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김승희를 바라보는 국민의힘의 두 가지 딜레마

박순봉·정대연 기자

국민의힘이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두고 두 단계의 딜레마에 빠졌다. 첫 단계 고민은 인사청문회를 거칠 것이냐 말 것이냐다. 법제사법위원장 쟁탈전으로 상임위원장은 물론 국회의장단까지 공석이라, 국회의 인사청문회 기능은 마비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청문회 없이 강행 임명할 수 있는 여건이지만, 동시에 두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고려하면 강행 임명은 부담스럽다. 다음 단계는 어느 후보자까지 ‘지킬 것’이냐다. 국민의힘으로선 두 후보자 모두를 내주기도, 다 지키기도 여의치가 않다.

국회 원 구성 협상이 지연되면서 두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일정은 아직 기약이 없다. 박 후보자와 김 후보자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인사청문요청안은 각각 지난달 30일과 31일 국회에 제출됐다. 오는 18일과 19일이 각각 청문보고서 제출 기한으로, 아직 청문회 일정은 물론 원 구성 협상도 진척이 없기 때문에 재송부 기한을 감안하더라도 일정을 지키기는 무리다. 국회 공백이라는 명분을 대고 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으로선 불안한 시선으로 대통령실의 결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임명 강행이냐, 청문회를 기다릴 것이냐에 대한 대통령실의 결정은 어느 한 쪽도 명쾌하게 여권에 유리하지 않다. 임명을 강행하자니 두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부담이다. 박 후보자는 음주운전 논란과 논문 중복 게재 의혹 등을 받고 있고, 김 후보자는 막말 논란과 아파트 갭투기 의혹 등을 받고 있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오른쪽)와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오른쪽)와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그렇다고 청문회를 기다리자니 국정 공백이 염려되고, 후반기 국회의 주도권이 달려 있는 원 구성 협상에서 ‘데드 라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이 없으면 아무 상임위원장도 받지 않겠다는 ‘무소유 전략’을 구사하려 한다. 국민의힘으로선 한 동안 국회 공백을 감내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13일 통화에서 “관건은 (두 후보자가)청문회를 거치느냐, 안 거치느냐다”라면서 “윤 대통령에게 선택권이 있지만 여론이 안 좋은 상태에서 청문회를 안 거치면 말이 나올 것이고, 청문회를 거치면 또 다른 의혹이 나올 수 있어 부담”이라고 말했다. 당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두 사람 다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되는 분들이다. 청문회 없이 임명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면서 “(여권이 국회의)인사청문회를 기다려야 된다고 생각한다. 청문회를 거쳐서 자질을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원내지도부 의원도 통화에서 “언론 보도에 따른 의혹만 있는 상황”이라면서 “(두 후보자의)인사청문회를 거친 다음에 의견을 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청문회를 거치더라도 두 후보자를 모두 지킬 것이냐, 혹은 한 명은 포기할 것이냐의 딜레마도 남아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외신에서 ‘여성 장관이 없다’고 비판을 하니까 준비 안 된 사람을 급조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 후보자에 대해 “사회부총리 산하에는 행정안전부, 경찰도 포함돼 있는데 음주운전에 대해선 엄격하게 대응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고 김 후보자에 대해선 “자질이나 인성 면에서 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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