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이 뭐길래...‘3철’ ‘진박’ 별칭으로 본 역대 대통령 측근그룹 변천사

문광호 기자
‘윤핵관(윤 대통령측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장제원, 권성동,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윤핵관(윤 대통령측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장제원, 권성동,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윤핵관’

윤석열 대통령측 핵심 관계자를 일컫는 이 단어는 올해 여권에서 가장 뜨거운 단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핵관으로 권성동·이철규·장제원 의원을, ‘윤핵관 호소인’으로 정진석·김정재·박수영 의원을 꼽으며 윤 정권이 위기인 원인 중 하나로 이들을 지목했다. 윤핵관을 부정적 꼬리표로 여기고 불쾌함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 의원들은 윤핵관이란 말이 실세라는 인증이라도 되는 듯 “윤핵관으로 불리면 좋지 않나”라며 부러운 시선을 보낸다.

윤핵관이라는 단어는 지난해 11월 당시 대선 후보인 윤 대통령과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사이에서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을 표방해 갈등을 야기하는 주요 변수로 떠오르며 처음 쓰인 이래 주로 부정적인 의미로 활용됐다. 관련 기사| 윤석열-김종인 갈등 변수 ‘윤핵관’은 누구? 윤핵관이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인사권 행사에 투명하지 않은 방식으로 깊숙이 관여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당내에서도 윤 대통령의 의중을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윤핵관이 정권 초부터 초미의 관심사가 된 것은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의 측근들이 논란의 중심에 선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 측근그룹의 별칭을 중심으로 변천사를 살펴봤다.

■문재인·박근혜 정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는 ‘3철(이호철·양정철·전해철)’, ‘부엉이 모임’ 등이 있었다. 3철은 문 전 대통령이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직후 권력 핵심부로부터 거리를 두겠다고 선언했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은 결과다. 이호철 전 민정수석은 2017년 5월 “먼 길을 떠난다”며 해외로 출국하고 5년 내내 문재인 정부에 합류하지 않았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역시 입각하지 않고 2선 후퇴했다가 이후 민주연구원장을 역임했다. 전해철 의원의 경우 유일하게 입각해 문 정부 마지막 행정안전부 장관을 맡았다.

‘밤새 문 대통령을 지키자’ 뜻의 부엉이 모임은 처음 언론에 공개된 이후 친문 계파주의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해산했다. 다만 이후에도 모임 출신인 황희, 권칠승 의원 등이 장관으로 입각해 당시 야권으로부터 ‘친정체제’라는 비판을 받았다.

측근정치가 가장 큰 논란이 됐던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다. 박씨의 측근으로는 ‘비선실세’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씨)뿐 아니라 ‘문고리 3인방’(안봉근·이재만·정호성), ‘진박’ 등이 있다. 박씨는 최씨 등이 관련된 국정농단 등의 혐의로 징역 22년, 벌금 180억원, 추징금 35억원을 대법원에서 확정받았다.

선출되지 않은 실세를 뜻하는 비선실세, 문고리 권력을 뜻하는 문고리 3인방과 달리 진박은 박씨의 발언에서 생겨난 단어다. 박씨는 대통령 임기 중이던 2015년 다음해 총선을 앞두고 ‘물갈이론’을 꺼내들며 “국민을 위해서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당시 공천심사위원장이었던 이한구 전 의원은 박근혜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비박 의원들을 솎아냈다. 박씨를 추종하는 정치인들만이 살아남는 일종의 충성정치 구조를 만든 것이다.

측근정치의 폐해는 명확했다. 이듬해 총선을 앞두고 당시 새누리당은 친박·비박 갈등이 극심해졌고 이는 총선 참패로 이어졌다. 당 대표인 김무성 의원이 일부 공천 결재를 보류한 ‘옥새 파동’은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명박·노무현 정부

전직 대통령 이명박씨 역시 친이, 그 중에서도 ‘영포(영일·포항) 라인’이라는 측근그룹이 있었다. 경북 영일, 포항 지역의 친목단체로 출발한 영포 라인은 이씨와 이씨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 등과 사적 연고로 묶여있었고 임기 동안 각종 범죄 의혹에 연루됐다. 2008년 5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와 관련 민간인 불법사찰의 배후로 지목된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그 중에서도 핵심이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지원관부터 주요 구성원, 컨트롤타워 역할의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등이 모두 영포 라인으로 구성됐다.

이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자 이명박 정부 시절 ‘왕차관’으로 불렸던 실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2012년 민간인 불법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추가 기소돼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이상득 전 의원도 2019년 대법원에서 포스코 민원을 해결해주고 뇌물을 챙긴 혐의로 징역형을 받았다.

2018년 1월26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특활비)를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상득 전 의원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2018년 1월26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특활비)를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상득 전 의원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친문, 친박, 친이(명박), 친노(무현).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 앞에 붙는 ‘친(親)’이라는 수식어가 정치권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부터다. 노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02년 5월28일 “검찰 내 노무현 반대 세력이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지원하는 세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 남경필 전 경기지사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수사하면 ‘반노(反盧) 검찰’이고, 유리하게 수사하면 ‘친노(親盧) 검찰’이냐”고 지적하면서 친노라는 용어가 널리 쓰였다.

