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변형된 리비아 모델 염두”…북 비핵화 방식 구체화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미국 양보 전 핵무기·미사일 등 완전 포기·반출 압박

북한 입장과 배치…제재 해제·비핵화 순서 연동 ‘쟁점’

볼턴 “변형된 리비아 모델 염두”…북 비핵화 방식 구체화

북·미 정상회담 준비가 속도를 내면서 핵심 쟁점인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입장도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결단 가능성에 기대감을 표하면서도 비핵화 방식을 두고는 북한과 분명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중동을 순방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9일(현지시간) ABC 인터뷰에서 비밀 방북 및 김 위원장 면담과 관련해 “목적은 (비핵화) 성취에 대한 기회가 있는지를 알아보려는 것이었고, 나는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대화 진정성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폭스뉴스와 CBS 인터뷰에서 비핵화 방식과 관련해 “우리는 2003~2004년 리비아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양보하기 전에 북한이 핵무기와 핵연료, 미사일을 완전히 포기하고 반출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그게 비핵화의 의미”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북한이 핵포기를 위한 전략적 결단을 했다는 점을 증명할” 첫 번째 조치는 핵 사찰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제적인 검증 과정을 거쳐 핵무기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것을 전적으로 완전히 공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b>폼페이오 만난 일본 외무상</b>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30일(현지시간) 요르단 암만에서 회담을 앞두고 악수하고 있다. 암만 | 교도연합뉴스

폼페이오 만난 일본 외무상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30일(현지시간) 요르단 암만에서 회담을 앞두고 악수하고 있다. 암만 | 교도연합뉴스

볼턴 보좌관은 핵폐기 논의의 참고 모델로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거론했다. 그는 “당시 북한은 핵무기는 물론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 준비에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 토대가 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북한의 비핵화에 맞춰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 중단을 약속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절대 그런 약속을 한 바 없다”고 잘랐다. 미국이 불가침을 약속하면 핵을 포기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증거를 볼 때까지 수사에 회의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재 완화는 협상을 어렵게 할 것”이라며 경제 제재 완화는 북한의 비핵화 행동 이후로 설정했다. 볼턴 보좌관은 “탄도미사일, 생화학무기, 미국인 인질, 일본인 납치도 얘기될 것”이라고 정상회담 의제를 제시했다.

완전한 비핵화 이후에 관계 정상화 등을 논의할 수 있다는 리비아 모델은 북한의 단계적, 동시적 비핵화 입장과 충돌한다. 리비아 모델을 트럼프 정부의 고정된 입장으로 보기는 어렵다. 당장 볼턴 보좌관도 “리비아 프로그램은 훨씬 작았다. 분명히 차이는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날 발언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의지를 강조하며 북한을 압박하려는 측면이 강해 보인다. 실제 리비아는 핵개발의 단계와 기술력, 정치적 측면에서 북한과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안전보장 등 미국의 상호적인 보상 조치가 없는 일방적 비핵화를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대북 제재 해제를 비핵화 순서와 어떻게 연동시킬지도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 정부가 변형된 리비아 모델이란 입장을 공개해 압박에 나선 만큼 북한의 대응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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