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 형사고발··· 더 얼어붙는 여야

심진용 기자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22일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형사고발했다. 장 최고위원이 김건희 여사를 겨냥해 “조명을 이용해 콘셉트 촬영을 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법적조치에 나선 것이다. 대통령실이 특정인을 형사고발한 것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이다. 대통령실이 국회의원을 상대로 법적조치를 취한 것 또한 이례적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장 최고위원을 형사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3가지 고발 이유를 들었다. 대통령실은 장 최고위원이 ‘가짜뉴스’를 공당의 권위있는 회의에서 퍼뜨렸고, 조명이 없었다는 설명에도 허위사실을 계속해서 부각했으며, 무엇보다 외교 국익을 정면으로 침해하고 국민 권익에 손해를 끼쳤다고 설명했다.

앞서 장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외신과 사진전문가들을 근거로 들며 “김 여사 사진은 최소 2~3개의 조명까지 설치해 사실상 현장 스튜디오를 차려놓고 찍은 콘셉트 사진으로 분석된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가 지난 12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심장질환 소년의 집을 위로차 방문해 찍은 사진을 재차 공격했다. 장 최고위원은 지난 14일 최고위에서 김 여사 사진을 두고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이라고 직격한 바 있었다.

장 최고위원의 주장에 대통령실은 발끈했다. 지난 20일 입장문을 내고 조명 사용을 부인하며 “국격과 국익을 훼손”한다고 장 최고위원을 비판했다. 장 최고위원도 물러서지 않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콘셉트 사진’이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대통령실이 특정인을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은 윤 대통령 취임 후 처음이다. 현역 국회의원의 당내 회의 발언을 두고 형사고발한 것도 이례적이다. 이 같은 강경기조는 최근 MBC 등 언론을 상대로 한 압박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대통령 전용기 MBC 탑승 배제 조치와 관련해 “동맹관계를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윤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논란의 시발점이 됐던 MBC의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 보도에 “국익 훼손”이라고 여러 번 비판해왔다. 이번 장 최고위원 고발에도 대통령실은 “가짜뉴스로 국익을 훼손했다”는 논리를 들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방국과 우호를 다지는 일정에는 여야도 정쟁을 멈추고 함께 지지했던 전통이 있다. 국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면 전환을 위해 대통령실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용기 탑승 배제, 출근길문답(도어스테핑) 중단 등 언론과의 대치가 이어지고 있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한 수사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전방위적인 사정정국이 조성됐지만 이에 따르는 정치적 부담 또한 작지 않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장 최고위원의 ‘조명 동원’ ‘콘셉트 촬영’ 주장을 약한 고리로 판단하고, 역공에 나선 게 아니냐는 설명이다. 장 최고위원은 지난 20일 SNS에서 조명 사용 주장을 반복하며 ‘FM코리아’ ‘레딧’ 등 국내외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글을 첨부했다. 당초 외신과 사진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주장한 것에 비하면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장 최고위원 본인도 이날 오전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도둑질하는데 조명을 켰다, 안 켰다가 중요한가. 조명으로 문제가 될 게 아니라 왜 콘셉트 사진을 찍었냐가 더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콘셉트 사진이라는 입장은 유지했지만, 조명 사용 여부에 대해서는 애매한 태도를 보인 셈이다.

대통령실이 현역 야당 의원을 형사고발하면서 정국은 한층 더 얼어붙을 전망이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 공방이 가열되고 있고, 내년도 예산안 심사 또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장 최고위원 발언은 김 여사 개인에 대한 비방을 넘어 외교관계와도 결부된 문제다. 정무적으로 판단할 대상도 아니다”라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은 “검찰총장 대통령이라서 모든 것을 고발과 수사로 해결하려는 것인가”라고 반발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이같이 비판하며 장 최고위원에 대한 고발 철회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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