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박영선 총리·양정철 비서실장 검토된 적 없다”

유설희 기자

대통령실 관계자발로 특정인 언론에 흘리고

여론 살피는 ‘찔러보기, 간보기’ 행태 비판

“인재 구하기 어려움 이해하지만 한심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4·10 총선 여당 참패 이후 인적 쇄신을 고심해오던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총리에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유력 검토하고 있다는 대통령실 관계자발 보도가 17일 나왔지만 대통령실은 사실이 아니라고 공식 부인했다. 대통령실 내 인사 관련 난맥상을 보여주는 사례이자, 여론을 떠보려는 아니면 말고식 ‘간보기’ 행태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8시53분쯤 대변인실 명의 공지를 통해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박영선 전 장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등 인선은 검토된 바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황당한 소리”라고 말했다.

TV조선과 YTN은 이날 오전 대통령실 관계자를 소스로 윤 대통령이 한덕수 국무총리 후임으로 문재인 정부 시절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냈던 박 전 장관을, 비서실장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유력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YTN은 신설될 정무특임장관에는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유력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박 전 장관이 지난 1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현재 체류 중인 미국에서 조기 귀국하겠다는 사실을 알리며 “곧 한국에서 뵙겠다”는 표현을 써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정치권은 ‘박영선·양정철·김종민 카드’를 두고 출렁거렸다. 여당에서 일부 긍정적 반응도 나왔다. 안철수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세 사람에 대해 “다 좋은 분들이다”며 “저는 무난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은 IMF(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보수 진영에 있던 분을 비서실장으로 모셔왔지 않는가”라며 김대중 전부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김중권 전 비서실장 사례를 거론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당의 대체적인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권영세 서울 용산 당선인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우리 내부 보수층, 보수 유권자층이라든지, 보수 국민층이라든지 우리 내부에서 어떤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경우도 고려해서 과연 그 세 카드(박 전 장관, 양 전 원장, 김 대표)를 동시에 (인선)할 그런 게 맞는지”라며 “혹시 그중에서 일부라도 선택을 하는 게 과연 맞는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인사를 다루는 분들이 굉장히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태 경기 포천·가평 당선인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이것이 현실화한다면 지지층 사이에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권성동 강원 강릉 당선인은 이날 SNS에 “당의 정체성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인사는 내정은 물론이고 검토조차해서는 안 된다”며 “다행히 대통령실에서 위 인사를 검토한 적이 없다는 공식 입장이 나왔지만 오늘과 같은 해프닝은 메시지 관리의 부실함을 드러낸 것이다. 상당히 아쉽다”고 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 도봉갑 당선인도 이날 채널A 유튜브 채널에서 “오히려 야당에서도 반발을 일으킬 것 같고 여당 내에서도 반발을 일으킬 것 같다”며 “과거에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대연정을 시도했었던 모양과 비슷한데 오히려 급하게 철회하고 지지율도 더 떨어졌었다”고 말했다.

야당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은 나오지 않았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경기 하남갑 당선인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박근혜 정부 탄핵 직전에 탄핵 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서 노무현 정부에서 정책실장을 지내셨던 김병준씨를 총리로 지명을 했다. 그것과 유사한 느낌이 든다”며 “그러나 국회 동의도 얻어내지 못하고 실패를 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결국은 총리 한 사람이 들어가서 뭘 바꾸지는 못 한다, 하는 것이 이미 증명됐기 때문에 그걸 박영선 전 의원께서 받아들이실 것 같지는 않다”며 “난파선 순장조가 굳이 되려고 할까”라고 했다. 장경태 민주당 서울 동대문을 당선인도 이날 YTN 라디오에서 “과연 제안을 수락할까”라며 “가능성 매우 낮고 좋은 제안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날 SNS에 “임기 초에는 MB(이명박 전 대통령) 계열 뉴라이트만 쓰면서 ‘MB아바타’ 소리 듣더니 이제는 ‘문재인 아바타’”라며 “끔찍한 혼종”이라고 비판했다.

전 정부 인사들인 박영선·양정철 기용설은 통합형 인사를 해야 하지만 인물난을 겪고 있는 윤석열 정권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팎에서 협치와 통합을 주문하지만 마땅한 인물을 찾기 어려운 상황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의 인사 관련 난맥상, 특히 비선 라인의 인사 개입 정황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당장 대통령실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익명의 대통령실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박영선, 양정철을 비롯해 김종민 특임장관까지 모두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은 맞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의 공식 라인도 모르게 비선 라인이 인사에 개입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한 정보를 특정 언론에 흘려 여론을 떠보려는 간보기 행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이날 ‘대통령실은 인사 쇼핑을 멈추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총선 후 언론에 대통령 비서실장과 총리 후보자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과 관련해 “일정한 패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자리에 앉고 싶은 사람들은 기사가 나도 입을 다문다. 그런데 여론이 안좋다. 대통령실이 뜻을 접는다”면서 “그 자리가 싫은 사람은 펄쩍 뛴다. 그러면 대통령실은 오보라고 발을 뺀다. 전형적인 ‘발롱 데세(테스트 풍선)’ 수법”이라고 지적했다. 여론을 떠보기 위한 정보 흘리기라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그러면서 “임기 말 정권의 징후들이 나타나기 시작해 인재를 구하기 어려운 점은 이해한다. 그래도 좀 심하고 민망하고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민주당 당선인(전남 해남·완도·진도)도 이날 한 유튜브 방송에서 박영선 총리설 등에 대해 “찔러보기, 띄워보기이자 간보기”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 파괴공작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도 아닌 국무회의에서 사과도 한 마디 없다. 그래놓고 이런 인선을 던져 놓은 것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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