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당선인, 비선·검증 생략·보안… 새누리 당내도 “예고된 참사”

임지선 기자

새 정부 출범도 전에 실패작된 첫 인사

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자가 29일 전격 사퇴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나홀로 인사’ 실패의 결정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새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박 당선인 인사에서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비선 라인으로부터 추천받고, 공개 검증 없이 나홀로 결정하는 인사 스타일상 이번 일은 “예고된 참사”라는 반응이 나온다.

박 당선인의 인사는 ‘깜깜이 인사’다. 누가 추천했는지, 어떻게 검증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박 당선인의 측근이라는 관계자들도 인사에 관해서는 “모른다”는 답변만 한다. 박 당선인은 인사와 관련해 친박근혜(친박)계 원로 그룹인 7인회를 통해 추천받고 이재만 보좌관, 정호성 비서관 등과 논의하는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번 총리 발표도 마찬가지였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 6일 출범한 이후 조무제·김능환 전 대법관 등 여러 인사들이 총리 하마평에 올랐지만 24일 박 당선인의 지명자는 그동안 특별히 거론되지 않았던 김용준 인수위원장이었다. 김 위원장을 추천한 인사도 7인회 멤버인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으로 알려졌다. 원로 7인회 그룹이 지속적으로 박 당선인과 연락을 취하고 사람 추천을 받다보니 해당 인사들이 ‘아는 사람만 쓰게’ 되는 것이다.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왼쪽)이 지난 24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총리 지명을 받은 직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이야기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왼쪽)이 지난 24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총리 지명을 받은 직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이야기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 친박계 원로 7인회 추천… 보안 이유로 검증도 소홀
‘깜깜이’ 비대위장 때부터 “측근과만 소통, 실패 반복”

인사에 특별한 콘셉트나 철학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지명자는 “과거완료형 사람”이었고, 인수위 윤창중 대변인은 “극보수 인사”였다. 인수위 국민대통합위원인 김경재 위원은 ‘막말’로 수차례 구설에 올랐다.

추천받은 이후 보안 유지를 이유로 검증을 소홀히 한다는 점도 박 당선인 인사의 문제다. 박 당선인은 발표 내용이 언론에 미리 새어나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다. 지난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박 당선인은 총선 공천심사위원 인선 발표를 앞두고 “지난번에는 촉새가 나불거려서”라고 말한 적이 있다. 비대위원 명단이 일부 언론에 미리 보도된 것에 반감을 표시한 것이다.

보안을 앞세우다보니 검증은 뒷전에 놓인다. 박 당선인 측은 “사람을 쓰는데 검증을 하지 않았겠나”라고 하지만 김 지명자의 사례를 보면 사전에 기본적인 검증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정부 쪽 검증 파일은 둘째치고 인맥을 통한 검증조차 안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전 정치쇄신위원인 이상돈 중앙대 교수도 “김 지명자의 아들들이 군대를 안 간 점은 대학 동문들에게만 물어봐도 다 안다”며 검증에 의문을 제기했다.

문제는 ‘나홀로 인사’ 논란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지난해 1월 당 공직자후보추천위원회에 외부 인사 몫으로 인선된 ‘패트롤맘’ 진영아 위원은 ‘평범한 주부’가 아닌 당적 보유자에 학력 위조 의혹까지 나와 결국 인선 하루 만에 자진 사퇴했다. 이번 인수위 발표 때도 윤창중 대변인의 극한 발언을 두고 대통합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비선 라인을 통한 인사는 정당 울타리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결국 청와대나 내각으로 단위가 커지고 국민 눈높이가 높아지면 문제가 터져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주변 측근하고만 통하니까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거 아니냐. 주변에 ‘노(No)’라고 말할 측근도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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