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스커드, 무수단, 화성, 북극성, KN…알쏭달쏭 북한 미사일 식별법

김재중 기자

노동, 스커드, 무수단, 화성, 북극성, 광명성, KN…. 북한이 각종 미사일을 수시로 시험발사 하면서 등장하는 미사일 이름도 다양해지고 있다.

북한은 최근 미사일 수준을 과시하면서 이름과 성능, 재원 등을 ‘친절하게’ 대외적으로 공표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4일과 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면서 ‘화성-14형’이라고 불렀다. 북한은 지난 23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 현지지도 소식을 보도하면서 ‘북극성-3’, ‘화성-13’ 등 새로 개발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개념도를 노출시키기도 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를 시찰할 때 등장한 ‘수중전략탄도탄 북극성-3’이라고 적힌 미사일 설명판(붉은 원). 연합뉴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를 시찰할 때 등장한 ‘수중전략탄도탄 북극성-3’이라고 적힌 미사일 설명판(붉은 원). 연합뉴스

이처럼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가 빈번해지고, 외부에 노출시키는 정보의 양도 많아지면서 일반인들이 느끼는 혼란도 늘었다. 북한 미사일에 대해 북한이 스스로 붙인 이름과 한국이 붙인 이름, 그리고 한·미 군사·정보 당국이 붙인 이름이 제각각인 점도 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북한이 미사일 명칭에 대해 대외적으로 공표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어서 한국과 미국은 각자 이름을 붙여서 불러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북한 미사일 명명 체계에 대해선 아직 완벽하게 알려진 것도 아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를 시찰할 때 등장한 ‘화성-13’이라고 적힌 미사일 설명판(붉은 원). 연합뉴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를 시찰할 때 등장한 ‘화성-13’이라고 적힌 미사일 설명판(붉은 원). 연합뉴스

■스커드, 노동, 무수단, 대포동

북한은 1970년대부터 미사일 연구·개발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초기 북한의 미사일 개발은 소련제 스커드(SCUD) 미사일을 제3국으로부터 들여와 중국 등의 도움을 받아 역설계 하는 방식으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커드라는 이름은 제조국인 소련이 붙인 것이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붙인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이 당시 북한이 개발해 실전 배치한 사거리 300~500㎞ 가량의 미사일을 그냥 스커드라고 부르면서 계열은 같지만 변형된 것은 뒤에 B와 C, ER 등을 붙여 구분했다.

북한이 지난달 28일 화성-14형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뒤 공개한 발사장면.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28일 화성-14형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뒤 공개한 발사장면. 연합뉴스

이후 북한은 사거리를 늘린 미사일들을 속속 개발했다. 남한은 1990년대에 새로운 북한 미사일이 인지되면 그 미사일이 최초 발견된 지역을 해당 미사일 이름으로 사용했다. 우리 귀에 익은 노동, 대포동, 무수단 등이 그렇게 붙은 이름이다. 각각은 함경북도에 함주군 노동리, 함경북도 화대군 대포동을 나타낸다. 대포동의 지명은 이후 무수단이 됐고, 남한이 무수단이라고 부르는 미사일 이름도 여기서 나왔다.

서정미 안양대 교수 ‘북한 미사일의 명칭 연구’(2017년 6월 국제어문학회 제88차 전국학술대회 발표 논문)에서 인용.

서정미 안양대 교수 ‘북한 미사일의 명칭 연구’(2017년 6월 국제어문학회 제88차 전국학술대회 발표 논문)에서 인용.

■KN

북한 미사일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한·미 당국은 북한 미사일에 대한 체계적인 분류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한·미 당국은 북한 미사일에 대한 감시체계를 강화하면서 기존의 북한 미사일, 그리고 북한이 새롭게 개발중이거나 실전배치한 미사일에 대해 KN이라는 이니셜 뒤에 숫자를 붙이는 식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KN은 북한을 뜻하는 ‘Korea North’에서 온 것이다.