노 전 대통령도 측근정치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 2006년 참여정부 출범에 기여한 공기업·정부 유관기관 임원들의 모임인 ‘청맥회’(淸脈會)라는 조직의 ‘낙하산 인사’ 논란이 제기됐다. 청맥회는 당·청 회동에서 2003년 3월 ‘당 출신 인사의 적극적인 공직 추천’을 협의한 뒤 출범했다. 논란이 되자 청와대는 간접적으로 청맥회의 자진 해산을 요청했고, 2006년 3월 해체됐다.

■김대중·김영삼·노태우 정부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은 각각 한국 현대정치의 ‘양대 본산’으로 불린 동교동계와 상도동계가 대표적인 계파지만 측근 그룹으로 불리기에는 그 역사가 길고 세력이 크다. 대신 두 대통령은 외곽 사조직이 측근 역할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그룹으로는 1998년 4월 출범한 인동회가 잘 알려져있다. 인동회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 출신들이 만든 친목모임으로 김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인동초를 본 떠 모임 명칭을 만들었다.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실세로 통한 권노갑 상임고문과 한화갑, 김옥두, 남궁진, 설훈 등 비서 출신 측근들은 대선 중 “선출직 이외에 어떤 공직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전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임기 중 비서 출신들이 요직을 맡고 비리로 파문을 일으켜 비서 출신 정치인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권 상임고문은 실제로 김대중 정부의 어떤 직함도 맡지 않았지만 실세라는 이름의 후과는 피할 수 없었다. 권 상임고문은 2004년 현대그룹의 대북사업을 지원해 주는 대가로 200억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5년에 추징금 150억원을 선고받았다.

권노갑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6월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권노갑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6월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는 사조직 민주산악회가 있었다. 민주산악회는 5공화국 초반인 1982년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지지세력으로 출발해 대선 과정에서 김 전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했다. 민주산악회는 대선 경선 중 일부 지역에서 선물을 주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지지를 유도했고, 이후 보은 성격의 모임 출신 낙하산 인사가 많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측근 정치의 결과 김영삼 정부는 임기 말 차남 김현철 등 정계 유력인사들이 한보그룹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부실 대출을 해준 ‘한보사태’, ‘장학노 청와대 부속실장 비리’ 등이 잇달아 터졌다. 김 전 대통령은 결국 임기 4년 차인 1997년 한보사건, “여야의 중진 정치인뿐 아니라 저의 가까이에서 일했던 사람들까지도 부정부패에 연루됐으니 국민 여러분께 고개를 들 수가 없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전두환, 노태우 정부 시기에도 사조직이 측근그룹으로 기능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처고종사촌이자 ‘6공 황태자’ 박철언 전 장관이 이끈 월계수회라는 사조직의 후원을 받았다. 월계수회란 이름은 노 전 대통령을 당선시켜 월계관을 씌워주자는 취지에서 명명됐다. 대선쯤에는 전국 180여개 소조직, 200만 회원을 확보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 전 장관은 당내 최대 계파를 형성했고 당시 관가의 인사에도 개입한다는 설이 정설처럼 돌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993년 서울지검 재직 중 슬롯머신 사건을 수사해 박 전 장관을 구속시켰다.

■전두환·박정희·이승만 정부

전두환 정부에서는 군내 사조직에서 출발한 ‘하나회’가 임기 동안 권력을 쥐었다. 12·12 쿠데타 이후 하나회 출신들은 군뿐 아니라 행정부, 입법부의 요직에 두루 배치됐다. 전두환 정부 시기에는 TK(대구·경북)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동향, 경북고 위주의 인사로 비판을 받았다.

전씨와 마찬가지로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전 대통령 역시 군 출신을 통한 측근정치를 했다. 차지철, 김형욱, 이후락, 박종규 등 측근들이 각종 비리 의혹을 받았다.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은 1980년 부정축재 의혹에 대해 “정치자금을 만지다 보니 나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있지만 떡고물 안 흘리고 떡을 만들 수 있느냐”라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기붕

이기붕

이승만 전 대통령의 측근은 그의 비서 출신인 이기붕 전 의장이다. 이 전 의장은 이 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자유당에서 ‘이기붕계’라는 계파를 형성했다. 이 전 의장에 대한 평가는 경향신문 1956년 4월14일자 기사에서 생생하다. 당시 기사는 “이승만 박사는 무엇 때문에 이기붕씨를 이처럼 신임하는가. 우리네 생각으로는 이기붕씨가 고분고분 심부름을 잘하기 때문인 것 같다. ‘예! 지당합니다’하고 두말없이 시키는 대로 하는 인물 이기붕씨의 이런 점에 대해 자유당에서는 ‘진실하다’고 자랑하고 있다”고 했다. 박근혜씨가 찾던 ‘진실한 사람’의 전형이 이 전 대통령에게는 이 전 의장이었던 셈이다.

같은 해 경향신문 4월18일자 기사는 이 전 대통령의 8년을 이렇게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인사정책에 있어서 완전한 실패를 하였다. 인사정책이 실패하게 된 근본 원인은 측근 편중과 지나친 자기 과대평가에 있는 것이다. 측근자만이 곱게 보이고 믿어지면서도 자기만이 사람을 잘 알아본다는 과대자신력은 부지불식간에 아유구용(阿諛苟容, 남에게 아첨하며 구차하게 행동함) 무리만을 끌어들이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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