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KTX-SRT 통합”…소소하다더니 점점 커지는 ‘소확행’

박광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6일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으로 KTX와 SRT(수서발 고속철도) 통합을 발표했다. 특정 계층을 겨냥한 생활밀착형 정책으로 제시되어 온 소확행 공약이 최근 규모를 키우며 당초 취지와 다소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SRT와 KTX를 통합해 지역 차별을 없애고 요금 할인 등 공공성을 높이겠다”며 53번째 소확행 공약을 밝혔다. 이 후보는 “양사를 통합해 수서발 고속철도가 부산, 광주뿐 아니라 창원, 포항, 진주, 밀양, 전주, 남원, 순천, 여수로 환승 없이 갈 수 있도록 하겠다”며 “KTX 요금을 SRT와 동일하게 10% 더 낮추겠다. SRT와 새마을·무궁화호 간 일반 열차와 환승 할인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SRT는 고속철도 간 경쟁 체제를 만들면 서비스 품질 향상과 요금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에 따라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개통됐다. 철도노조 등은 SRT 개통에 따른 기대효과보다 행정 비효율 같은 부작용이 더 크게 발생했다며 KTX와 통합을 주장해왔다. 이 후보는 “SRT는 독자적인 운영 능력이 없어 (KTX를 운영하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에 전체 차량의 절반 이상을 임차하고 차량정비·유지보수·관제·정보시스템 구축 등 대부분의 핵심 업무를 위탁하고 있다”며 “무늬만 경쟁”이라고 현 체제를 비판했다.

이처럼 국내 고속철도 운영 시스템 전반을 개선해야 하는 정책이 소확행 공약 취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소확행 공약은 특정 계층이 일상생활에서 필요하다고 느끼는 정책을 맞춤형으로 만들어 공약 체감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제시돼왔다. 대학생·대학원생 학자금 대출 지원 확대, 난임부부 의료비 지원, 유니버설 디자인 확대(장애인), 초등학생 오후 3시 동시하교제(학부모)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피해 대응 강화, 미세먼지 대책 확대 등 규모가 큰 의제가 소확행 공약으로 나오고 있다.

이 후보는 KTX-SRT 통합이 SRT가 다니지 않는 수도권 동남부와 지방 주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당내에서 “기관 통폐합 문제를 민생과 직결되는 소확행 공약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KTX-SRT 통합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의제라며 성급한 공약 제시라는 지적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후보 당시 KTX-SRT 통합을 공약으로 제시했으나 현 정부에서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이 후보가 최근 경기지역을 돌며 약속한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확대 공약이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지방 민심을 고려해 KTX-SRT 통합을 내놓은 것으로도 분석된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한국 철도산업의 공공성과 효율성, 경쟁력을 강화하는 정책”이라며 “(통합을 통한) 요금 인하 효과와 환승 할인 정책이 고속철도 이용자들에게 이익을 주기 때문에 소확행 공약 취지와도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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