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법치와 원칙의 적임자”에서 의혹 투성이로 전락

강병한·유정인 기자

지명부터 사퇴까지

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자가 사퇴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5일에 불과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24일 “나라의 법치와 원칙을 바로 세우고 무너져내린 사회안전과 불안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하고 사회적 약자가 보호받는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갈 적임자”라며 그를 지명했다.

대법관과 헌법재판소장을 역임하면서 법치주의를 강조한 데다 소아마비 장애인인 그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통합형 총리 지명자로 부각됐다. 지명 직후 야당이 “무난하다”고 논평할 만큼 국회 인준에는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박 당선인 측 인사들은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공동선대위원장, 대통령직인수위원장 등을 거친 검증된 인물이라며 청문회 통과를 장담했다. 하지만 지명 이튿날부터 부동산 투기와 장·차남 병역 면탈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김 지명자는 의혹 해명을 요구하는 취재진에게 “곧 해명할 것”이라고 여유 있는 모습으로 대답했다.

26·27일 의혹이 계속 증폭되자 김 지명자도 일부 대응에 나섰다. 총리실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해명자료를 냈으나 수많은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병역 기피 의혹도 “자료를 검토한 뒤 소명하겠다”는 소극적 수준이었다.

검증 수위를 놓고 고민하던 민주통합당 등 야당도 27일부터 ‘철저 검증’ 태도로 돌아섰다. 인수위와 새누리당 주변에서도 ‘제2의 이동흡’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새어나왔다.

28일 김 지명자를 둘러싼 의혹은 최고조에 달했다. 대선 선대위에 참여한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박 당선인한테도 상당히 나쁜 영향을 이미 주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그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기자들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 지명자는 이날 저녁 새누리당·인수위 연석회의에 참여해 “자료가 모아지는 대로 수일 내로 입장을 이야기하겠다”고 밝혔다.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29일 오전 김 지명자는 건강관리를 위해 하루도 거르지 않던 수영을 쉬었다. 그의 거취를 놓고 인수위 안팎에서 설왕설래가 오갔다. 인사청문요구서 제출이 주말 이후로 늦어진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자체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관측이 나왔다.

김 지명자는 오후 3시 인수위 법질서·사회안전분과 업무보고에 참석했다. 오후 6시36분 인수위에서 윤창중 대변인의 7시 브리핑을 예고했지만 의례적인 논평 정도로 간주됐다.

윤 대변인은 오후 7시5분 브리핑에서 김 지명자의 사퇴를 발표했다. 김 지명자는 오후 업무보고와 사퇴 발표 사이 박 당선인을 만나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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