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친여 채널 사이에 ‘교집합’은 없다…‘아시타비’는 돈이 되니까

김지원·윤승민 기자

중립지대 없는 공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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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是他非 :‘내로남불’을 한자로 옮긴 신조어

“현재의 정치는 각자가 링(무대)을 갖고 있고 그 안에서 지지자들이 호응을 하고 유튜버는 돈을 버는 구조다. 링이 가운데 있고 밖에서 얘기하다가도 논의할 의제가 있으면 중앙에서 풀어야 하는데, 두 링에 선 사람은 각자 만날 일이 없다.”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 사회 공론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갈라진 공론장’. 현재의 유튜브 등 뉴미디어 공론장 상황을 표현하는 단어다.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가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 한국>에 따르면 한국 응답자의 44%가 자신과 관점이 같은 뉴스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는 40개국 평균인 28%보다 16%포인트 높고, 조사 대상 40개국 중 터키·멕시코·필리핀 등에 이은 4위였다. 반면 나와 반대되는 관점의 뉴스를 선호한다는 응답은 4%에 불과해 조사 대상국 중 가장 양극화된 뉴스 소비 성향을 보였다.

정치권은 이 같은 현상을 이용했다. 갈등을 봉합하고 공동의 의제를 생산하기보다는 유튜브 등을 활용해 든든한 ‘내 편’을 만드는 데 주력해왔다. 유튜브뿐 아니라 기성 언론 역시 양극단 사이 중심을 잡기보다는 극단적인 발언을 거름망 없이 옮기며 문제를 확대 재생산하는 데 일조했다. 갈라진 공론장 속 어디에도 낄 수 없는 이들의 목소리는 쉽게 지워졌다.

같은 나라, 다른 세계

“검사(수)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데 (확진자 수를) 1000명 이하로 유지를 한다는 건 굉장한 성과다.”(‘K방역, 또 저력을 보여줬다’ 2020년 12월18일 새날TV)

“문재인 정권, K방역이다 뭐다 하면서 천문학적인 예산까지 들여서 홍보질 열심히 하더니 이거 뒤통수 세게 맞았다. 그 K가 알고 보니까 KILL 킬이었다.”(‘속보!!! 코로나 역대 최다 1078명 3단계 가나’ 2020년 12월15일 신의한수)

코로나 확진 수 놓고 평가 극과 극
“K방역의 성과” “그 K가 KILL”

같은 확진자 수를 두고도 채널 성격에 따라 전혀 다르게 평가한다. 한국 뉴미디어 공론장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경향신문이 지난해 11월7일부터 한 달간 친여·보수 성향 정치·시사 유튜브 구독자 수 상위 5곳의 패널(고정 출연, 게스트 포함)을 분석한 결과 두 진영에 공통으로 등장한 인물은 없었다. 등장인물 지형 분석을 위해 고정 출연자 이외의 게스트가 존재하지 않는 1인 방송이나 탐사, 보도영상 위주 채널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해당 기간 친여 성향 유튜브엔 더불어민주당, 열린민주당 등 범여권 전·현직 정치인이 총 33명 출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물론 정의당, 녹색당 등 여타 당의 관계자들은 한 명도 출연하지 않았다.

보수 성향의 유튜브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같은 기간 조사 대상 유튜브 출연자 중 보수야당 전·현직 국회의원, 당직자 등은 총 27명으로 집계됐다. 심재철·이상일 전 미래통합당 의원 등 전직 의원 및 현직 관계자도 다수 출연했다. 분석 기간 출연한 박형준 전 한나라당 의원, 이언주·김선동 전 통합당 의원 등은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후보자로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양 진영 간 겹치는 출연자는 ‘0’
의제 토론에 ‘반대’ 의견은 없어

양 진영 채널들 간 교집합은 ‘제로’지만, 친여·보수 채널들 내부 ‘겹치기’ 출연은 다수 눈에 띄었다. 조사 기간 친여 채널 5곳 가운데 3채널 이상 중복 출연한 인물은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대표 등 3명이었다. 장기표 당협위원장도 보수 채널 5곳 중 3채널 이상 중복 출연했다. 같은 인물이 채널 2곳에 중복 출연한 경우는 친여·보수 채널이 각 9명이었다.

