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여당 지도부 첫 오찬회동…‘당내 갈등·인사’는 거론 안돼

정대연·문광호·심진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 이준석 대표,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 회동에서 이준석 대표,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여당 지도부를 대통령실로 초청해 식사를 함께했다. 참석자들은 서로의 노고를 치하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물가 상승, 청와대 개방 등을 소재로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 최근 여당 내 갈등이나 인사 등 민감한 현안들은 다뤄지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진행된 오찬 회동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권성동 원내대표, 조수진·정미경·윤영석·김용태 최고위원, 성일종 정책위의장, 한기호 사무총장,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 김용현 경호처장, 이진복 정무수석, 최영범 홍보수석 등이 나왔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여당 지도부와의 공식 회동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하고 지방선거라는 큰일을 치른 여당에 윤 대통령이 직접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해서 마련된 자리”라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1시간30분가량 갈비찜, 미역국, 생선구이, 과일 등이 든 한식 도시락을 먹으며 국정 운영 방향과 국회 상황 전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국정과제 수행을 위해 당과 정부가 한몸처럼 움직이자”며 “특히 오늘은 대통령 취임 한 달이자 이 대표 취임 1주년을 맞는 날이어서 더욱 뜻깊은 자리”라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여당 인사들은 윤 대통령이 매일 아침 출근길에 하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높이 평가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준비를 많이 해간다”며 “이런 소통 문화가 좋은 것 같다”는 취지로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자들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청와대 개방에 대해서도 호평했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가 청와대 본관 내 영부인실 등을 둘러본 뒤 “미리 보여줬으면 들어가서 안 나온다고 했을 것 같다”고 농담처럼 말한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청와대 상춘재를 기업인들의 외국 바이어 초청 행사장으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오자 윤 대통령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윤 대통령은 임박한 북한 핵 실험과 관련해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서는 “정치하는 사람인데 노동에 반하는 정치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한·우크라이나 자유·평화 연대 특별대표단’ 활동을 마치고 전날 귀국한 이 대표에게 질문을 쏟아내며 큰 관심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잘 다녀오셨어요? 차를 20시간씩 타고 그러셨다고…”라고 인사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여러 가지 지원 체계 등에 대해서 국내외적인, 법적인 것이 좀 빨리 결론이 났으면 대표님이 특사로 가셔서 더 할 것이 많은데 아직도 결론이 안 났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우크라이나 물자 지원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나왔다면 이 대표가 특사 자격으로 갈 수도 있었다는 취지의 말이다. 이 대표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자유를 강조한 (윤) 대통령 취임사 내용까지도 파악하고 있다”며 “굉장히 기대가 많아서 오히려 부담스러웠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우크라이나 현재 상황을 주로 설명하고 윤 대통령은 경청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대화도 오갔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검찰 편중 인사 및 장관 후보자 검증 문제나 격화하고 있는 여당 내 권력 다툼 등 국내 정치 현안에 대한 대화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찬에 앞서 “보수정당이 탄핵까지 이른 원인 중 하나는 대통령에게 가까워지려는 사람들과 거기서 배제된 사람들의 갈등”이라며 “지난 대선 경선과 이후 과정에서도 그런 게 당내 갈등의 씨앗이 되지 않았나. (오찬에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오찬 후 “그 문제에 대해 가서 얘기하기 전에 당내 이견이 좁혀지는 부분이 있어서 공개적으로 언급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식사를 마친 뒤 참석자들에게 집무실을 소개하고 대통령 시계를 선물했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자주 모시겠다”며 “(여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과도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아침 출근길에 “국회 (원) 구성이 되면 의회 지도자들부터 만나고, 여야 중진들도 만나고 하게 되지 않겠나”라며 “(원 구성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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