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재원 조달 어떻게… 가짜석유 절반만 차단해도 수천억

오창민 기자

정부, 세제개편·예산절감 등 고민

세금 정책을 관장하고 있는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요즘 백운찬 실장부터 말단 사무관까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세금을 걷을 수 있을지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지하경제 양성화’도 결국은 세제실 숙제로 떨어졌다. 나랏돈을 어디에 쓸지 밑그림을 그리는 예산실도 마찬가지이다. 아직 올해 예산을 집행하지도 않은 상태인데 어떤 사업을 줄여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 재정부 세제·예산실 비상
박 당선인 ‘큰 숫자’만 제시
“과제 떠넘긴 셈” 불만도
국세청은 세원 발굴 고심

박 당선인은 공약집의 일종인 ‘나라살림 가계부’에서 세금을 올리지 않고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총 134조5000억원(연평균 26조9000억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돈으로 반값 등록금, 일자리 창출, 무상보육 등 131조4000억원(연평균 26조3000억원) 규모의 복지 공약을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박 당선인은 “국민에게 부담을 줘서는 안된다. 증세 없이 세제개편을 통해 누락된 세금을 철저히 걷는 것으로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은 ‘큰 숫자’만 제시했다. 예산 절감 및 세출 구조조정 71조원, 세제개편 48조원, 복지행정 개혁 10조6000억원, 기타 재정수입 증대 5조원 등의 식이다. 연간 160조원가량인 정부 재량지출도 일률적으로 7% 삭감하기로 했다. 재량지출은 정부 지출 가운데 투자사업비, 공무원 인건비 등 의무지출을 제외한 나머지 지출로 정부가 정책적 의지에 따라 대상과 규모를 어느 정도 조정할 수 있는 예산이다.

일부 공무원은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마뜩잖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당선인 측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통해 각 부처별로 예산 감축 방안을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에 반발하고 있다. 정부부처의 한 국장급 인사는 “결국 부처 공무원에게 과제를 떠넘긴 셈”이라며 “박 당선인 측이 준비가 돼 있다면 이런 식으로 무책임한 지시를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당선인의 복지 공약이 지나친 것은 아니다. 박 당선인 공약대로 복지 분야 지출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복지 예산 비중은 선진국의 절반 수준밖에 안된다. 이미 인수위 주변에서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유통 규모가 연간 1조~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짜 석유를 줄이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가짜 석유는 정품에 값싼 석유제품이나 톨루엔, 메탄올 등의 비과세 석유화학제품을 섞어 제조한 것으로 세금이 부과되지 않아 유통을 절반만 차단해도 수천억원의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 담뱃값을 올리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한 갑당 세금을 1000원 더 매길 경우 연간 4조원가량의 세수가 확보될 것으로 재정부는 보고 있다. 목사, 스님 등 종교인 과세 방안도 나왔다. 세금 수입은 연간 100억원 안팎으로 크지 않지만 납세의무에 예외가 없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부수효과가 크다.

국세청이 적극적으로 세원을 발굴하는 방법도 있다. 이른바 ‘노력세수’의 확장이다. 국세청 직원들이 일을 더 열심히 해 그동안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던 기업이나 자영업자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는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노력세수를 통해 1~2조원가량을 더 걷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한술 더 떠 금융정보분석원으로부터 원활하게 금융정보를 제공받는다면 연 6조원을 더 걷을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저항이 예상되지만 직장인의 신용카드 소득공제 등 각종 비과세·감면제도를 축소·폐지하는 방안도 논의해볼 수 있다.

재정부도 대안 마련에 착수했다. 일단 정부부처가 지난해 재정 투입으로 추진한 608개 사업을 ‘제로 베이스’에서 검토하기로 했다. 평가를 통해 사업의 옥석을 가려내겠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도 착수했다. 공공기관의 부채가 쌓이면 결국 정부가 이를 보전해야 하므로 이를 잘 관리하면 여윳돈을 확보할 수 있다. 민간자본을 끌어쓰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재정부는 이달 안으로 예산 절감과 세출 구조조정, 세제개편 등 박근혜 정부 5년 복지재정 로드맵을 마련해 인수위에 보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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