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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안전계획 수립하도록 했는데···서울시, 이태원 참사 장소엔 대책 없어

문광호 기자
이태원 할로윈 참사 일주일째를 맞은 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일대 골목이 한산하다. 있다. 문재원 기자

이태원 할로윈 참사 일주일째를 맞은 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일대 골목이 한산하다. 있다. 문재원 기자

서울시가 지난 1월 이태원로 일대의 도시 계획을 세우면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일어난 장소의 방재안전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은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앞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인 2020년 서울시가 도시계획 매뉴얼로 방재안전계획 항목을 신설하며 ‘건물 간 협소한 이격거리’ 등에 대한 예방대책을 세우도록 했는데,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월6일 고시한 ‘도시관리계획(이태원로 주변 지구단위계획) 결정(변경) 및 지형도면 고시’를 보면 서울시가 세운 방재안전계획에는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동 119-3, 119-6번지 일대의 화재, 안전사고 예방대책이 없었다. 대신 참사 지역과는 떨어진 지역의 방재안전계획으로 2016년 수립된 풍수해 저감 종합계획과 기존 방화지구를 유지하는 내용만 포함됐다. 해당 계획은 지난해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를 거쳐 올해 최종 결정됐다.

이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가 2020년 5월 전면 개정한 ‘지구단위계획 수립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당시 서울시는 기준을 개정하며 방재안전계획 항목을 신설했다. 방재안전계획에서 규정하는 재난에는 자연재난뿐 아니라 사회재난도 포함돼있다. 방재안전계획 수립 기준에는 사회재난 예방을 위해 “화재 시 협소한 도로로 이뤄져 소방차 진입이 곤란한 구역, 건물 간 이격거리가 협소한 구조로 돼있는 등 화재에 취약한 지역을 파악하고 관련 법 및 계획에서 제시하고 있는 예방대책을 검토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태원로 주변 지구단위계획 획지 및 건축물에 관한 결정(변경)도.

이태원로 주변 지구단위계획 획지 및 건축물에 관한 결정(변경)도.

이태원동 119-3, 119-6번지의 도로 폭이 3.2m로 소방도로 요건인 폭 4m에 미달하는 수준이었기에 제대로 된 예방대책이 세워졌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참사 현장 인근은 17개 건축물 중 8개가 불법 증축돼 있다. 서울시는 당시 함께 고시한 ‘획지 및 건축물에 관한 결정(변경)도’에서 해당 골목의 폭을 건축법상 기준에도 미달하는 3.5m로 표기했다.

참사 이전에 서울시내 도로 폭이 4m 미만인 도로에 대한 안전대책이 수립될 필요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7월 발간한 ‘서울시 생활도로 관리실태와 개선방안’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서울의 전체 도로 중 폭 12m 미만 소로는 연장기준 76.8%에 달하고, 그 중 폭 4m 미만은 24.0%다.

서울연구원은 “생활도로에 대해 우선적으로 대처해야 할 위험요소는 소방 도로 요건(폭 4m 이상)이 확보되지 못한 도로 등에서의 신속한 재난·사고 대응의 어려움, 경사지 도로에서의 넘어짐, 미끄러짐, 추락 등 안전사고 등”이라며 “정비사업 등에서 생활도로 환경개선에 관한 사항을 계획내용에 적극적으로 포함할 수 있도록 도시계획위원회에 안건이 상정되기 전에 도로 및 교통 관련부서의 의견을 청취하고 반영하는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해당 보고서는 서울시 안전총괄실에 제출됐지만 이태원로 도시계획에는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지난 4일 해명자료에서 “자치구 생활도로 개선 및 확장 등을 지원하고 있다”며 “자치구 생활도로 개선 및 확장 등을 통해 좁은 골목길이 자치구에서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날 “현재 ‘이태원 지구단위계획’에는 보행환경 개선을 위해 사고도로를 현재 3.5m에서 8m로 확폭하는 계획이 수립됐다”며 다만 “이는 민간건축물의 신축시 반영 가능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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