‘KN-01’은 북한이 보유한 함대함·지대함 미사일에 한·미 당국이 붙인 코드명이다. 노동 미사일은 ‘KN-03’, 무수단 미사일은 ‘KN-07’이다. 북한이 지난달에 시험발사한 ICBM 미사일 ‘화성-14’형은 ‘KN-14’, 북한이 괌 포위사격에 사용하겠다고 위협한 ‘화성-12’형은 ‘KN-17’에 해당한다.

KN은 탄도미사일에만 붙는 것은 아니다. 사거리가 긴 대형 방사포 등도 KN 명명 체계에 들어와 있다. 다만 한·미 군 당국은 언론 등을 통해 알려져 있는 위와 같은 KN 분류체계에 대해 공식적으로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현재 한·미는 ‘KN-18’까지 이름을 부여한 것으로 보이지만 추가로 몇번까지 이름을 더 부여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북한이 지난 2월 시험발사한 북극성-2형 발사 장면.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2월 시험발사한 북극성-2형 발사 장면. 연합뉴스

■화성, 북극성, 은하, 번개

앞서 기술했듯 북한이 자신의 미사일 이름을 공개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이를 통해 북한이 화성, 북극성, 은하 등 우주와 관련된 단어들을 미사일 이름에 애용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졌다.

북한이 공표한 것들을 종합하면 액체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미사일에는 ‘화성’,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미사일에는 ‘북극성’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은하’는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남한에서는 대포동이라고 부른다. 북한은 위성을 탑재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때 초기에는 인공위성 이름을 ‘광명성’이라고 하고 발사체를 ‘은하’라고 불렀지만 지난해 2월 마지막 발사 때는 발사체 자체도 광명성이라고 불렀다.

한·미 당국이 ‘KN-01’이라고 부르는 미사일을 북한이 ‘금성’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는 설도 있다. 이밖에도 ‘번개’나 ‘독사’ 같은 날렵하고 강인한 이미지를 주는 명칭도 확인됐다.

서정미 안양대 교수는 지난 6월 열린 국제어문학회 제88차 전국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 ‘북한 미사일의 명칭 연구’에서 “북한 미사일 명칭은 단순히 지시적 기능보다 선전선동과 정권생존을 위해 전략적으로 ‘명명적 의미’와 ‘관련적 의미’에 따라 부여되었다”면서 “북한의 언어, 특히 새로이 부여된 이름은 외형적으로 나타난 것보다 감추어진 의미와 행간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북한 스스로가 특정 명칭에는 그 명칭을 지은 사람이 가진 염원과 기대, 사회적인 지향, 요구 등이 반영되는 동시에 그 이름으로 인해 연상되는 의미가 함께 담긴다고 밝히고 있으므로 이를 동시에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012년 12월 보도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발사되고 있는 북한 장거리 로켓 은하3호.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012년 12월 보도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발사되고 있는 북한 장거리 로켓 은하3호. 연합뉴스

■‘형’과 ‘호’

북한이 미사일 이름을 공개할 때 뒤에 붙이는 ‘형’과 ‘호’도 관심사다. 북한은 개발 중인 미사일에 대해선 ‘형’, 개발을 완료한 미사일에 대해선 ‘호’라고 부른다는 것이 중론이다. 예를 들어 개발 중인 미사일은 ‘화성-1형’이라고 부르고, 개발이 완료되면 ‘화성-1호’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형과 호에 대한 기준을 바꾼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과거에는 개발 단계에 ‘형’, 개발 완료 단계에 ‘호’라는 이름을 붙인다는 관측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군사용 미사일에는 ‘형’, 인공위성 발사체라고 주장하는 것에는 ‘호’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북한이 화성, 북극성 등 군사용에는 ‘형’, 인공위성 발사체라고 주장하는 은하에는 ‘호’라고 부르는 추세가 최근 나타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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