진영에 따라 다루는 주제도 갈렸다. 친여 유튜브 5곳에선 해당 기간 제목을 중심으로 산출한 전체 키워드(353건) 가운데 검찰개혁 관련 키워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69.4%(245건)에 달했다.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23건·6.5%)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20건·5.7%) 관련 키워드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11월이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인 만큼 검찰개혁 관련 키워드는 보수 유튜브에서도 전체 키워드(509건) 중 35.0%(178건)로 1위를 차지했다. 다만 그 비중은 친여 채널의 약 절반 수준이었고 다루는 방식도 친여 채널이 주로 윤 총장을 타깃으로 했다면, 보수 측은 추 장관의 영상이 주를 이뤄 정반대 양상을 보였다. 코로나19 관련 영상은 친여·보수 채널에서 각 8건(2.3%), 28건(5.5%) 등장했는데 이 역시 마찬가지로 친여 채널에선 ‘K방역’ 성과 등이 주를 이뤘다면, 보수 채널에선 방역 난맥상을 다루는 등 정반대 프레임으로 사안을 다뤘다.

유튜브 공론장이 정치 성향에 따라 나뉘다보니 대부분은 사안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동의를 전제로 한 해설, 전달이 주를 이뤘다. 다수의 패널이 존재함에도 이들 가운데 ‘반대’ 의견을 가진 출연자는 없었다.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점은 정치인들에게도 매력적이다. 2018년부터 유튜브 채널 ‘홍카콜라’를 운영해온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채널 개설 당시 유튜브 시작 이유에 대해 “언론은 팩트 보도보다 경향성 보도라는 태도를 버리지 않고 있다”며 “대국민 소통 수단으로 유튜브라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은 예능 등을 포함한 당 차원의 ‘민주 종편’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기존 당 유튜브 채널인 ‘씀TV’를 ‘델리민주’로 확대 개편했다.

종편 규제와 풍선효과

구독자 10만명을 넘어서는 일부 정치·시사토크 유튜브들은 ‘내 편 방송’ ‘편파 방송’ 등을 아예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다. 추천 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정치·시사 유튜브의 ‘가두리 생태계’에서 편파성은 적극적인 세일즈포인트가 된다.

이는 그간 종합편성채널(종편)이 정치·시사토크 프로그램들의 편파성(공정성 실천 미흡) 등을 지적당해 수차례 재승인 취소 도마에 올랐던 것과 대비된다.

비슷한 포맷에 비슷한 내용을 방송하더라도 종편 등 방송에선 문제가 되지만 유튜브에선 문제가 되지 않는 이유는 방송통신심의규정(방심규정) 적용 여부의 차이다. 종편을 비롯한 지상파 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등은 방심규정의 적용을 받지만 유튜브 콘텐츠는 방송법이 정하는 방송에 해당하지 않아 이 규정에서 자유롭다.

실제 2019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5·18 북한군 개입 의혹을 제기한 프리덤뉴스 등 유튜브 채널 20곳을 심의 대상에 올렸을 때 당시 대상이 된 유튜브 채널은 “(방심위는) 민간인이 구글서비스를 이용한 유튜브 계정에 업로드한 콘텐츠에 대한 심의, 규제 권한이 법률상 전혀 없다”는 요지의 의견진술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방심규정 9조 공정성 항목에 따르면 “방송은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룰 때에는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여야 하고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해야” 한다. 2014년 방심위 심의사례집에 따르면 MBN <뉴스공감>은 유시민 전 의원의 발언,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행보 등을 거론한 이슈 대담 과정에서 보수적 시각을 가진 출연자의 입장만을 전달하는 등 편향적 대담을 방송했다는 이유로 방심규정 9조 위반에 따른 권고 조치를 받았다.

종편 정치·시사 대담 프로그램은 지금도 공정성 지적을 받고 있지만, 방심위에서 지적받은 프로그램의 패널을 변경하거나 포맷을 변경하는 등 최소한의 자정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방심위 규제에 채널의 명운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규제는 풍선효과를 낳았다. 종편에서 ‘이름을 날리던’ 변희재, 민영삼씨 등 주요 시사토크 패널들은 방심위 제재 이후 출연하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해 보수 유튜브로 대거 이동했다.

