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군 대장’ 홍범도 장군, 서거 78년 만에 고국 품으로

정대연 기자
카자흐스탄으로부터 운구된 홍범도 장군 유해를 실은 특별수송기가 15일 저녁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으로 도착해 홍범도 장군 유해가 제단으로 옮겨지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카자흐스탄으로부터 운구된 홍범도 장군 유해를 실은 특별수송기가 15일 저녁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으로 도착해 홍범도 장군 유해가 제단으로 옮겨지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나는 호랑이’라 불리던 독립군 대장 여천 홍범도 장군(1868~1943)의 유해가 광복절 76돌인 15일 고국으로 돌아왔다. 1943년 10월 카자흐스탄에서 조국 광복을 보지 못한 채 숨을 거둔 지 78년 만이다.

홍범도 장군 유해를 실은 한국 군 특별수송기(KC-330)는 이날 오전(현지시간) 그가 78년 동안 묻혀있던 카자흐스탄 크질오르다를 출발해 카자흐스탄 상공을 세 바퀴 돈 뒤 한국으로 향했다.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으로 진입한 후에는 공군 전투기 6대의 엄호를 받으며 이날 저녁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정부는 공군이 운용하는 모든 전투기종을 투입해 예우를 다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성남공항에서 서훈 국가안보실장, 유영민 비서실장, 서욱 국방부 장관, 한국광복군으로 항일운동에 참여하고 한국전쟁에도 참전한 김영관 애국지사와 함께 분향, 묵념을 하며 홍 장군 유해를 직접 맞이했다. 지난 14일 카자흐스탄에 갔다가 유해를 모셔온 황기철 국가보훈처장, 여천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영화 <암살>에서 독립군 역할을 한 국민대표 자격의 배우 조진웅씨 등 특사단도 함께 자리를 지켰다.

태극기에 덮인 관에 모셔진 홍범도 장군 유해는 군악대 성악병의 독창 ‘올드 랭 사인’과 함께 의장대 호위 속에 특별수송기에서 내려졌다. 이 노래는 독립운동가 사이에서 동명의 스코틀랜드 민요에 애국가 가사를 붙여 불려진 곡이다. 추모를 마친 유해는 경찰 등의 호위를 받으며 국립대전현충원으로 이동했다.

홍범도 장군은 1920년 중국 지린성 봉오동에서 700여명의 독립군 연합부대를 이끌고 일본군 1개 대대를 섬멸해 우리 무장독립운동사에 한 획을 그었다. 같은 해 10월엔 지린성 청산리에서 북로군정서를 지휘하던 김좌진 장군과 합세해 일본군을 재차 대파한 ‘청산리 대첩’에도 참여했다. 홍 장군은 1930년대 연해주 거주 당시 극동지역 한인들에 대한 소련(현 러시아)의 중앙아시아 강제 이주정책에 따라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해야 했고, 숨질 때까지 조국 땅을 밟지 못했다.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은 김영상 정부 때인 1994년부터 추진됐다. 하지만 북한이 홍 장군의 고향이 평양이므로 유해를 평양에 안치해야 한다고 반발하면서 좌절됐다. 봉환이 다시 추진된 것은 2019년 4월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문 대통령이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에게 유해 봉환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면서다. 정부는 ‘봉오동 전투’ 100주년인 지난해 홍 장군 유해를 모시려고 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됐다가 16~17일 토카예프 대통령 방한에 맞춰 뒤늦게 성사됐다.

정부는 16~17일 이틀간 온·오프라인을 통한 국민추모제를 진행한다. 대전현충원 현충관에는 임시안치소를 마련해 누구나 선착순으로 현장 추모가 가능하다. 국가보훈처 홈페이지에는 헌화·분향 및 추모글을 남길 수 있는 공간을 개설한다. 오는 18일 대전현충원에 정식으로 안장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광복절 경축식에서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봉환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독립 영웅들을 조국으로 모시는 일을 국가와 후대들이 마땅히 해야 할 책무이자 영광으로 여기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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