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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 고문 이경재 “검찰 소환 요청 받은 적 없다”

정용인 기자

화천대유 고문 이경재 전 정윤회·최순실 변호인 인터뷰

지난 2016년 10월 31일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후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가 뒤를 이어 들어서고 있다. 경향자료 이석우 기자

지난 2016년 10월 31일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후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가 뒤를 이어 들어서고 있다. 경향자료 이석우 기자

묘한 인연이다. 이경재 동북아 대표변호사(72). 그를 대장동-화천대유 의혹에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박근혜 정부 시절 그는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 등에서 정윤회씨의 변호를 맡았고, 다시 최순실 국정농단 국면에서 최씨의 변호를 맡았다. 2019년에는 국정농단 사건 재판 회고록 <417호 대법정>을 펴내기도 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장동 의혹에서 “최순실의 그림자가 강하게 드리우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화천대유’에 자금을 댄 것이 근거다. ‘최태원 SK회장 사면에 대한 대가 아니냐’는 의혹이다. 안민석 의원은 “국정농단 주범들의 집사가 자기 임의로 화천대유의 고문이 되진 않았을 것”이라며 이 변호사가 고문명단에 포함돼 있는 것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 이 변호사에게 연락한 이유다. 고문 재직 사실이 알려진 후 이 변호사가 자신의 입장을 언론에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인터뷰는 10월 20일 저녁 전화로 진행했다.

-화천대유 고문을 맡은 게 2017년부터라고 했는데, 다시 확인해보니 2015년 9월부터였습니다. 시기적 의미가 완전히 다릅니다. 2017년은 국정농단 사건 변호 전이었고, 2015년은 아직 국정농단 논란이 시작되기 전이었습니다.

“2015년 9월이 맞습니다. 처음에 언론에서 보도될 때 기억에 의존해 말하다 보니 잘못 말한 것입니다. 나중에 계약서를 보니까 그렇게 돼 있더라고요. 특별히 거짓말할 이유는 없어요. 기억의 착오였어요.”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과의 인연은 어떻게 됩니까. 고문을 맡게 된 경위가 궁금합니다.

“검사 시절부터 오랜 인연이었습니다. 고문을 맡아달라고 하니 회사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몰랐고요. 딱히 잘못한 일은 없습니다.”

-안민석 의원은 고문을 맡게 된 경위가 석연찮다고 말하는데요.

“그동안 나에 대한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계속해서 그런 식으로 하면 법적으로 엄중하게 조치를 취할 겁니다.”

-일각에서는 화천대유 고문으로 밝혀진 분들, 예를 들어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과 법조경력으로만 놓고 보면 급(級)이 안 맞으니 다른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니냐고 합니다. 2015년 시점이면 최순실이나 정윤회의 비선권력이 작동하고 있을 때이니, 거기에 줄을 대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인데….

“그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나는 내가 고문하는 것만 알았지 박영수 전 특검도 고문을 맡고 있었는지 몰랐습니다. 이번에 사건이 터지고 난 다음에야 이런 시기에 이러저러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을 뿐입니다.”

그는 현재 논란되는 사건에 대해 “고문으로 있기는 하지만 김만배를 도울 일은 없고 객관적으로 보면”이라고 전제한 뒤 “핵심은 배임죄가 성립하냐의 문제일 것”이라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유동규의 배임이 성립하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도 배임 공범혐의에서 빠질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쪽(성남시)에서 후임시장이 은수미인데, 배당의 시차를 고려해야 해요. 언론보도를 보면 배당 프로세스를 이해하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이익을 나누는 식으로 돼 있는데, 이 사업을 보면 세월을 두고 회계연도마다 배당이 이뤄지는데 그때마다 판단해야 합니다. 배당의 시점이 제일 중요해요.”

-이익환수 조항을 넣느냐 마느냐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는 시점과 실제 배당이 이뤄진 시점 사이의 간극이 2년 정도 벌어지는 것은 사실이죠.

