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그들은 누구인가

⑤비자발적 중도

청년 세대 설문조사 분석

가운데 서 있는 목각 인형을 향해 좌우의 도미노가 쓰러지고 있다. ‘중도’는 진보나 보수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스스로 중도를 선택한 사람도 있지만 자신을 대변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을 찾지 못해 중도로 떠밀린 사람들도 있다. 문재원 기자 사진 크게보기

가운데 서 있는 목각 인형을 향해 좌우의 도미노가 쓰러지고 있다. ‘중도’는 진보나 보수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스스로 중도를 선택한 사람도 있지만 자신을 대변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을 찾지 못해 중도로 떠밀린 사람들도 있다. 문재원 기자

한국의 20~30대 청년세대는 정치적으로 부동층 비율이 높고, 선호하는 정당이 있더라도 충성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특징이 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2030세대는 가치관 측면에서도 전체 여론 지형과는 대비되는 양상이 자주 나타난다. 특히 청년세대는 남녀 성별에 따른 가치관 차이가 다른 세대에 비해 크게 나타나는 항목이 여럿 존재한다.

경향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전국 18세 이상 남녀 15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웹 조사에서 2030세대는 41%가 ‘오는 4월 총선에서 투표할 후보의 정당을 정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10명 중 4명 이상이 투표할 후보의 정당을 정하지 않았다고 답한 세대는 2030세대가 유일하다. 5060세대는 38%, 40대 37%, 70대 이상은 29%가 4월 총선에서 투표할 정당을 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2030세대는 여전히 ‘공정’ 이슈를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세대는 박근혜 정부 시절 박 전 대통령 측근 최서원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대학 측의 학사 특혜, 문재인 정부 시절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비리 등 일련의 사건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그래서 이들 세대는 능력과 성과를 바탕으로 한 보상을 공정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공공기관 채용 시 가산점 부여 대상’을 제시하고 동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 2030세대 10명 중 6명은 ‘고졸 출신’ ‘지방대 출신’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반대했다. 고졸 출신 또는 지방대 출신에 대한 가산점 부여에 대한 전체 반대 여론에 비해 각각 7~8%포인트 높았다.

이들은 경쟁에 대해 높은 수준의 피로감을 느낀다. 2030세대의 59%가 ‘우리 사회에서 경쟁은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응답했다. 전체 평균인 38%에 비해 무려 21%포인트나 높았다. 학교 또는 직장 생활, 취업 준비 과정에서 겪는 치열한 경쟁과 스트레스가 이들을 공정 이슈에 민감하게 만든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공공기관 지방대 채용 가산점에
전 연령층 대비 반대 여론 높아
‘경쟁’에 대한 높은 피로감 작용
군복부·경력단절 가산점 두고
남성·여성 간 찬반 대립 뚜렷

남녀 성별에 따른 가치관 차이 역시 2030세대의 특징이다. 특히 공공기관 채용 시 군복무 남성, 경력단절 여성에 가산점을 줄 것인지에 대해선 성별 대립이 뚜렷했다. 공공기관 채용 시 군복무 남성에 가산점을 주는 데 대해 전체 응답자의 22%가 반대했는데, 2030세대 여성은 38%가 반대했다. 2030세대 남성은 80%가 공공기관 채용 시 군복무 남성에게 가산점을 줘야 한다고 답했다.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여성 가산점에 대해선 전체 응답자의 25%가 반대했는데, 20대 남성은 32%, 30대 남성은 44%가 반대했다. 2030세대 여성은 79%가 찬성했다.

이처럼 청년 내부의 젠더 갈등이 격화되면서 스스로 느끼는 경각심의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성인 3952명(청년층 1074명)을 대면조사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청년층(19~34세)은 세대 내 갈등을 다른 세대에 비해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젠더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한 사람은 47%였는데, 청년층은 53%였다.

그렇지만 2030세대의 개방성과 유연성이 다른 세대에 비해 높다는 점에서 젠더 갈등 양상이 극한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경향신문·한국리서치 설문조사에서 2030세대의 59%가 ‘나와 다른 방식으로 사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전체 평균은 53%였다.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과도 이야기하려 한다’는 응답도 66%로 전체 평균 61%보다 높았다.

정세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의 청년 담론이 ‘MZ세대론’ ‘이대남·이대녀’ 등 부정적인 이슈를 중심으로 부각되면서 청년들이 느끼는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이라며 “청년세대는 갈등에 대한 민감도가 높고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 있음을 상대적으로 잘 이해하는 만큼 청년 당사자들이 대화의 물꼬를 트고 상호작용을 지속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기사 어떠세요?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