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고출력 고체연료 발동기 시험 성공”…ICBM 기동성 높여

박광연·박은경 기자

지난달 신형 ICBM 발사 이어 추진력 향상된 엔진 기술 개량에 성공

김정은 “신형 전략무기 출현 기대”…미 전역 사정권 둔 ‘핵무력’ 속도

지상분출시험서 화력 내뿜는 엔진 북한이 지난 15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고출력 고체연료 발동기의 지상분출시험을 하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지상분출시험서 화력 내뿜는 엔진 북한이 지난 15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고출력 고체연료 발동기의 지상분출시험을 하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에 장착할 수 있는 고체연료 엔진 시험에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지난달 신형 ICBM 발사에 이어 엔진 기술 개량에 성공하며 핵무력을 강화했다. 향후 고체연료 ICBM 발사 등을 거쳐 새로운 전략무기 개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국방과학원 중요연구소에서 15일 오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되는 140tf(톤포스·140t 중량을 밀어 올리는 추력) 추진력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 지상분출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시험 결과 모든 기술적 지표들이 설계상 값과 일치되고 그 믿음성과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엄격히 확증됐다”며 “또 다른 신형 전략무기체계 개발에 대한 확고한 과학기술적 담보를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현장을 참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제시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의 전략무기 부문 최우선 5대 과업 실현을 위한 또 하나의 중대문제를 훌륭히 해결한 데 대해 높이 평가하고, 최단기간 내에 또 다른 신형 전략무기의 출현을 기대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실시된 고체연료 발동기의 지상분출시험 현장을 방문한 모습을 조선중앙TV가 1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실시된 고체연료 발동기의 지상분출시험 현장을 방문한 모습을 조선중앙TV가 1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고체연료 추진 방식은 발사까지 준비시간이 짧고 즉응성이 뛰어나 사전탐지가 어려운 데다 기동력까지 갖춰 북한이 오랫동안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 기술이다. 북한은 고출력 고체연료 로켓엔진 개발을 단거리에서 중장거리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해왔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액체연료 미사일에 비해 이동식 발사대(TEL)에 싣기 용이하며, 발사 준비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평가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고체연료 미사일은 한·미 정찰 탐지를 배제하며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9월 핵 선제공격을 명시한 핵무력 법제화와 10월 전술핵 운용부대 훈련 공개, 11월 화성-17형 ICBM 발사시험 성공 등 핵무력 고도화 작업을 진행해왔다.

북한은 2016년 3월 고출력 고체연료 로켓엔진 지상분출 및 계단분리 실험을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새로운 도약대를 마련했다. 영원히 잊지 못할 날”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이를 바탕으로 그해 4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1형을 발사했고, 2017년 2월 고체엔진을 탑재한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 북극성 2형을 TEL에서 쐈다.

북한은 당초 무수단 미사일 엔진을 기반으로 한 ICBM 대출력 엔진을 ICBM급인 KN-08과 그 개량형인 KN-14에 장착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2016년 8차례나 무수단 미사일을 시험발사했지만 한 차례만 빼고는 모두 실패했다. 이에 격노한 김 위원장이 고체연료 추진 기술로 방향을 전환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중간 단계적 의미를 띠는 북극성 2형 성공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고체연료 추진 ICBM 개발에 착수했다. 2017년 8월 ICBM용 소재를 개발하는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를 방문한 김 위원장은 “고체 로켓엔진과 탄두를 꽝꽝 생산하라”고 지시했다. 2018년 북한군 건군 70주년 열병식서는 고체연료 단거리 탄도미사일 KN-23을 처음 공개하기도 했다.

북한이 개발한 ICBM 중 최신형인 ‘화성-17형’의 1단 엔진은 80tf의 구소련 RD-250 트윈 액체연료 엔진 2개를 클러스터링(결합)해 160tf가량의 추력을 내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에 시험한 엔진은 1개만으로도 140tf의 출력을 낸다. 북한 발표가 사실이라면 미국의 대표적 ICBM인 ‘미니트맨-3’보다도 크다. ‘미니트맨-3’는 총 3단으로 구성됐는데 고체연료 1단 엔진의 추력이 80tf 수준이다.

북 “고출력 고체연료 발동기 시험 성공”…ICBM 기동성 높여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고체연료 엔진은 통상 함경남도 함흥에서 연구·개발·생산한다. 이번 시험이 장거리 발사체 관련 시설인 동창리에서 이뤄졌다는 점도 ICBM에 고체연료 엔진을 적용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다.

김 위원장이 “최단기간 내에 또 다른 신형 전략무기의 출현을 기대”함에 따라 핵무력 개량 작업은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체연료 엔진은 SLBM과 인공위성 운반 추진체 등에도 장착할 수 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번에 시험한 엔진은 최근 열병식에서 공개한 북극성 5ㅅ형 엔진으로 보인다”면서 “공개된 사진에서 고체엔진 직경이 2m 안팎으로 보여 추진력이 140tf까지 나올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북한은 실제 ICBM에 적용할 더 직경이 큰 고체연료 엔진을 추가 개발할 것이고 이는 인공위성 발사를 위한 우주발사체 기술과도 공유돼 북한 전략무기 수준은 점차 고도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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