“처음 시작된 2015년이나 2016년에는 이익이 날 일이 없고, 2017년에 이르러야 이득이 났을 거예요. 이 사업이 진짜 크게 터진 것은 2018년 이후 올해까지 매해일 테고, 그때마다 배임 행위가 이뤄질 겁니다. 언론보도를 보면 이 사람들이 한꺼번에 돈을 엄청 벌었는데, 이 사람들이 나눠가졌다는 식으로 돼 있는데 잘못된 거예요.”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성남시장을 그만두고 경기도지사가 된 시점이 2018년 6월입니다. 실질적인 이익이 난 건 2018년 이후이니 배임이 그렇게 쪼개진다면 책임질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까.

“유동규와 당시 시장을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은 물어보나 마나 명백한 일이죠. 유동규가 할 수 있는 일이 한계가 있는데, 성남도시개발공사 직무대리로 있든 안 있든 간에 성남시의 지휘를 받아야 하는 것은 틀림없죠. 그런데 유동규의 행위가 배임이 되냐 안 되냐가 쟁점이 될 겁니다. 예를 들어 김만배가 ‘우리를 잘 봐달라’고 뇌물을 줬다고 전제해봅시다. 그러면 김만배는 뇌물 공여의 책임은 지지만 공범은 안 됩니다. 명백해요. 똑같은 논리거든요. 유동규가 배임을 저지르는데 김만배 배임 행위의 공범이 될까요. 유동규 범행에 공범이 성립한다는 것은 법리상 문제가 있는 겁니다. 용산경찰서가 무려 5개월을 사건을 들고 있었던 게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배임죄 성립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군요.

“그다음 큰 문제는 국민의힘이에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대장동 설계할 때부터 김만배에게 이익을 몰아주기 위해 초과이익환수조항을 없애라고 했다고 몰아가는 것 아닙니까. 이것은 얼토당토않아요. 아무리 미친놈이라고 해도 그렇게 할 수가 없어요.”

-설령 이재명 후보가 공언한 것처럼 ‘1원 한푼도 받은 적 없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의 주변이나 측근의 수뢰가 확인된다면 일종의 경제공동체 논리로 묶이는 것 아닙니까. 국정농단 사건 때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관계를 당시 윤석열 검찰이 의율했던 방식인데요.

“윤석열식으로 했으면 (이재명 후보는) 벌써 잡혀갔겠죠. 윤석열과 박영수가 특검에서 경제공동체 논리를 폈는데 말도 안 되는 짓입니다. 공모를 말하려면 애초부터 공모관계라는 것이 인정돼야 합니다. 김만배, 유동규, 이재명 3자 공모가 인정돼야 해요. 그렇게 이야기할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실제로 돈이 얼마가 왔다갔다 했다는 문제를 치고 올라가야지.”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에서 김만배가 언급한 ‘그분’이 누구냐도 논란됐는데요.

“말하자면 메시아 비슷한 것이지요. 우리가 믿을 것은 ‘그분’밖에 없지 않냐, 김만배가 왜 그분 이야기를 했는지는 모르지만, 이건 제 표현인데 그대로 말하면 묘한 엑스맨 같은 거라고 봅니다. 엑스(χ)를 쳐놓고, 그 χ가 변수가 되니 하느님부터 시작해 이재명까지 다 넣을 수 있어요. 해석이 얼마나 다양하겠어요. 소설가라면 땅값 올린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니 문 대통령까지 집어넣을 수 있지요. 희한한 이야기입니다. 아주 기가 막힌 답을 하나 내놨어요. 누구 찍어 물어보면 아니라고 할 겁니다. 누구냐고 하면 마음속의 인물이라고 답할 거예요.”

-어쨌든 화천대유 고문이었으니 검찰로부터 소환통보나 의견청취 요청 같은 건 받았습니까.

“검찰이 나를 부를 이유가 뭐 있겠어요. 그냥 들여다봤겠지.”(편집자 주: 검찰이 이경재 변호사를 비롯한 화천대유 고문을 맡은 인사들을 소환하려는 움직임은 인터뷰 기사를 정리하는 현재까지 없다)

-화천대유 고문은 지금도 맡고 있나요.

“김만배와 처음 계약할 때 2년 계약으로 자동갱신을 하는 형태로 맺었어요. 2년 하고 다시 연장하는 형식이지요. 어쨌든 고문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니 도와주려 하는데 딱히 연락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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