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요구’는 길고 구체적…‘보상’은 짧고 원론적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탄도미사일·생화학무기 모두 폐기 “매우 빠른 이행을”

반대 급부로 대북제재 해제·경제 지원·체제안전 보장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 쟁점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보상 조치다. 비핵화와 보상에 무엇을 포함시키고, 이들을 어떤 순서로 배치할지가 관건이다. 미국 정부는 다음달 12일 북·미 정상회담 개최 일정을 확정한 이후 북한에 대한 요구와 반대급부 리스트를 담은 비핵화 로드맵을 조금씩 구체화하고 있다. 원하는 것은 구체적이고 길지만 보상 약속은 짧고 원론적인 수준이다. 상응 조치의 순서를 둘러싼 입장차도 여전하다.

미국이 북한에 요구하는 핵심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로 요약된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3일(현지시간) ABC와 CNN에 출연해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미 만들어놓은 모든 핵무기는 폐기해서 미국 본토로 반출해야 한다. 1992년 체결된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명시했듯이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능력도 제거해야 한다. 핵무기를 실어나를 수 있는 탄도미사일과 생화학무기도 폐기 대상이다. 심지어 납치 문제까지 의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볼턴 보좌관은 핵폐기 검증을 위해 북한이 관련 시설을 모두 공개하고 개방적 사찰을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사찰 과정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역할을 하겠지만 핵무기 해체는 미국이 직접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핵화 이행에 대해선 “매우 빨리”를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CBS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더 크고, (이전과) 다르고, 더 빠른 비핵화”를 요구했다. 브라이언 훅 국무부 선임 정책기획관은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인 2020년까지 비핵화 완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북한의 비핵화와 교환하기 위해 미국이 제공할 것은 경제 지원과 체제 보장으로 요약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가 이뤄진다면 대북 제재 해제는 물론 민간 자본의 대북 투자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11일 공약한 “한국과 같은 수준의 번영”을 위한 방법론의 일부를 소개한 것이다. 볼턴 보좌관도 “북한에 대한 무역과 투자를 개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두 사람은 미국 시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정부 차원의 원조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정권에 대한 확실한 안전보장도 약속했다. 볼턴 보좌관은 “세계와의 정상적인 관계”를 거론하며 북·미관계 정상화 가능성도 내비쳤다.

현재 미국이 공개한 비핵화 로드맵에는 북한에 줄 것보다는 받을 것이 많아 보인다. 이는 먼저 강수를 둠으로써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것이자 북한에 너무 많은 양보를 한다는 국내 비판여론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북한과의 물밑 협상에서는 구체적 보상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핵폐기와 보상을 주고받는 순서를 정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선 비핵화, 미국의 후 보상을 강조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당신이 X를 주면 우리가 Y를 주는 방식은 이전에도 해왔지만 계속 실패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원하는 단계적·동시적 이행과 충돌하는 부분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노력해야 할 구체적인 사안들이 많이 남았다”며 북한과의 추가 협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북·미가 자신의 입장을 끝까지 고수할 경우 협상 전망이 낙관적이지는 않다. 그래서 양측이 협상 진전을 위해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완전한 비핵화 이후에나 상응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한 로드맵 타결이 불가능한 만큼 트럼프 정부도 절충안을 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타협안을 도출하기 위한 한국과 중국의 중재 노력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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