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신속 강구” 지시한 ‘취학연령 하향’...거센 비판에 “의견 경청” 수습나선 정부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 학제개편안에 대해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 학제개편안에 대해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1일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만 6세에서 5세로 낮추는 학제개편안에 대해 “교육 수요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 관련 정책에 충실히 반영하라”고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박 부총리는 이날 2025년부터 4년 간 취학연령을 당기는 방안에 대해 “시나리오의 하나이며 확정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흘 전 윤석열 대통령의 ‘신속 강구’ 지시로 학제개편에 속도를 내려던 정부가 교육계와 학부모 등의 반발이 거세게 일자 의견 수렴을 명분으로 수습에 나선 모습이다.

한 총리는 이날 박 부총리에게 초등학교 취학연령 개편과 관련해 “국민들이 불안해하시는 일이 없도록 학부모님 등 교육 수요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해 관련 정책에 충실히 반영하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총리실이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한 총리는 “아이들마다 발달 정도가 다르고, 가정마다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며 “교육 공급자와 수요자의 찬반 의견과 고충을 빠짐없이 듣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보완책을 마련하고, 정책 결정과 실행의 모든 과정을 교육 주체들과 언론에 투명하고 소상하게 설명하고 소통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박 부총리는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 앞에서 예정에 없던 약식브리핑을 열고 학제개편안 취지를 설명했다. 박 부총리는 “정책에 대한 의견 수렴 과정이 폭넓게 선행되지 못해 여러 우려가 있다”며 “올해 연말에 시안이 만들어질 텐데 모든 걸 열린 자세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나가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8월부터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2만명 이상의 대국민 설문을 실시하며, 국가교육위원회 공론화를 거치겠다고 밝혔다.

박 부총리는 3년 뒤인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5세로 낮추기 시작해 2029년까지 매년 순차적으로 앞당기겠다는 기존 발표안에 대해 “확정된 것처럼 국민들께 전달된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가능하다”며 선을 그었다. 앞서 박 부총리는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너무 많은 우려 사항이 있고 선호도가 낮다고 한다면 1개월씩 (입학을) 당겨서 12년에 (걸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 5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유치원 대비 이른 하교로 돌봄 공백이 생길 것이란 우려엔 “초등학교 1·2학년은 저녁 8시까지 학교에서 돌봄을 보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부총리가 지난달 29일 윤 대통령에게 교육부 업무보고를 하며 학제개편안을 발표한 지 사흘 만에 논란이 커지자 정부 차원에서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 대선 공약과 국정과제에 담기지 않은 학제개편안이 ‘3년 뒤 추진’이라는 목표로 불쑥 등장하자 교육계와 학부모들 사이에선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윤 대통령은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박 부총리에게 지시하며 이러한 비판을 키웠다. 결국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준비 없이 교육·돌봄 시스템 전반을 뒤흔드는 정책을 발표해 혼란만 야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정부가 의견 수렴을 명분으로 속도조절에 돌입한 상황으로 분석된다.

교육 관련 단체들의 반발은 이어졌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등 30여개 교원·학부모단체들로 구성된 ‘만 5세 초등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유아기부터 경쟁 교육으로 내몰며 영유아 교육과 보육체계를 붕괴시키고, 초등학교 교실 현장에 혼란을 초래하는 매우 잘못된 정책”이라며 “즉각 철회해 더 이상 혼란을 야기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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