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합의한 ‘북핵위협에 대한 압도적 대응’ 실효성 얼마나

박은경 기자

16일(현지시간) 워싱턴서 EDSCG 회의

공동성명서 “압도적·결정적 대응”

한미 양국이   16 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무부 청사 에서 제3차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 (EDSCG) 회의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보니 젠킨스 미국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 차관,  신범철 국방부 차관,  조현동 외교부 1차관,  콜린 칼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 사진 국방부

한미 양국이 16 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무부 청사 에서 제3차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 (EDSCG) 회의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보니 젠킨스 미국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 차관, 신범철 국방부 차관, 조현동 외교부 1차관, 콜린 칼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 사진 국방부

[뉴스분석] 한·미가 합의한 ‘북핵위협에 대한 압도적 대응’ 실효성 얼마나

북한의 핵 선제공격 법제화 등 높아지는 위협에 대해 한·미가 “압도적이고 결정적으로 대응”을 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미국의 최신 비핵전력을 포함해 핵과 재래식, 미사일 방어 체계 등 모든 군사적 자산을 총동원한 확장억제 강화에도 의견을 모았다. 북핵 위협에 보다 선제적이고 단호하게 맞서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지만 긴장 수위만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현동 외교부 1차관과 신범철 국방부 차관, 보니 젠킨스 미 국무부 군비통제·국제안보차관과 콜린 칼 국방부 정책차관은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를 개최했다. EDSCG 회의가 열린 것은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인 2018년 1월 2차 회의 이후 4년 8개월 만이다.

양측은 4시간30분 가량 마라톤 회의를 진행한 뒤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는 “한·미는 북한의 어떤 핵 공격도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며 “미국은 대북 억제와 대응 및 역내 안보 증진을 위해 전략자산의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역내 전개와 운용이 지속되도록 한국과 공조를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양측은 연내에 북핵 위협 단계별 상황에 맞는 군사 대응 도상 훈련인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TTX)을 진행하고, 정보 공유, 훈련, 연습의 증진을 통해 동맹의 전략적 준비태세 강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지속 모색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양국은 북한의 전술핵 개발과 선제공격 위협에 대응해 한·미 맞춤형억제전략(TDS)에 대한 개정 작업도 진행중이다.

조 차관은 특파원 간담회에서 “확장억제와 관련해 지속가능한 공조 메커니즘으로 EDSCG를 정례화해 매년 개최하기로 했다”며 “확장억제를 위한 외교·국방 공조체제를 사실상 제도화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 연구위원은 18일 통화에서 이번 성명과 관련해 “미국의 전략자산의 사전 전개 등으로 대북 억제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것”이라면서 “특히 최근 북한이 핵 사용 법제화에 나서면서 핵 위협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예방적 차원의 억제 의지를 확인했다”고 분석했다.

이달 말 미 핵추진 항모 부산 입항해 연합 훈련 할 듯

한·미가 전략자산 운용 공조를 강화키로 하면서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규모나 수준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CVN-76)가 이달 말 부산에 입항해 연합훈련을 진행할 예정이다. 항모가 한국 작전구역(KTO)에서 우리 해군과 연합훈련을 한 것은 2017년 11월 북한의 6차 핵실험 후 약 5년 만이다.

앞서 미군은 지난 13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레이건함의 훈련 사진을 공개하고 관련한 6·25 전쟁 이력까지 언급하며 대북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신범철 국방차관이 이번 회의 참석 계기에 워싱턴DC 인근의 앤드루스 합동기지를 방문해 B-52 전략폭격기를 시찰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B-52는 유사시 한반도로 전개할 수 있는 미측 전략자산인 만큼 이 전폭기를 시찰하는 장면을 공개한 것은 북한을 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미 국방부는 지난 15일 한·미 해병대가 강원도 필승사격장에서 연합전술항공통제훈련을 실시하는 사진을 이튿날 공개했다. 훈련에 참가한 ‘제 5항공함포연락중대(앵글리코, ANGLICO)’는 미 해군 함정과 전투기 등의 작전을 최전방에서 지원하는 ‘눈과 귀’ 역할을 한다.

앵글리코는 매년 한반도에서 훈련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훈련 사진이 공개된 건 북핵 위협이 고조됐던 2017년 이후 5년 만이다.

신범철 국방부차관(왼쪽)이 15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앤드루스 합동기지를 방문하여 B-52 전략폭격기의 핵탄두 탑재 부분을 확인하고 있다. 국방부

신범철 국방부차관(왼쪽)이 15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앤드루스 합동기지를 방문하여 B-52 전략폭격기의 핵탄두 탑재 부분을 확인하고 있다. 국방부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통화에서 “북한의 ‘핵 법제화’ 등 최근 행보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고 미국 내에서도 ‘새롭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면서 “정치적으로 외연화하는 부분에서 미국이 북한의 행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또는 한국 정부의 강경한 해석에 동조적으로 가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런 주도성이 유지된다면 지속적으로 ‘강 대 강’ 국면으로 갈 수밖에 없고 북한이 오히려 이를 명분삼아서 반작용에 나설 수 있다”고 예상했다.

북한이 핵 선제 공격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 한·미가 군사 공조를 강화하고 북한이 이에 반발하며 위협 수위를 더 높이는 악순환이 벌어진다면 ‘강 대 강’의 한반도 정세는 더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자칫 한반도 시계가 북한의 연이은 핵·미사일 도발로 긴장이 고조되던 2017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남북, 북·미 관계가 강경 일변도로 흐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이미 거부의사를 밝힌 ‘담대한 구상’을 밀어붙이기보다는 비핵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 대북 추가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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