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제 부족함 깊이 성찰”…낙선자들 “대오각성을”

유설희 기자    문광호 기자

청와대 영빈관서 1시간 45분 오찬 간담회

윤 대통령 “낙선해도 우리는 원팀” 발언에

참석자들 “모두 바꾸고 고쳐야” 소통 강조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회의원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오찬은 22대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낙천·낙선자를 격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회의원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오찬은 22대 국회의원 선거 불출마·낙천·낙선자를 격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22대 총선에서 낙선한 국민의힘 의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선거에 정부가 도움이 못 돼 미안하다”며 “제 부족함에 대해서도 깊이 성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낙선자들은 비윤석열(비윤)계 등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보장하고,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쓴소리를 했다. 총선 전처럼 친윤·영남 중심 지도부로 가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으로 이번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거나 낙선한 의원들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며 격려했다. 이날 행사는 낙선 의원들이 현장에서 체감한 민심을 대통령에게 가감없이 전하고, 윤 대통령은 이를 경청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1시간45분가량 진행된 오찬에는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 유의동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와 의원 50여명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등 실장·수석급 참모들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나라와 국민, 그리고 당을 위해 애쓰고 헌신한 여러분께 감사하다”며 “우리는 민생과 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정치적 운명 공동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최일선 현장에서 온몸으로 민심을 느낀 의원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 대통령으로서 도리”라며 “국회와 민생 현장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아 온 여러분들의 지혜가 꼭 필요한 만큼, 여러분들의 고견을 많이 들려달라”고 말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총선 여당 참패와 관련해 “여러분들을 뒷받침해드리지 못한 제 부족함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한 “선거를 치르는데 정부가 별로 그렇게 도움이 못 된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조해진 의원은 전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조 의원은 이날 MBC에 출연해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을 전했다. 조 의원은 또 윤 대통령은 “낙선이 됐지만 어쨌든 우리는 원 팀”이라며 “남은 3년 정부 임기 동안 원외에서 각자 역할을 찾아서 도와주시길 바란다. 대통령 입장에서 정부 성공을 위해서 (여러분들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한 수도권 낙선자도 통화에서 “정부가 (총선에서) 많은 도움을 드렸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오찬은 윤 대통령의 모두발언 이후 각자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이 앉은 헤드테이블에는 정진석 비서실장, 서병수·박진·홍문표 등 중진 의원들이 앉았다. 식사가 마무리된 이후에는 6명의 의원이 공개적으로 윤 대통령에게 의견을 밝혔다고 한다.

특히 당내 편 가르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친윤계와 다른 의견을 낼 수 없는 당내 분위기를 지적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최재형 의원은 “당내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보장해 의견이 다르더라도 지향점이 같다면 우리와 함께 갈 수 있는 많은 사람들과 연합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해 온 모든 것들을 바꾸고 고쳐보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최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이관섭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의 전면 쇄신을 요구하는 등 쓴소리를 냈다.

특히 최 의원은 “이제 지도부 구성이나 당 운영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통화에서 “당 지도부 구성을 앞둔 상황에서 우리도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되지 않겠냐는 것”이라고 발언 취지를 설명했다. 이번 총선에 책임이 있는 친윤 이철규 의원이 원내대표로 나서기 위해 일부 당선인들과 조찬회동을 하는 등 ‘몸풀기’에 나선 당 상황을 지적하는 발언으로도 해석된다.

서병수 의원은 “과거와 달리 정치적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이다보니 중도를 얼마나 설득하느냐가 선거의 성패를 가르게 된다”며 “당에서 소외되고 거리가 있던 사람들도 함께 끌어안아 외연을 확장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윤 대통령이 부처 장관들에게 세세한 ‘오더’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의 쓴소리도 했다고 한다. 한 영남권 낙선자는 통화에서 “(서 의원이) 장관들에게는 큰 틀만 얘기해서 장관들이 알아서 책임지고 일을 하게끔 하고, 잘못하면 그분들이 사퇴시키도록 운영하면 좋겠다는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소통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서정숙 의원은 “소통을 강화하고 그 내용이 위로 잘 전달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MBC에서 많은 사람들이 소통 부족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또 “동지들을 분열시키고 편 가르는 것, 내치는 것이 큰 문제였다. 그리고 이제라도 그런분들을 끌어안을 필요가 있다고 건의하는 분도 계셨다”며 “분열, 편 가르기를 더 해서는 안 된다, 전체적으로 통합하고 끌어안아야 하는 건의들이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수도권 선거 전략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우신구 의원은 “수도권 선거 전략을 잘 짜서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며 “대오각성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선거에서도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대해 조 의원은 “오늘 자리를 포함해서 느낀 느낌은 뭔가 좀 위기상황이다, 이대로 가서는 좀 상당히 어려워지겠다, 변화가 필요한 것 같다는 인식은 있는 거 같다”면서도 “아직은 인사라든가 당대표 하마평 이런 것들을 볼 때 당정이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깨닫고 그것까지 바꿀 각오를 하는지는 지켜봐야 할 거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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