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세월호특별법’ 요구 국민 여론에 ‘화’낸 대통령

이용욱 기자

법안처리 관련 ‘쇄국정책’까지 언급하며 야당 압박

정부 무능은 외면 ‘적반하장’ ‘유체이탈 화법’ 지적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정치권을 향해 “국민이 아닌 자신들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며 작심하고 비판했다. “하나같이 국민생활, 일자리 창출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법들”의 국회 처리가 지연되고 있고, 그 원인은 ‘정치권 이기주의’라는 이유였다. 정치권, 특히 야당을 향해 낯을 붉히며 특유의 레이저를 쏜 것이지만, ‘8월 임시국회 처리’로 통과시점까지 못박은 세월호특별법 등 내용을 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세월호특별법 합의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유가족들의 질타를 받는 상황을 감안하면, 재협상을 해서라도 철저한 진상규명이 가능한 특별법을 요구하는 국민 여론에 ‘화’를 낸 셈이다. 국정운영 책임의 최정점이 결국 대통령임을 감안하면 ‘유체이탈 화법’이란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화보]시민들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원해”

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활성화 법안 10여건을 적시하면서 “이 법안들 내용을 국민들이 정확하게 들으신다면 서로 ‘저건 나를 위한 법안 아니야’ ‘저게 내 일 아니야’ 이렇게 모두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처리 지연은) 정치권 전체가 책임을 질 일”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옛날에 쇄국정책으로 우리나라가 그때 기회를 잃었다고 역사책에서 배웠잖느냐. 우리가 지금 똑같은 우를 범하고 있다”면서 “나중에 스스로 ‘그때 잘했어야 됐는데’ 가슴을 치게 된다면 그때 누구를 원망할 것이냐”고 말했다. “우리 스스로가 손발을 꽁꽁 묶어놓고 경제가 안된다고 한탄만 하고 있다” “우물안 개구리식으로 법과 제도가 이렇게 있어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야권에선 박 대통령의 발언시점에 주목했다.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추가협상 논란이 진행 중인 만큼 ‘세월호 정국’을 그만 끝내라는 대통령의 요구라는 것이다. 이는 ‘세월호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복귀하자’는 여당 입장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여권의 ‘일상 복귀론’은 여론과는 배치된다.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가 지난 5~6일 전국 성인 남녀 1116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70.8%가 ‘세월호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중심이 돼야 할 부분은 ‘진상 및 책임 규명’이라고 응답했다. 앞서 한국갤럽의 지난 1일 조사에서도 응답자 1016명 중 53%는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을 줘야 한다’고 답했다.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세월호특별법 조기 마무리 압박은 국민 절반이 넘는 진상규명 여론을 묵살한 것이다.

그런 만큼 대통령과 여권 태도를 두고 ‘적반하장’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 때 보여준 정부의 무능력과 무책임, 잇단 막장인사로 국민을 절망케 한 박 대통령과 여권이 이제 와 모든 어려움을 정치권, 특히 야당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정국’ 종료 압박은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한 달 가까이 단식 중인 세월호 유족들을 외면하는 처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새정치연합 한정애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입에서 ‘세월호’가 사라졌다. 눈물로 사죄를 구하며 책임자를 처벌하고, 대한민국 구석구석 켜켜이 쌓인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말한 그 이후 세월호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기고만장, 적반하장에 할 말을 잃는다. 국회 안에서 30여일에 가까운 목숨을 건 단식으로 차라리 죽은 자식들 뒤를 따르겠다고 싸우는 유족들이 보이지도 않는단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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