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소방관 영결식’ 예고 없이 찾은 문 대통령 “의전 준비 말라”

정대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경기 평택시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엄수된 평택 신축 공사장 화재 순직 소방공무원 합동 영결식에서 묵념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경기 평택시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엄수된 평택 신축 공사장 화재 순직 소방공무원 합동 영결식에서 묵념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화재 진압 과정에서 순직한 소방관 합동 영결식에 지난 8일 예고 없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별도의 추도사 없이 일반 참석자들과 함께 2시간 동안 영결식을 지켜봤다.

9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전날 오전 9시30분부터 경기 평택시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경기도청장(葬)으로 거행된 평택 물류창고 화재현장 순직 소방관 합동 영결식에 참석했다. 예정에 없던 참석이었던 탓에 영결식에서는 문 대통령 소개나 추도사도 없었다. 문 대통령은 영결식장 맨 첫 줄이 아닌 중간에 일반 참석자들과 섞여 앉았다. 문 대통령이 중간중간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목격됐다.

문 대통령은 유족들의 헌화·분향을 지켜본 다음 가장 마지막으로 헌화·분향했다. 이후 유가족 한 명 한 명을 찾아 “국민을 대표해 위로를 전한다”며 조의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오전 11시15분 국립대전현충원으로 떠나는 운구차량을 배웅하며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문 대통령으로부터 영결식 당일 새벽에야 참석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탁 비서관은 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라기보다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가는 것”이라며 “별도의 의전이나 형식을 갖추려 말고, 영결식 참석자 이상으로 준비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탁 비서관이 “조사(弔辭)는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문 대통령은 “조사 없이, 그저 순서가 허락하면 헌화와 분향 정도로 (하겠다)”라고 답했다.

탁 비서관은 “영결식장에 도착한 대통령은 별도의 소개 없이 열의 뒷자리에 서서 운구와 유족들을 맞이했다”며 “동료들의 조사를 경청했고, 유족들의 헌화와 분향을 지켜봤다”고 밝혔다. 그는 “그렇게 모든 식순의 마지막에서야 일어나서 홀로 분향하고, 유족들에게 다가가 인사했다”며 “그리고 운구 행렬의 뒤를 따르는 유족들과 함께 나란히 걸음을 옮기면서 세 분 소방관의 마지막을 함께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6일 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 진압 과정에서 고 이형석 소방경(50)·박수동 소방장(31)·조우찬 소방교(25) 등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소속 소방관 3명이 숨졌다. 문 대통령은 사고 당일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전선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헌신적인 구조활동을 벌이다 순직한 소방관 세 분의 소식에 가슴이 멘다”며 애도의 뜻을 나타냈다. 이튿날에는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방정균 시민사회수석을 빈소로 보내 “투철한 책임감과 용기로 화마와 마지막까지 맞서다 순직한 세 분의 소방관의 명복을 빈다. 갑자기 슬픔에 잠긴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빈소에 다녀온 유 실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으면서 “마음이 애달프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편 영결식장에서 고 조우찬 소방교의 아버지는 문 대통령에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흥교 소방청장에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과 소방대응체계 정비를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장의위원장인 오병원 경기지사 권한대행에게는 공사 현장 위험물질 관리 대책 마련을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경기 평택시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엄수된 평택 신축 공사장 화재 순직 소방공무원 합동 영결식에서 헌화한 뒤 분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경기 평택시 이충문화체육센터에서 엄수된 평택 신축 공사장 화재 순직 소방공무원 합동 영결식에서 헌화한 뒤 분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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