 팔짱을 끼고 걷고, 만경대혁명학원에선 어린 학생들에게 “추운 날씨인데 왜 장갑을 끼지 않았나, 손은 시리지 않은가”라고 물었다. 장병들의 노래를 들은 뒤 “노래반주기의 조작을 잘하지 못해 점수가 평가되지 않은 것이 아쉽다. 제대로 평가됐으면 아마 100점이었을 것”이라고 덕담을 하기도 했다. 평양의 놀이공원인 개선청년공원 유희장에서는 “최신설비를 꼭 체험해봐야겠다. 설마 좌석으로부터 떨어지지 않겠지”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신격화된 ‘백두혈통’ 이전에 ‘다정한 젊은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 부위원장의 모습은 아버지보다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을 닮았다. 젊은 지도자로서 친근하게 다가서는 자세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며 경험부족 우려를 덮고 3대세습의 정통성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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