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결국 홍범도 장군 흉상 외부 이전···야당 ‘독립영웅 부관참시’

박은경 기자

나머지 5위의 흉상도 교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

육군사관학교에 건립된 독립전쟁 영웅 5명의 흉상. 왼쪽부터 홍범도 장군, 지청천 장군, 이회영 선생, 이범석 장군, 김좌진 장군. 육사 제공

육군사관학교에 건립된 독립전쟁 영웅 5명의 흉상. 왼쪽부터 홍범도 장군, 지청천 장군, 이회영 선생, 이범석 장군, 김좌진 장군. 육사 제공

육군사관학교가 결국 교내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외부로 이전하기로 31일 확정했다. 독립운동 공적과는 별개로 소련 공산당 활동이 육사 정체성과 맞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윤석열 정부의 ‘반공산주의’ 역사전쟁을 둘러싼 논쟁이 더욱 격렬해질 것으로 보인다.

육사는 이날 오후 입장문에서 “충무관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은 육사의 정체성과 독립투사로서의 예우를 동시에 고려해 육사 외 독립운동 업적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장소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독립투사로서의 예우’를 고려한다고 했으나 사실상 철거 조치다. 공산당 활동과 관련이 없는 다른 흉상도 이전하기로 했다. 육사는 “홍 장군 외 5위의 흉상은 육사 교정 내 적절한 장소로 이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사항은 육사 내 ‘기념물 종합계획’이 완료되는 대로 시행할 계획이다. 육사는 “기념물 재정비는 육사 졸업생과 육사 교직원 등의 의견을 들어 육사의 설립 목적과 교육목표에 부합되게 육사교장 책임하에 추진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육사의 종합강의동인 충무관 앞에는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의 흉상이 설치돼 있으며, 충무관 내부에는 대한제국 군대해산에 항의하며 자결한 박승환 참령의 흉상이 있다. 해당 흉상들은 ‘독립군·광복군의 숭고한 애국애족 정신을 선양하고 육군과 육사의 역사적 뿌리를 잇는다’는 이유로 이전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설치됐다.

국방부는 지난 28일 “육사의 전통과 정체성, 사관생도 교육을 고려할 때 소련 공산당 가입 및 활동 이력 등 논란이 있는 홍 장군의 흉상이 육사에 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논란이 있어 왔다”고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홍 장군 흉상의 외부 이전 장소로는 독립기념관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나, 관할 부처인 국가보훈부는 “국방부나 육군사관학교 측과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육사는 4층 건물인 충무관 내부의 각 층 로비를 시대별 국난 극복사를 보여주는 전시 공간으로 꾸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야당은 흉상 이전을 ‘역사 쿠데타’로 규정하고 “역사를 잊은 정권에게 미래는 없을 것”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독립영웅을 이렇게 모욕하고 부관참시한 정권은 일찍이 없었다”며 “육군의 미래를 이끌 동량들에게 독립 혼을 일깨우던 독립투사의 흉상을 이렇게 밀어내겠다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홍 장군 흉상만 이전한 게 아니라 육사에서 군의 역사와 정통성을 파내고 지워버린 것”이라며 “오늘은 육사 치욕의 날, 국군 굴욕의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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