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워졌지만 아직도 먼 ‘온라인 정치’

윤호우 선임기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9월 10일 화상 연결로 열린 온택트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9월 10일 화상 연결로 열린 온택트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지난 9월 9일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에서는 의원총회를 온라인 비대면으로 실시했다.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시스코 웹엑스를 사용해 의원들이 각자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의총에 참여했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생각보다 장점이 많았다”면서 “의총에 참석하려면 국회 본청에 직접 가야 하지만 사무실에서 온라인 의총에 참여할 수 있어서 편리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다음날 웹엑스를 이용해 비대면 의총을 열었다. 당 지도부는 국회 내 회의실에서 의총에 참석하고, 소속 의원들은 의원회관 사무실 등에서 화상으로 접속했다.

각 당에서 온라인 의총을 잇달아 개최했지만 명칭은 달랐다. 민주당은 ‘온택트 의총’이라 부르고, 국민의힘은 ‘온라인 의총’이라 불렀다. 거리 두기 2단계에서는 실내에서 50명 이상 모일 수 없다. 9월 초 현재, 사실상 2.5단계가 적용되고 있다. 때문에 100명이 넘는 의원이 있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온라인 의총을 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측 한 관계자 A씨는 “어쩔 수 없이 온라인 의총을 여는 것”이라면서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결국 오프라인 의총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전당대회 온라인으로 치러

온라인 정치에 관한 한 민주당이 한 발 앞서 나갔다. 지난 8월 29일 전당대회에서 처음으로 온라인 전당대회를 실시했기 때문이다. 장철민 민주당 의원(민주당 전당대회 준비위 대변인)은 “코로나 확산이라는 워낙 특수한 상황이어서 완전 비대면 전당대회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면서 “전당대회 이후 온라인 전당대회에 대한 평가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부정적인 평가조차 나올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날 전당대회에서는 전당대회 진행자 등 10명 안팎의 최소 인원만 등장했다. 당대표 후보와 최고위원 후보는 투표 결과가 발표된 후 한자리에 모였다. 게다가 이날 당대표로 선출된 이낙연 대표는 자가격리 때문에 행사장에 참석하지 못했다. 사전 녹화 영상으로 당선 수락 연설을 대신했다. 이날 온라인 전당대회는 민주당의 유튜브 채널인 ‘씀TV’를 통해 진행됐다. 실시간 댓글이 올라왔지만 당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흥을 돋우던 오프라인 전당대회의 열띤 분위기는 재현하지 못했다. 장 의원은 “정당이 당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대선 후보 경선과 전당대회인데, 그 공간이 코로나19 때문에 없어져 버렸다”고 아쉬워했다.

국민의힘 역시 중요한 결정을 온라인 의총으로 결정한 바 있다. 미래통합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개정하기 위해 8월 31일 온라인 의총을 열었다. 당 지도부만 회의실에서 의총에 참석하고 다른 의원들은 유튜브 채널인 ‘오른소리’에 접속했다. 이날 의총에서 주호영 원내대표는 “영상도 쌍방향이 되는 여러 가지 플랫폼이 있지만 당장 도입하긴 어려워서 오늘은 (유튜브로) 이렇게 진행한다”면서 “댓글로밖에 안 돼 불편함이 있을 줄로 안다”고 말했다. 정희용 의원은 “유튜브 채널로 의총을 해보니 댓글이 활발하게 달리긴 했지만 그냥 지나가버리는 단점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웹엑스 의총에서는 쌍방향 소통이 그나마 가능했다”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9월 9일 국회에서 열린 화상 의원총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9월 9일 국회에서 열린 화상 의원총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당은 ‘웹엑스 의총’으로 유튜브 채널 온라인 의총·전당대회보다는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됐다. 하지만 온라인 정치가 여의도 정치의 일상으로 들어오기에는 아직 많은 장벽이 있다고 국회 관계자들은 평가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 측 B씨는 “8월 중에 예정됐던 토론회가 갑자기 온라인으로 바뀌어 줌을 통해 토론회에 참여했다”면서 “하지만 오프라인 토론회보다 효율적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여러 의원실에서는 아예 100% 비대면 온라인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B씨는 “온라인이냐, 오프라인이냐는 선택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오프라인 토론회를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회 정치의 기본 공간인 각 의원실에서도 온라인 회의는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국민의힘 한 의원 측 C씨는 “페이스북에 몇몇 의원실에서 줌 화상회의 장면을 올렸다”면서 “막상 우리 방에서도 줌 회의를 해봤지만 효용성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민주당 측 D씨는 “혹시 어떤 비상 상황이 생길지 몰라 줌으로 화상회의를 한 번 테스트해 본 것에 불과하다”면서 “실제 전화나 카카오 단체카톡방을 통해 논의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굳이 줌을 사용할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온라인 프로그램에 대한 보안 문제도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민주당 측 B씨는 “특정 프로그램의 경우 보안에 대한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돼 국회에서의 온라인 정치는 보안이 우선 철저히 완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라는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의 ‘여의도 옆 대나무 숲’에서는 최근 법안 발의 때 온라인 시스템을 적극 이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에서는 통상적으로 방마다 돌아다니면서 직접 법안 공동 발의 서명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측 C씨는 “공동 발의 때 여전히 서명을 받고 있지만, 국회 본청 의안과에 법안을 제출하는 것은 전자시스템을 이용해보니 편리했다”고 말했다. 코로나 정국을 계기로 여러 분야에서 온라인 시스템이 하나둘씩 정착되는 셈이다.

온라인 보안 문제 우려하기도

온라인 정치의 마지막 관건은 국회에서의 온라인 회의와 온라인 투표다. 국회법 제111조 제1항에는 “표결을 할 때 회의장에 있지 아니한 의원은 표결에 참가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국회 사무처 자료에 의하면 영국은 지난 3월 말 이후 상·하원에서 온라인 회의가 가능하도록 했다. 지난 6월 상원에서는 온라인 표결이 가능해졌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온라인 정치는 코로나19와 같은 예외적인 상황에서 가능하지만 일상화에는 무리가 따른다”면서 “정치는 서로 교감하고 공유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하는데, 온라인 정치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대의 민주주의가 직접 민주주의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해주듯이 정치의 영역에서는 온라인이 보조를 할 수는 있겠지만 일상의 정치를 대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조승래 의원을 비롯한 몇몇 의원들이 감염병 확산 또는 천재지변 등으로 국회의원이 국회에 출석하기 어려운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때 비대면 표결이 가능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상임위 온라인 회의는 가능하겠지만, 국회 본회의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회의는 가능하되 표결은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비대면 표결을 허용하게 되면 여당이 일방적으로 특정 사안을 밀어붙일 경우 여당에 유리하게 된다”면서 “독립성과 자율성을 완전히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비대면 표결에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준한 교수는 “코로나19 확산과 같은 특수한 상황을 대비해 비대면 표결 법안을 만들 필요는 있지만 조건을 엄격하게 해 악용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의원들의 지역구 활동은 거의 정지됐다.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지역구에서 행사도 없지만, 지역구를 다닐 수도 없어서 전화기를 붙들고 지역구 현안을 살피고 있다”면서 “이번 추석 때도 전화기로 지역구 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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