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한덕수 총리…‘책임총리’ 내걸었지만 ‘윤핵관’ 장관들 속 존재감 희미

박광연 기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28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제3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28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제3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총리인 한덕수 총리가 오는 30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책임총리’ 타이틀을 걸고 총리직에 올랐으나 한동훈 법무부·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장관들 사이에서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펼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 내 각종 정책적 논란을 조정하고 대국민 소통에 적극 나서려는 모습은 긍정적이다.

대형로펌 재직에 따른 전관예우 논란 등으로 야당이 임명을 반대했던 한 총리는 우여곡절 끝에 윤석열 정부 출범 13일만인 지난 5월23일 취임했다.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가결된 뒤 임명장을 받은 5월21일 기준으로는 이달 28일이 100일째다. 한 총리의 지난 100일은 행정 각부를 통할하며 국무위원을 제청하는 헌법상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한 책임총리보다는 관리형 총리 모습에 가까웠다.

한 총리 업무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총리를 보좌하는 국무조정실장 자리에 윤종원 현 기업은행장을 임명하려고 했으나 ‘윤핵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반대로 좌절됐다. 윤 은행장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이기 때문에 현 정부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국정 운영의 주도권은 윤 대통령 최측근 장관들에게 더 쏠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법무부에 인사정보관리단을 설치하고 검찰 수사권 복원을 추진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를 관철한 이상민 행안부 장관, 탈북어민 북송 논쟁을 주도한 권영세 통일부 장관 등이 이슈의 한복판에 서는 일이 잦았다. 윤 대통령은 ‘스타 장관’이 되라며 이들에게 힘을 싣기도 했다.

윤핵관 장관들과 야당의 대립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 총리는 취임 당시 강조한 협치에서도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의 ‘시행령 정치’를 지적하는 야당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하며 윤핵관 장관들을 거들었다. 한 총리는 전 정부에서 임명된 홍장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의 사퇴를 종용하는 듯한 발언으로 야당으로부터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했다고 자부한 국무위원 임명 제청도 장관들의 잇따른 낙마로 빛이 바랬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2명의 후보자가 검증 단계에서 낙마했고, 교육부 장관은 첫 후보자가 낙마한 데 이어 임명된 박순애 전 장관이 초등학교 취학연령 하향 논란으로 35일만에 사퇴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 취임 100일이 지난 현 시점까지 내각 구성이 완료되지 못했다.

정치인이 아닌 정통 관료 출신인 한 총리는 내각을 관리하는 역할에 치중했다. 정부 정책 발표로 발생한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수습하는 역할을 수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초등학교 취학연령 하향 추진이 발표되고 사흘만에 교육부 장관에게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라”고 지시했고, 이달 초 대형마트 영업규제 완화 논란이 일자 “충분히 듣고 또 듣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각종 정책적 논란이 발생한 이후 대국민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한 총리는 “정책을 만드는 데 10시간이 들면 5시간은 이해관계자와 국회, 언론을 설득하는 데에 써야 한다”며 이달 중순부터 매주 한차례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정 전반의 현안을 설명하고 있다. 교육부·복지부 장관이 공석인 상황에서 직접 사회 분야 현안을 챙기려는 시도로도 해석된다.

최근 국가적 현안 대응과 중장기적 과제 추진에도 힘을 싣고 있다. 통상 전문가로 주미 대사를 지낸 한 총리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 통과로 한국 전기차 생산기업이 손해를 보게되자 “WTO(세계무역기구) 제소를 검토해야 한다”며 입장을 적극 펼치고 있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와 현 정부 역점 과제인 규제개혁 추진의 선봉에 나서고 있다.

한 총리는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난 100일은) 국익 우선 외교와 강한 국방, 사회적 약자 보호, 재정건전성 강화, 국제수지 흑자 유지, 그리고 생산성 높은 경제로의 체질 개선. 이렇게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며 “이것이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윤석열 재도약 플랜’의 근간”이라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KBS 방송에선 “미흡한 점은 소통이었다”며 “국민, 국회와의 대화가 아직 충분치 않았다”고 자평했다. 그는 책임총리 역할과 관련해 “내각의 각료들이 책임지고 정책을 만들어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접촉면이 굉장히 넓어졌다”며 “가장 중요한 건 장관들 임명에서 대통령과 총리가 소통하느냐의 문제인데 그런 부분들은 상당히 지켜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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