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해법, 또 다른 시각… 정부 의지가 중요, 사회적 합의 노력해야

송윤경 기자

“찾아보면 재원 문제 풀어갈 다른 길도 있다”

증세나 복지 공약 포기 외에는 답이 없을까. 전문가들은 공약의 취지를 살리면서 보완적인 제도를 도입한다면 재원 문제를 풀어가는 길도 하나둘씩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4대 중증질환(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 질환) 진료비의 100% 보장 공약이 대표적이다. 보수진영에서는 선택진료비·상급병실료·간병비와 같은 모든 비급여(건강보험 비적용) 항목을 포함할 경우 거액의 재원이 필요하며 특히 수익을 중시하는 병원과 ‘더 많은 진료’를 원하는 환자의 이해관계가 맞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때문에 고가의 표적항암제, 일부 검사비 등에 한해서만 보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수정될 경우 ‘진료비 부담의 획기적 해소’라는 애초 공약 취지는 빛이 바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근본 처방은 아니더라도 예산을 절감할 보완장치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금과 같이 진료행위별로 진료비가 지불되는 행위별 수가제 대신 정액제 성격인 포괄수가제·총액계약제를 도입하면 공급자(병원)의 진료 남발을 막을 수 있다. 또 지나치게 늘어난 사립병원 병상을 규제하고 대신 ‘표준진료’를 제시할 국공립 병원을 확충해 민간병원이 따라오도록 한다면, 공급시장(병원)의 과잉진료를 국가가 통제할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실제 건강보험공단이 운영하는 일산병원 측에 따르면 일산병원의 진료비는 민간병원의 70~80% 수준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제도 보완에 대해 병원·의사의 반발이 거셀 것이라는 점이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보수진영은 자꾸 소비자(환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얘기하는데 중증질환은 꾀병을 부릴 수 없는, 수요탄력성이 낮은 질환이기 때문에 공급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으면 된다”면서 “박근혜 당선인이 얘기했던 1조5000억원보다는 더 많은 재원이 들겠지만 공급자 규제를 한다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공약 실현 의지가 있다면 ‘병원이냐, 국민건강이냐’에서 당연히 국민건강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적 의지나 결단이 시험대에 서는 부분이다.

기초노령연금 2배 인상과 국민연금과의 통합운영 공약 역시 같은 맥락이다. 관료들과 보수진영은 현 노인세대를 위한 기초노령연금 공약 실현에 드는 재원을 국민연금의 기금에서 가져올 경우 보험료를 내는 젊은 세대가 반발할 것이라고만 강조하고 있다. 연금 없는 노인들의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공약의 애초 취지 대신 세대갈등이 전면에 부상하는 셈이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는 “현재 국민연금이 노후소득 보장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기초노령연금은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등의 근본 물음이 결여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령화 사회에서 복지 재원의 해법을 찾는 로드맵을 함께 만들고 사회적 합의 노력도 시작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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