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만 때리는 당·정, ‘미래 의제’는 실종

조미덥·문광호 기자

문재인 정부·민주당 공격 주력

집권 초기 대표 정책 제시 못해

“검사 편중·지지층 결집이 원인”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성장센터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성장센터에서 열린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정부와 여당은 문재인 정부 공격에 주력하고 있다.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 사건을 정치쟁점화하고, 산업통상자원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 문재인 정부 수사에 속도를 낸다. 경제정책방향도 법인세·부동산세와 주 52시간제 관련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되돌리는 데 중점을 뒀다. 정부·여당이 ‘과거’에만 초점을 맞추면서 정작 새 정부 초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미래’ 의제가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피살 공무원 아들의 자필 편지를 게재하면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아들의 외침 앞에 사죄부터 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은 끊임없이 정의와 인권을 강조하지만 딱 두 곳이 예외”라며 “하나는 민주당 자신, 다른 하나는 북한이다. 내로남불을 넘어 북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가 지난 16일 “(해당 공무원의)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고 2년 전 조사를 뒤집는 발표를 한 후 당내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문 전 대통령이 입장을 밝혀라” “당시 대통령기록물을 공개하라” 등 연일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일 당·정·대 협의회에서도 여권은 “우린 북한에 끌려다니지 않겠다”(권 원내대표) 등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과의 차별화에 방점을 찍었다.

여권의 다른 정치 메시지에서도 ‘문재인·민주당 때리기’가 주를 이룬다. 여권은 문재인 정부 때 임명돼 아직 임기가 1년 정도 남은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겨냥해 자진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SNS에서 “민주당 국회의원 출신인 전 위원장이 권익위원장에 임명된 것 자체가 ‘정치적 임명’이자 ‘낙하산’이었다”면서 “부처를 정권수호위로 전락시킨 게 누구인가”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 두 위원장을 부르지 않고, 17일 “굳이 올 필요 없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사퇴 압력을 촉발했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16일 내놓은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도 문재인 정부 이전으로 돌아가는 데 초점을 맞췄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인하하고, 부동산 보유세를 낮추는 방안이다. 주 52시간제와 시행 후 5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중대재해처벌법도 손볼 대상에 올랐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면서 ‘탈원전’을 추진한 문재인 정부 탓으로 돌렸다. 검경에선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 문재인 정부 인사와 이재명 민주당 의원을 대상으로 한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반면 윤석열 정부를 대표할 정책 의제는 보이지 않는다.

개별 정책에 대한 평가를 떠나 노무현 정부의 ‘지방분권’,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자원외교’,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검찰개혁’처럼 역대 정부는 핵심적으로 추진할 개혁 의제와 방향이 분명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모호하다는 것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인재 풀이 검사 출신으로 한정된 문제를 지적했다. 장성호 건국대 미래지식교육원장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국정 의제가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다. 대통령직인수위 기간에도 나온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한 달 동안 내놓은 정책은 크게 ‘이명박 정부 시즌2’와 ‘반문재인’이다. 미래가 아니라 실패한 과거로 가고 있다”고 했다.

전 정부 때리기가 지지층을 결집하는 전략이란 분석도 있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미 동맹을 우선하고 북한에 할 말은 한다는 차이를 보여줌으로써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경제환경이 좋지 않고 이에 대한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이전 정부 문제로 이슈를 돌리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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