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계기 한일정상회담 유력…형식 두고 막판 신경전

정대연·김유진 기자
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코로나19 백신 공급 확대 및 보건 역량 강화 방안을 다룰 확대회의 1세션에서 각국 정상들과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 대통령,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

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에서 코로나19 백신 공급 확대 및 보건 역량 강화 방안을 다룰 확대회의 1세션에서 각국 정상들과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 대통령,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 일본 스가 요시히데 총리.

한·일 양국이 오는 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 양국 정상간 대면 회담은 1년7개월 만이다. 다만 정상회담 형식 등을 두고 한·일간 막판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1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한·일간 샅바싸움은 씨름을 하기 위한 것”이라며 “씨름할 생각이 없는데 샅바싸움을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샅바싸움이 거의 다 (끝나서) 서로 주고받는 조율이 됐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한·일 정상회담 개최가 사실상 정해지는 등 논의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한 것이다. 양국은 지난주 후반부터 구체적인 실무협의를 진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간 협의 결과는 12~13일쯤 나올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 정부가 일본 측에 문재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게 되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자고 요구해 왔으며, 일본 정부는 한국 측에 회담 개최를 수용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과 위안부 소송의 해결 방안을 조속히 내놓도록 한국에 요구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전망이 없으면 정상회담을 단시간에 할 태세”라고 했다. 한국은 1시간 정도의 회담을 원하고 있으나 일본은 15분 가량의 의례적인 만남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들은 지난달 중순부터 문 대통령 일본 방문과 정상회담 가능성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최근 양국은 외교채널을 통해 도쿄올림픽을 양국간 현안 해결의 계기로 활용하는 방안을 긴밀히 협의해 왔으며, 특히 현안 해결의 모멘텀이 마련되고 적절한 격식이 갖춰진다는 전제 하에 한일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외교당국간 협의 내용이 최근 일본 정부 당국자 등을 인용해 일방적으로 언론에 유출되고 있는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양 정부간 협의가 지속되기 어려우며, 일본 측이 신중히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회담 소요 시간은 결정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식회담이냐 약식회담이냐는 시간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다”며 “15분을 하더라도 정의용 외교부 장관,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참모들이 배석하면 형식을 갖춘 정상회담”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정상회담에 이어 외교부 차관 회담과 장관 회담도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 정상이 만나더라도 문 대통령 임기가 10개월밖에 남지 않아 과거사 문제,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배출 문제 등 켜켜이 쌓인 양국간 현안 해결은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많다. 청와대는 그간 문 대통령 일본 방문의 전제조건으로 ‘정상회담 성사’와 함께 이를 통한 ‘성과’가 예견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당장 지금 상황에서 현안에 대한 결론이 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이러한 문제를 ‘미래지향적으로 논의해 나가기로 합의했다’는 정도만 돼도 성과”라고 말했다. 일단 두 정상이 만나 꼬일 대로 꼬인 양국 관계 개선 물꼬를 터놓은 뒤 고위급 협의를 통해 논의를 계속해 나간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현 정부 들어 악화된 한·일관계를 개선해 다음 정부에 대화의 실마리를 이어줘야 한다는 의지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임기말 남북·북미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다만 양국간 주요 현안에 대해 한국의 선(先) 대책 제시를 요구하는 일본의 태도가 변하지 않을 경우 정상회담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한·일 정상간 마지막 대면 회담은 2019년 12월 중국 쓰촨성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 때다. 당시 문 대통령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회담을 가졌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스가 총리와는 취임 직후 전화로만 회담했다. 양국은 지난달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 약식회담에 잠정 합의했지만 스가 총리가 막판 거부하면서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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