돈이 되는 극단주의…플랫폼 규제해야

정파적·극단적인 주장은 유튜브에서 돈으로 돌아온다. 유튜브 수익 분석 사이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국내 유튜브 슈퍼챗(Super chat·유튜브 생방송 중 시청자가 일정 금액을 후원 가능토록 한 기능) 수익 상위 채널 10개 가운데 6곳이 정치·시사 평론 관련 유튜브다. 해외 유튜브의 경우 슈퍼챗 수익 상위 채널이 대부분 게임·예능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인 것과 대조적이다. 1위를 차지한 가로세로연구소는 슈퍼챗으로만 2020년 한 해 7억3000여만원을 벌어들였다. 종편들이 개국 초기 정치·시사 대담 프로그램들을 쏟아낸 것 역시 수익성 차원이었다. 제작비, 품은 적게 들고 목표 시청층이 명확하다보니 일정 수준의 시청률을 보장받을 수 있다.

정치·시사 유튜브, 수익 상위 포진
편파성이 적극적 세일즈포인트

기성 언론 역시 정파적 보도와 그것이 약속하는 상업적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지난 수년간 종편에 따라잡힌 시청률을 극복하기 위해 지상파 방송 등도 2018년 이후 기존 뉴스 프로그램에 정치·시사 유튜브의 대담 프로그램 포맷을 적극 차용하기 시작했다. KBS 1TV의 <오늘밤 김제동>과 <저널리즘 토크쇼 J>,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이 대표적이다. 지상파 방송이 팟캐스트, 유튜브 세대에 익숙한 포맷과 함께 ‘제도권 밖’ 스타들을 적극 영입하면서 보수야당에선 지상파 시사 프로그램의 편향성을 지적했다.

2019년 12월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조국 사태 국면 4개월간(2019년 7~10월) MBC와 TV조선의 시청자 수는 각각 41만1000명에서 48만5000명(18.0%)으로, 23만6000명에서 37만4000명(58.4%)으로 대폭 늘었다. TV조선은 해당 기간 조국 전 장관 측을 비판하는 리포트들을 집중적으로 쏟아냈고, MBC는 검찰개혁을 외치며 서초동에 모인 인파를 드론으로 촬영해 호응을 얻었다. 양측 목소리를 다루는 중립적인 보도보다는 세 규합에 용이한 보도가 시청률로 이어진 것이다.

‘극단주의=돈’…플랫폼 규제해야
공영 방송 등 상위 공론장 역할 필요

전문가들은 사회가 당면한 주요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최소한의 공동 공론장 기반을 형성하고, 이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하위 공론장(유튜브 등)에서 사람들은 종교, 관심사 등에 따라 자기와 성향이 맞는 이들끼리 어울려 콘텐츠를 흡수하고 소통을 연습하는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하위 공론장의 극단화 현상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다만 이들이 서로 필요한 경우엔 다른 의견끼리 맞붙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하위 공론장에서의) 이야기가 맞는 이야기인지 검증될 수 있는 상위 공론장이 부재한 상황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영 방송을 중심으로 다양한 의견이 맞부딪치고 교류될 수 있는 상위 공론장이 형성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국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사회 곳곳의 가장 취약한 부분들이 먼저 부서져나가고 불평등 문제 등이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며 “하지만 이에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논의 대신 정파적인 이슈가 사람들 머릿속을 지배하면서 (정작 중요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해온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편향적인 뉴스에 대해) 정부가 무조건 규제를 할 순 없지만 해외의 경우 SNS 등을 통해 퍼지는 일부 혐오·차별 관련 게시물, 치명적인 가짜뉴스 등에 대해선 규제를 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자정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2018년 유럽연합은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실천강령을 발표했고, 구글·페이스북·트위터 등 주요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이 이런 자정 시스템 구축 노력에 동참하겠다고 서명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일 연설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싸우라. 지옥같이 싸우지 않으면 나라가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조 바이든 당선 확정 절차를 막으려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회를 습격해 다섯 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중상을 입었다. 지난 4년간 트럼프의 극단주의적 발언을 제한하지 않은 플랫폼에 대한 규제 목소리도 높아졌다. 트위터는 트럼프의 계정을 영구 정지 조치했으며, ‘극우주의 트위터’라고 불리는 팔러 애플리케이션 역시 양대 스토어에서 다운로드가 금지된 상태다. 트위터는 “트럼프 대통령 계정의 최근 트윗들과 이를 둘러싼 맥락, 특히 이들이 트위터 안팎에서 어떻게 수용되고 해석되는지를 면밀히 검토, 추가적인 폭력 선동의 위험성 때문에 이 계정을 영구 정지시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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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백승찬(문화부)·윤승민(경제부) 기자
김지원(모바일팀)·조문희(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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