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 만난 문 대통령 “한국 민주주의 마지막 과제는 통합…선거 앞두고 거꾸로 가 걱정”

정대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열린 종교 지도자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 등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열린 종교 지도자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 등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종교 지도자들을 만나 대선을 앞두고 사회 통합을 위해 애써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불안 해소를 위해서도 종교계가 역할을 해줄 것을 부탁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종교 지도자 초청 오찬 간담회’를 열고 “통합의 사회, 통합의 민주주의를 위해 종교 지도자들이 잘 이끌어 주기를 부탁한다”며 “우리가 한마음으로 서로 격려하며 위기를 넘는 연대와 협력의 중심이 되고,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를 사랑하는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 위해 종교 지도자들이 큰 역할을 해주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에서 남은 마지막 과제가 국민들 사이의 지나친 적대와 분열을 치유하고, 통합과 화합의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당연히 정치가 해냈어야 할 몫이지만, 저를 포함해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오히려 선거 시기가 되면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스럽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최근 통합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대선과 관련해 “적대와 증오와 분열이 아니라 국민의 희망을 담는 통합의 선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각계 인사들과의 화상 신년인사회에서는 “상생과 통합의 힘으로 2022년을 선도국가 대한민국의 원년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지난달 24일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특별사면을 단행하면서도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종교계가 정부의 방역조치에 협조해 준 데 감사를 표하면서 “오미크론의 고비를 잘 넘길 수 있도록 종교계가 다시 한번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50대 이하의 3차 접종률이 오미크론의 피해 정도를 좌우하는 관건이 될 것”이라며 “백신접종에 대한 불신이나 불안 해소에 종교계의 역할이 아주 크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종교계의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을 위한 실천에도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또한 문 대통령은 “코로나를 맞으면서 우리나라가 오히려 국제적 위상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한다”며 “우리 전통문화를 지키면서 또 한편으로는 나라를 근대화하고, 민주화하고, 남북의 화해를 도모하고, 국민의 복지를 확대해 나가는 데 종교가 매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참석한 종교 지도자들은 탄소중립과 한반도 평화 등을 위한 정부 노력에 동참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오찬 간담회에는 천주교·불교·개신교·원불교·천도교·유교·민족종교협의회 등 7대 종단 지도자 10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종교 지도자들과 간담회를 한 것은 취임 후 네 번째로, 2019년 10월 이후 약 2년3개월 만이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새해를 맞아 국민 통합과 국정 운영에 대한 종교 지도자들의 의견을 듣고, 협력과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는 정부·여당과 불교계 관계가 껄끄러운 상황에서 이뤄졌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국립공원 내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 징수를 “통행세” “봉이 김선달”에 비유한 뒤 불교계는 정 의원 출당을 요구하고 있다. 정 의원과 송영길 민주당 대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등 여당 관계자들이 여러 차례 불교계에 사과했지만 조계종은 오는 21일 전국승려대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의 종교편향을 규탄할 예정이다. 지난 6일에는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이철희 정무수석, 방정균 시민사회수석 등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이 조계종 총무원장인 원행스님을 만나 유감의 뜻을 전했지만 갈등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심지어 부처님 오신 날 경축법회와 연등회 같은 가장 중요한 종교 행사까지 방역을 위해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솔선수범을 보여줬다”면서 불교계를 추켜세웠다. 다만 정 의원과 관련된 대화는 간담회에서 오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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