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결정하는 ‘깜깜이’에 보수색 강화, 전문가 중용·친박 배제… 박근혜 인사방향 예고

이주영 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측의 24일 첫 인선은 표면적으로 전문가형 발탁과 친박근혜계 배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극우 논객을 수석대변인에 기용한 점에서 당초 ‘국민 통합형’ 기조에 배치된다는 지적과 함께 향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청와대 인선에서도 ‘보수’ 기조를 예고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박 당선인이 혼자 결정하는 ‘깜깜이 인사’를 하면서 여론과 동떨어진 인선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당선인 비서실장에 임명된 유일호 새누리당 의원은 재선으로 당내에서도 손꼽히는 ‘경제통’이다. 한국조세연구원장 출신으로, 이번 대선 때 박 당선인의 경제정책을 총괄한 안종범 의원과 조세연구원에서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 유 의원은 원래 친이명박계 인사로 분류됐지만 계파색이 옅고 원만한 대인관계를 갖고 있어 친박근혜계에서도 거부감이 없다는 평이다.

<b>유일호 당선인 비서실장</b>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유일호 의원이 24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유일호 당선인 비서실장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유일호 의원이 24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박 당선인과는 국회 상임위 활동을 통해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 의원은 박 당선인이 2007년 대선 경선에서 패한 뒤인 18대 국회 때 보건복지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에서 3년 동안 함께 활동했다. 특히 기획재정위에서는 박 당선인의 바로 옆자리에 앉아 “ ‘친박’은 아니지만 ‘옆박’ ”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유 의원은 당초 거명됐던 후보군보다 중량감은 다소 떨어지지만 정책 전문가라는 점을 박 당선인이 높이 샀다는 후문이다. 유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당선인이 상임위에서 복지나 재정 지출 관련 법안을 낼 때 ‘이건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질문을 하는 편이었고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말씀드렸다”며 “이번에 저를 지명하면서도 ‘정책 마인드 있지 않으냐’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당선인 비서실은 실무형으로 꾸리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박 당선인이 윤창중 ‘칼럼세상’ 대표를 발탁한 것도 언론인 출신으로서의 전문성을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박 당선인 측 한 인사는 “윤 대표가 문화일보 논설위원 시절 박 당선인을 비판하는 글을 많이 썼는데 그 부분을 오히려 주목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유 의원과 함께 이날 대변인단에 임명된 박선규·조윤선 전 대변인이 친박 색채가 옅다는 점에서 박 당선인이 당내 계파 간 통합부터 시도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 측근은 “친박계 외부에서도 넓게 사람을 쓰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하마평에 올랐던 친박 인사들에게 언론플레이 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것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하지만 유일호 비서실장의 경우 이미 수년 동안 국회 상임위 활동을 하면서 인연을 맺어 왔고, 조윤선 대변인도 당 대선 후보 경선 단계부터 대변인으로 박 후보를 밀착 수행한 점을 감안하면 당선인이 ‘익숙한 측근’ 2명을 기용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극우 성향 윤창중 대표를 기용함으로써 보수색채를 드러낸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박 당선인이 선거기간 개혁적 정책노선을 견지해왔고, 선거 후 야당 지지층에 대해서도 화해의 손을 내밀었던 것에 비춰보면 의외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 중진의원은 “윤 대표는 너무 보수적인 논객인데 뜻밖이다. 솔직히 좀 뜨악하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익숙한 참모 2명과 친이계 1명, 보수 인사 1명의 분배식 인사의 성격도 엿보인다. 인사 후 당내 반응이 “예상 밖의 깜짝 인사” “특징을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쏟아진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상황 탓에 이번 주말쯤 발표가 예상되는 인수위원장에도 보수 코드를 강화한 인사가 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 당선인 핵심측근들이 “당선인의 정책과 철학을 잘 알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을 보면 경제민주화 공약 성안 과정에서 박 당선인과 갈등을 빚은 김종인 전 선대위 국민행복추진위원장보다는, 2007년부터 정책 스터디를 함께 한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이나 이한구 원내대표 같은 보수인사가 발탁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철통보안 속에 혼자 결정하는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을 보면 이 또한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는 평가다. 당 관계자는 “오늘 인선을 보면 콘셉트가 뭔지, 당선자가 뭘 생각하는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며 “인수위원장까지 이런 식으로 간다면 정말 큰일인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 유일호 비서실장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비서실장으로 낙점된 유일호 의원은 재선(서울 송파을)의 경제 전문가다. 조세·재정정책 전문가로 한국조세연구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고 유치송 민주한국당 총재의 장남으로, 이번 대선에서 새누리당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았다. 가족으로는 부인 함경호씨와 1남이 있다. △서울(57)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박사 △KDI 연구위원, 조세연구원장, 한국재정학회 부회장, 대통령자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 18·19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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