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 이종섭 출국···총선 정국 핵으로 부상하나

박순봉 기자    신주영 기자

야당이 10일 해병대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주호주대사(전 국방부 장관)가 출국하자 총력 공세에 돌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것이 정권이 강조하는 ‘법치와 공정’, 자유대한민국의 실체냐”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을 찾아 이 전 장관 출국 저지를 시도했다. 국민의힘은 이 전 장관 출국은 “공직자로서 공무수행을 위한 것”이라며 “국익을 위한 외교에 또다시 정파의 정략적 이익을 앞세운 정쟁은 결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 출국을 계기로 해병대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이 총선 정국의 새로운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이종섭 주호주대사 출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이종섭 주호주대사 출국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 대표는 이날 이 전 장관 출국 직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은 탄핵 추진을 피해 국방장관을 전격 교체하더니 급기야 그를 호주대사로 임명해 해외로 빼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천안갑의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경북의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제2차장은 채상병 사건의 책임자들”이라며 “국민을 주인이 아니라 지배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서야 이럴 수는 없다.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고 묻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제 심판의 날이 한 달 남았다. 4.10 심판의 날에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이 나서달라”며 “포기나 외면은 정권을 편드는 것이다. 괴로움을 참고 한탄할 것이 아니라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익표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 약 20명은 이날 오후 5시30분쯤 인천공항에 이 전 장관 출국을 막기 위해 집결했다. 홍 원내대표는 현장에서 “명백하게 수사방해고 주요 피의자를 국가 기관이 공권력을 동원해서 해외로 도피시킨 사건”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이러한 행태는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조를 나눠서 이 전 장관을 찾기 위해 인천공항 게이트를 뒤졌다. 홍 원내대표는 오후 7시10분쯤 “이미 모든 출입국 절차를 마치고 기내탑승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5시 이전에 들어간 건지 아니면 또 다른 편법을 이용해서 특혜적으로 들어갔는 지는 이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 전 장관 출국에 관계된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외교부 관계자,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법무부 해외출국금지담당자 관계자 등을 직권남용 및 수사 방해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필요하다면 해당 장관들에 대해선 국회를 즉시 열어서 탄핵까지 검토하겠다”며 “윤 대통령은 이종섭 전 장관 해외출국을 중단시키고 호주대사 임명을 반드시 철회할 것 거듭 촉구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정부심판론의 양대 축으로 김건희 여사와 채상병 사건을 설정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경기 양평을 방문해 김 여사 일가의 서울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을 환기했다. 오는 11일에는 채상병 사건에 연루된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이 국민의힘 후보인 천안 지역을 찾는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김 여사 의혹은 상당 부분 국민에 이미 각인이 돼 부정 평가의 상당 부분에 반영이 돼 있다”며 “채상병 의혹은 아직 국민에게 많이 각인되지 않았다. 총선은 물론 총선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어질 문제”라고 말했다.

다른 야당들도 한 목소리로 이 전 장관 출국을 비판했다. 인천공항을 찾은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조폭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조용해질 때까지 잠시 바깥에 좀 나가 있어’라는 말을 조폭 두목이 하는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녹색정의당은 오는 11일 범인도피죄, 직권남용죄를 적용해 박성재 법무부 장관을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리 편이면 출국금지도 무력화시키는 행태에 공정은 어디있으며 상식은 어디있느냐”며 “자신의 부하인 박정훈 대령은 제복군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외로운 투쟁을 하고 있는데 상관이었던 국방장관이 수사를 회피해 출국한다면 대한민국 국군 장병 중 누가 상관을 신뢰하고 나라를 지키는 일에 매진하겠느냐”고 적었다.

국민의힘은 이 전 장관 출국을 옹호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익을 위한 외교는 민주당의 지지율 반등을 위한 불쏘시개가 아니다”라며 “이종섭 주호주대사 내정자의 출국은 공직자로서 공무수행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우호국의 대사 임명에 있어 무한정 공석으로 둘 수 없기에 더는 지체할 수 없는 상황에 내린 결정”이라며 “전통의 우방국인 호주는 최근 우리나라와 막대한 규모의 방산 수출 계약이 잇따르는 등 성과를 바탕으로 국방·방산 분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 갈 적기”라고 밝혔다.

총선을 한 달 앞둔 시점에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이 전 장관의 급작스러운 출국으로 해병대 채상병 사건이 다시 총선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한 해병대 수사단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 핵심 피의자이다. 특히 이 전 장관은 대통령실의 연락을 받고 수사단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야당은 의심하고 있다.

앞서 경향신문이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해 12월29~30일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수해 복구 작업 중 사망한 해병대 채 상병 순직의 원인 규명과 당시 대통령실, 국방부가 수사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특검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나’라고 물은 결과 필요하다는 응답이 73%,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20%였다. 이번 조사는 100% 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5.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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