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릿한 존재감, 희미한 정책 방향…50여일 ‘암전 인수위’

남지원 기자

활동 마치고 내일 해단식

집무실 이전·‘검수완박’ 이슈에 묻혀 시작부터 끝까지 ‘암전’

정책 우선순위 대신 지엽적 논의…정부조직 개편 시도도 못해

인수위원장·당선인과 충돌, 인선 갈등 등 성과보단 내홍·잡음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4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4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업무를 마무리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6일 해단식을 연다. 지난 3월18일 현판식을 열고 본격 출범한 지 50여일 만이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다음 정부의 인수위에도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 활동이 종료되고 새 정부 출범이 코앞이지만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을 짐작하기 어려운 ‘암전(暗轉) 인수위’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수위는 4일부터 회의나 브리핑을 하지 않고 업무를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이날까지 인수위 문서를 대통령실 기록관으로 이전하기 위한 분과별 기록물 분류, 예산 회계집행 마무리 등 실무작업이 이어졌다. 5일에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 운영을 중단한다. 인수위 업무는 6일 오후 5시로 예정된 해단식을 끝으로 공식적으로 종료된다.

흐릿한 존재감, 희미한 정책 방향…50여일 ‘암전 인수위’

이번 인수위는 역대 어느 때보다도 정책적으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인수위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날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도 코로나19 피해 지원과 탈원전 폐기, 부동산 감세 등 문재인 정부 뒤집기에 집중한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큰 로드맵이나 정책 우선순위 등 향후 5년간의 국정 방향을 가늠할 만한 대형 어젠다를 제시하지 못했다.

이전 인수위들이 다양한 평가 속에서도 나름의 국정 청사진을 제시한 것과는 차이가 크다. 인수위 없이 출발한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적폐청산과 개혁을 내걸었다. 박근혜 정부 인수위에서는 경제민주화와 맞춤형 복지가 화두였고, 증세 없는 복지를 두고 사회적 논쟁이 활발히 전개됐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는 금융·부동산 규제완화를 통한 경제성장, 한반도 대운하 건설 등을 국정운영 기조로 제시했다. 윤석열 정부 인수위에서는 대형 정책 이슈 논의가 실종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인수위 활동은 초반에는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에, 후반에는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입법에 밀렸다.

김경미 정치플랫폼 ‘섀도우캐비닛’ 대표는 “인수위는 원래 가장 역동적인 기간이고 무엇을 새 정부의 최우선 국정운영 과제로 삼을지 결정하는 시기인데 이번 인수위는 암전 상태였다”며 “정책 우선순위가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새 정부의 정책을 예측할 수 없게 됐고 대통령 집무실 이전 시 교통체증 같은 지엽적인 논의만 떠다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 인수위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였던 정부조직 개편은 시도조차 하지 못한 채 새로 출범할 정부에 공을 넘겨버렸다.

성과는 미미했던 반면 잡음은 컸다. 인수위 초반에는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둘러싼 문재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정면충돌이 이슈를 장악했다. 인수위 중반에는 내각 인선에서 배제된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하루 동안 업무를 중단하며 당선인과 인수위원장의 충돌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인선 갈등으로 이태규 인수위원이 사퇴하는 등 크고 작은 내홍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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